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377

임억령,"가을의 떨림 秋興"

林億齡(字大樹,號石川,1496-1568) 〈秋興〉 日暮秋聲壯,山昏海氣深。百年無伴客,萬里未歸心。 임억령 (자는 대수, 호는 석천, 1496-1568) "가을의 떨림" 해가 지면서 가을의 소리 힘차지고산이 어두워지며 바다 기운이 깊어집니다백 년 동안 함께 길동무 없는 길손만 리를 돌아가지 못해 마음에 사무칩니다(반빈 역) Yim Ōng-nyōng (1496-1568) "An Autumn Stimulus" The sun sets, and the sound of autumn turns robust;The mountains darken, and the air over the sea deepens.A wayfarer without a companion for hundred yearsCarries the heart ..

박지화,"청학동 青鶴洞"

朴枝華(字君實,號守庵,1513-1592) 〈青鶴洞〉 孤雲唐進士,初不學神仙。蠻觸三韓日,風塵四海天。英雄那可測,真訣本無傳。一入名山去,清風五百年。                注:崔致遠(號孤雲,857-908後)新羅人,十二歲入唐,數年後及進士第。三句〈蠻觸〉出自《莊子·則陽》:「有國於蝸之左角者曰觸氏,有國於蝸之右角者曰蠻氏,時相與爭地而戰。」 박지화 (자는 군실, 호는 수암, 1513-1592) "청학동" 고운선생이 당나라에서 진사가 되고처음에는 신선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삼한이 하찮은 일로 아웅다웅하는 날이 왔고사해에 바람먼지 날리는 하늘을 보았지요 영웅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나요진정한 비결은 본래 전하지 않지요 이름난 산으로 한번 들어가고 나니맑은 바람이 오 백 년을 붑니다            주: "외로운 구름" 고운은 ..

박지화,"어쩌다 읊는 시 偶吟" 두 수의 둘째

朴枝華(字君實,號守庵,1513-1592) 〈偶吟二首〉之二 山家興味勝漁村,此意要將識者言。但見白雲來又去,不知風浪滿江飜。 박지화 (자는 군실, 호는 수암, 1513-1592) "어쩌다 읊는 시" 두 수의 둘째 산사람으로 사는 재미가      어촌에서보다 낫습니다이 생각을 이제      잘 아는 사람들에게 말하려 합니다그냥 흰 구름이      왔다가 다시 가는 걸 볼 뿐강 가득 바람과 물결이      넘실대는 건 알지 못합니다(반빈 역) Pak Chi-hwa (1513-1592) "Casually Chanted" Second of Two Poems The tastes of living in the mountains        Surpass those in fishing villages. This I shall..

박지화,"어쩌다 읊는 시 偶吟" 두 수의 첫째

朴枝華(字君實,號守庵,1513-1592) 〈偶吟二首〉之一 煙穗微熏古墨屏,幅巾終日坐無聲。幽禽獨下無人見,芳草不鋤當戶生。                注:《守菴先生遺稿》三句後三字作〈無久見〉,疑誤。尾句用《三國志·蜀書·周群傳》,劉備將誅張裕之故,曰:「蘭芳生門,不得不鉏。」《南史·江夏王蕭鐸傳》語,略有出入。江斅聞蕭鐸之死,流涕曰:「芳蘭當門,不得不鋤,其〈修柏〉之賦乎。」 박지화 (자는 군실, 호는 수암, 1513-1592) "어쩌다 읊는 시" 두 수의 첫째 버들가지에서 안개 피어 오르는      오래된 묵화 병풍 앞에두건 동여맨 사람 온 종일      아무 말 없이 앉아있습니다지저귀며 날아 내리는 새 한 마리      보아주는 사람 없고파내지 않으니 향기로운 풀이      문 앞을 가리며 자랍니다            주: 《수..

백광훈,"은거 幽居" 두 수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幽居〉二首 一、幽居地僻少人來。無事柴門晝不開。花滿小庭春寂寂,一聲山鳥下青苔。 二、竟日柴門人不尋,時聞幽鳥百般吟。梅花落盡杏花發,微雨一簾春意深。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은거" 두 수 1.외진 곳에서 은거하니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고별일이 없어서 대낮에도      사립문을 열지 않습니다꽃으로 가득한 조그만 정원도      적적한 봄날에산새 하나 지저귀며      이끼 위로 내려 앉습니다 2.하루 종일 사립문을      사람들이 찾지 않고숨은 새들 읊어대는      갖가지 소리가 때때로 들립니다매화가 모두 지고      살구꽃이 피는데가랑비에 주렴 드리운 창 가득      봄의 정취가 깊어 갑니다(반빈 역) Paek Kwang-hun..

