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3

감사의 기도 (Prayer of Thanksgiving)

마나님을 친정으로 보내놓고 혼자 (정확하게 말하자면 멍멍이 리오와 둘이 코를 비벼대며) 추수감사절 휴일을 보냈습니다. 감사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 찬찬히 감사하고 싶은 일들, 사람들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감사의 기도를 쓰게 되었습니다. 내친 김에 우리말로 한 번, 영어로 한 번 썼네요. "감사의 기도" 손에 든 이 우산을 감사하게 하소서, 나의 주님, 빗속에 있는 이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안식을 주는 이 집을 감사하게 하소서, 나의 주님, 매서운 바람 속에 내몰린 이들을 생각하게 하소서. 이 음식을 감사하게 하소서, 나의 주님, 배고픈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게 하소서. 이 건강을 감사하게 하소서, 나의 주님, 병중에 아파하는 이들을 위로하게 하소서. 할 일이 있음을 감사하게 하소서, 나의 주님, 생계가 없는..

에세이 2012.11.25

맥주이야기 #2: "수직경험(Vertical Experience)"

맥주이야기 #2: "수직경험(Vertical Experience)" 가을이 깊어가던 지난 시월, 로스앤젤레스까지 자동차로 여행을 하면서 치코라는 곳에서 하루 저녁을 지냈다.  나 사는 곳에서 로스엔젤레스까지는 길을 재촉해 열 대여섯 시간을 내리 운전한다면 하루에 다다를 수도 있는 거리이다.  그러나 그건 젊어 힘이 넘치던 시절에나 어울리는 일, 어디선가 하루를 지내고 가는 게 지금의 내 처지에 어울리는 무리없는 일정으로 보였다.  어디서 하루를 쉬고 갈 것인지를 정하는 일이 있었을 뿐, 하루에 내쳐 간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여행일정을 정하는 방법은 대개 둘 뿐이다.  특별한 이유나 사정이 없을 땐 그저 발길 닿는 곳으로 가면서 해 떨어질 때쯤 적당히 잠자리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빠듯한 ..

에세이 2012.01.27

"명명박박"이라는 꼼수

"명명박박"이라는 꼼수 "명명박박"이라는 말이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만들어졌었다는 사실이 아직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전과기록이 열 번도 넘는다는 소문조차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지, 지난 번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은 이명박후보를 선택했다. 결과론으로 보면, 무엇에 홀렸는지, 아니면 무엇에 정말 큰 불만이 있었는지, 엉뚱한 선택을 했달 수밖에 없다. 나같은 책벌레는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지만 소문의 수준을 넘어 실제의 기록으로, 심지어 자신이 등장하는 동영상으로 명백하게 드러날 구린 구석이 상당하게 있는데도 출마했다는 사실에서 나는 만용과 무감각의 중간 어디쯤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그리 어렵지 않게 국민의 선택을 받았으니 참새가 감히 봉황의 뜻을... 운운하는 말..

에세이 2011.11.11

"일기가성 명박상득"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1년 1월 5일자에 실렸다고 합니다.] "일기가성, 명박상득" 청와대가 새해를 내다보며 ‘일기가성’(一氣呵成)이라는 성어를 내놓았다. 마음이 서늘해지는 낙담을 느낀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사자성어’가 유행한다. 연말연초에는 시의적절한 한자성어를 선택하고 사색하는 일이 약방의 감초 같은 이벤트가 됐다. 이 한 해의 성어를 발표하면, 이제 그 소식이 중국의 매체에까지 소개된다. 이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첫째, 교수들은 거의 매년 흔히 접할 수 없는 성어를 찾아낸다. 중국 고전문학과 사상사를 전공한 나조차도 출전이 막막한 경우가 많다. 2010년의 성어 역시 그랬다. “머리를 숨기기에 급급해 미처 꼬리를 감추지 못한다”는 뜻의..

에세이 2011.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