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3

국가가 참회할 날은

국가가 참회할 날은 정부가 한편으로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민이나 노동자의 항의를 억누르면서, 한편으로는 서슴지 않고 위법과 범법을 행하는 일이 흔히 보인다. 심지어는 법집행의 최전선을 담당해야 하는 경찰이나 검찰조차 스스로 법을 어긴다는 비판이 아우성을 이룬다. 법을 어기는 사람을 벌하기 위해서 정부가 법을 어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들여다보면 법을 어기는 정부도 문제지만, 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민주의식이나 정의감의 부재 역시 참 어려운 문제이다. 내 가게를 빼앗긴 게 아니고 내 남편이 불에 타 죽은 게 아닌데 내가 나설 필요가 있겠나, 나섰다가 나만 바보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정도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수수방관에서부터, 그래그래, ..

에세이 2010.01.31

과거시험은 원래 '없는집' 등용문이었다

과거시험은 원래 '없는집' 등용문이었다 북송의 과거제도를 조선은 핵심을 뺀 채 도입했다. 빈한한 집의 자제를 선발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잘나가는 집안에 적극적 불이익을 줬다. 부유층 자제를 일류대 입시에서 배제한다면 위헌결정 뻔하지만 돈이 없다고 교육기회 불이익 주는 일 또한 있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과거시험을 통해 인재를 등용한 조선의 제도는 북송에서 받아왔고, 지금까지도 대학 입시로 이어져 그 큰 틀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과거시험과 비슷한 몇 가지 시험이 결국 출세의 열쇠라고 믿고 있지 않은가. 단지 대학입시 때문에 사회전체가 몸살을 앓는다는 건 교육이 그때보다 보편화되었고, 시험을 통해 출세하려는 인구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일 뿐이다. 노력해서 자기 발전을 꾀..

에세이 2010.01.28

마호메트만평과 공자(孔子)

마호메트만평과 공자(孔子) 놀란 가슴, 아픈 마음을 다독이고 쓸어내리는 게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탓인지 이제 웬만한 일은 걱정도 감동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새 마음이 무디어진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소중해졌다. 마음이 무디어지면 곧 굳어지고, 굳어지면 돌이켜볼 기회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호메트만평”이라고 알려진 서유럽과 이슬람세계의 충돌은 우리의 마음을 다시 비추어보게 하는 좋은 기회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재현조차 금기시 되어있는 마호메트를 두건을 쓰고 폭탄까지 지닌 모습으로 희화한 만화를 실어 사건의 단서를 제공한 덴마크의 신문이나, 그렇다고 만화가와 신문 편집자의 목숨에 현상을 거는 등 폭력적인 소요를 조장하는 일부 이슬람교 성직자나, 세계의 평화를 ..

에세이 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