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逌根
〈子規樓〉
子規樓即寧越府賓館之西樓也。舊號梅竹軒,其地多子規,每春夜月白山空,悲鳴徹曉,聞者悽感。端廟之駐蹕賓館也。聽子規聲聖心輒不樂,必出御西樓徬徨,不能定心也。御題子規詩二首,今奉安于樓上,遂以為樓名云。
空山寂寂水悠悠,
殿閣荒凉已暮秋。
從古禪傳同獘屣,
如今象設儼珠旒。
雲鄉痛哭歸仙仗,
天末傷心有古樓。
事去人間無限恨,
非關蜀魄夜啾啾。
注:寧越郡南面菊芝山下之清泠浦為朝鮮六代國王端宗謫居之地,流配當年(世祖二年,1456)夏洪水泛濫,移居寧越府觀風軒,子規樓在觀風軒之東側。昱年世祖賜死,時端宗年僅十七。傳〈子規詩〉、〈子規詞〉。三句用《孟子·盡心上》:「舜視棄天下猶棄敝蹝也」句意。〈敝蹝〉或作〈獘屣〉。
김유근
"소쩍새 누각 子規樓"
소쩍새 누각 자규루는 영월부 손님 숙소의 서쪽 누각입니다. 옛날의 호칭은 매죽헌이었는데 그곳은 소쩍새가 많아 봄날 밤 흰 달이 빈 산을 비출 때면 새벽까지 밤이 새도록 슬프게 울어 듣는 사람이 처량함을 느낍니다. 단종임금께서 행차해 머물러 계셨던 곳으로, 소쩍새 울음소리를 들으시면 임금의 성심이 즐겁지 않으셔서 반드시 서쪽 누각으로 나와 방황하셨고 마음을 다스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임금께서 쓰신 소쩍새 시 두 수가 지금 누각의 위층에 봉안되어 있고, 그래서 소쩍새 누각 자규루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텅 빈 산은 적적하지만
물은 유유하게 흐릅니다
전각은 황량한데
이미 가을이 깊었습니다
예로부터 왕위를 양보해 넘기길
헌신짝 버리듯 했다지만;
지금까지도 면류관 쓴 영정은
장엄하게 모셔져 있습니다
구름이 모이는 곳으로 아프게 울며
신선의 지팡이 짚고 돌아간
하늘 끝에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오래된 누각이 있습니다
일은 지나가도 사람들 사이에
끝이 없는 한이 남지요
촉나라 혼백은 아는지 모르는지
밤마다 소쩍소쩍 울어 댑니다
주: 영월군 남면 국지산 아래 청량포는 조선의 여섯 번째 왕 단종이 유배되어 산 곳입니다. 단종은 유배되던 세조2년(1456) 여름 홍수로 그곳이 물에 잠기자 영월부의 관풍헌으로 옮겨 지냈습니다. 소쩍새 누각 자규루는 관풍헌의 동쪽에 있었습니다. 단종은 유배된 다음 해 세조의 사약을 받았는데 당시 열일곱의 어린 나이였습니다. "소쩍새 시"와 "소쩍새 사"가 전합니다. 마지막 구절의 "촉나라 혼백"은 소쩍새의 다른 이름입니다. 촉나라 왕이었던 두우(杜宇)는 망제(望帝)라고 불렸는데, 그가 죽은 후 소쩍새가 되어 울었고, 촉나라 사람들은 소쩍새 소리를 들으면 망제를 생각했다고 전합니다. 세째 구절은 《맹자孟子·진심盡心》편 "순임금은 천하를 버리는 것을 헌신짝 버리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구절의 뜻을 사용합니다.
(반빈 역)
Kim Yu-gūn
"The Cuckoo Pavilion"
The Cuckoo Pavilion is the building in the west of the guest house in Yōng-wōl. The original name of it was the Studio of Plum and Bamboo. The place abounds in cuckoos, which cry sorrowfully through the daybreak in spring nights when bright moonlight shines on empty mountains. It is the guest house where King Dan-jong stayed. The king, displeased to hear the cuckoos cry, would always wander out to the pavilion on the west, but was unable to calm his heart. Two poems on the cuckoos written by the king are now stored on the upstairs of the pavilion. That is how the pavilion was named.
The empty mountains are quiet and desolate,
And the water flows carefree.
The buildings are bleak
As it is already deep in autumn.
From antiquity, the throne was abdicated
Just like throwing away tattered shoes;
Even now the portrait dedicated
Is stately with a jeweled diadem.
The soul returned on an immortal's cane,
Wailing with grief, to where the clouds assemble;
An old pavilion stands,
Paining my heart, at the sky's edge.
The affairs may have been over,
But limitless regrets linger amidst the people.
Mindful or not, the soul of Shu cries
Cuckoo, cuckoo, night after night.
Notes: Chōng-nyang riverside under the Kuk-chi mountain in Yōng-wōl was the place where the sixth king of Chosōn, Dan-jong, lived in banishment. In the same year of his banishment (1456), the place was flooded, and he was moved to Kuan-p'ung Studio in Yōng-wōl Prefecture. The Cuckoo Pavilion was located in the east of the studio. He was ordered to death in the following year by King Se-jo, when the deposed king was only 17 years old. Two poems on the cuckoos were credited to him. The last line alludes to the story of Du Yu, a king of Shu, who was transformed into a cuckoo after death. People of Shu were reminded of the king by cuckoo's cries. Line #3 alludes to the phrase in the Jinxin Chapter of the Mencius, which says that Shun treated abdication of the world just like throwing away worn-out shoes.
(H. Rhew, 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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