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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 노래 #5: 착각에서 희망까지"

멍멍이 노래 #5 "착각에서 희망까지" 정말입니다 기도를 알아들어요 아멘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아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우리가 밥상에 앉아 잘 먹겠다고 기도하고 아멘하면 소파 위로 올라가 턱을 괴고 눕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다는 아멘 소리엔 쏜 살 같이 발목 옆으로 달려와 엉덩이 내리고 얌전히 앉지요 그걸 보셔야 해요 우리들 밥 먹는 동안에는 근처에서 서성거려 봐야 국물도 없지만 식사가 끝나면 자기 몫이 있다고 아는 것 아닙니까 아멘 소릴 듣고 어떻게 그걸 구별하는지, 참 다른 집 멍멍이들보다 확실히 지능이 높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하는 짓이 정말 다르다니까요 물론 그 뿐이 아닙니다 공 가지고 노는 걸 보세요 이웃집 멍멍이들과는 아주 판이하지 않아요 담요를 물어다 공 위에 얹고 그 아래로 고개를 디..

멍멍이 노래 2010.06.03

빨간 속옷과 유가(儒家)의 가르침

©반빈 "빨간 속옷과 유가(儒家)의 가르침" 재작년인가 중국을 여행하다가 상하이(上海)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과년한 여인의 속살에 내밀하게 마주 닿아있었을 속옷이 통째로 내걸렸으니 보기에 조금 민망하고 쑥스러웠음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런데도 사진까지 찍어 보관했다는 걸 너무 탓하지 마시라. 심각한 관음증(voyeurism)을 앓아 훔쳐보듯이 그 속옷 뒤에 숨어있었을 몸뚱이를 상상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문득 유가(儒家)에서 가르치는 "인(仁)"과 "예(禮)"의 문제에 생각이 다다랐고, 그 이야기를 꺼낼 좋은 화두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행을 불러세우고 핀잔을 들을 걸 무릅쓰면서 카메라를 꺼내 찍어둔 것이다. 이 장면처럼 속옷이, 그것도 선명한 빨강색의 여..

에세이 2010.05.25

환상의 조합

"환상의 조합" 셋에 여섯을 더하면 아홉이고, 거기서 둘을 빼면 일곱이다. 숫자는 그렇게 늘 일정한 값을 공평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곱에 둘을 곱하면 열넷이고, 거기서 다섯을 빼면 또 아홉, 그 아홉의 양 옆에는 여덟과 열이 있다. 이렇게 보면 숫자의 값은 정말 한결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숫자의 가치가 그렇게 늘 일정한지는 다시 생각할 여지가 없지 않다. 백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이만원이 생길 때와 만원밖에 없는 사람에게 이만원이 생길 때, 그 이만원이 꼭 같지만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백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만원에 대해 가지는 애착이 만원밖에 없는 사람이 자신이 가진 돈이 세 배로 불어나는 데 대한 애착에 비해 작다는 뜻은 또 아니다. 있는 사람일수록 악착같을 수 있..

에세이 2010.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