백광훈,"나무꾼의 노래 樵歌"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樵歌〉 斫得煙林滿擔青,便吹山葉逐歌聲。歸來不道前村遠,一路輕風陣陣清。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나무꾼의 노래" 안개 낀 수풀 푸른 나무를      한 짐 가득 베어 지고 오니산 속 바람 이파리를 날리며      노랫소리를 따라오는데돌아가는 앞 마을이      멀다는 말은 하지 않고내내 가벼운 바람으로      맑게 휘익휘익 붑니다(반빈 역) Paek Kwang-hun (1537-1582) "A Wood-Collector's Song" As I come with a full load of green wood        Chopped from the misty woodland,The wind in the mountain blowing o..

백광훈,"보림사에서 작별하며 드립니다 寶林寺贈別"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寶林寺贈別〉 握手寺樓春,相送無言裏。白日在青天,平生寸心是。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보림사에서 작별하며 드립니다" 사찰 누각에서 손 맞잡은 이 봄날아무 말 못하고 서로를 보내는데밝은 해가 푸른 하늘에 있으니바로 평생 간직할 내 마음입니다(반빈 역) Paek Kwang-hun (1537-1582) "Presented at Parting in the Treasure Woods (Po-rim) Monastery" On this spring day, we hold hands at the monastery,And see off each other without words.The bright sun in the blue skyIs exactly..

임억령,"꿩 사냥 獵雉"

林億齡(字大樹,號石川,1496-1568) 〈獵雉〉 人言林處士,自號獵將軍。落日牽黃犬,連山起白雲。 임억령 (자는 대수, 호는 석천, 1496-1568) "꿩 사냥" 사람들은 나를 임처사라고 이야기하지만나는 스스로를 사냥장군이라고 부릅니다해질녘 누렁이 사냥개를 끌고 가면이어진 깊은 산에서 흰 구름이 피어 오릅니다(반빈 역) Yim Ōng-nyōng (1496-1568) "Pheasant Hunting" People say that I am Scholar Yim,But I call myself General Hunt.As I pull yellow dogs in the setting sun,White clouds rise from deep mountains.(H. Rhew, tr.)

박지화,"스님께 드립니다 贈僧"

朴枝華(字君實,號守庵,1513-1592) 〈贈僧〉 爾以求詩勇,禪林早着勳。都將千軸首,難博一山雲。 박지화 (자는 군실, 호는 수암, 1513-1592) "스님께 드립니다" 스님은 거침없이 시를 찾음으로일찍부터 선사에 공을 쌓으셨지요모두 천 폭 족자를 채우시고서도산 가득 구름을 잡아두는 건 어렵습니까(반빈 역) Pak Chi-hwa (1513-1592) "Presented to a Monk" You, reverend, have pursued poetry fearlessly,Accumulating merits from early on at the Chan temple.Having filled thousands of scrolls with poems,Is it still hard to hold the clouds..

백광훈,"사준스님께 드리는 감사의 시 寄謝思峻" 두 수

白光勳(字彰卿,號玉峯,1537-1582) 〈寄謝思峻〉二首 一、聞汝支提住,因人寄軸牋。我今詩廢久,把筆意茫然。 二、石老今詞伯,求詩必此門。梅花明月夜,師去未應煩。                注:石老,林億齡(字大樹,號石川,1496-1568),朝鮮中期中宗、明宗朝文人,有《石川集》。 백광훈 (자는 창경, 호는 옥봉, 1537-1582) "사준스님께 드리는 감사의 시" 두 수 1.듣기에 스님이 사찰의 주지시라고 해서아직 인연에 묶여 있는 제가 서찰을 올립니다저는 이제 시를 접은 지 이미 오래여서붓을 잡으려 하니 생각이 막연합니다 2.석천노인이 지금 시단의 어른이니시를 배우려면 꼭 그 문을 통해야 한답니다밝은 달 아래 매화꽃 핀 밤에스님이 가 주시면 성가시다 하시지 않겠지요            주: 석천노인은 조선 중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