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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림"

〈候春〉 收視探聽百舌飛, 窗邊靜坐撫清暉。 暗香浮動微風裏, 策杖尋花醉步歸。 (壬寅大寒) 반빈 "봄을 기다림" 시선 거두고 귀 기울여 종달새 날아오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창가에 조용히 앉아 맑은 햇빛을 쓰다듬습니다 그윽한 향기가 산들바람 속에서 두둥실 떠오르면 지팡이 짚고 꽃을 찾아나서 취한 걸음으로 돌아옵니다 (임인년 대한에) H. Rhew "Awaiting Spring" I withdraw my sight, and strain my ears To listen to the flight of larks. Sitting quietly by the window, I caress the limpid sunshine. When surreptitious aroma Floats in the breeze, I go out..

시선(詩選) 2023.02.03

김정희,"백탑"

金正喜 〈白塔〉 一野如盃大, 四天圍客低。 聊應支宇宙, 行可表東西。 百里鈴聲聞, 八稜神物齊。 嵬勳曾並屹, 今古絕攀躋。 注:散布在中國、朝鮮的多數白塔中,這首詩之題材似乎是遼陽白塔。尾聯似乎指功勳未能受到公允評價之歷史人物。但遼陽白塔在性格及結構設計上是佛塔,並無涉及特定歷史人物。考慮與白塔之距離,明末防守山海關之袁崇煥(1584-1630)或許是尾聯所指。 김정희 "백탑" 펼쳐진 들판이 술잔만 해 보이고 나그네를 둘러싼 하늘도 나지막합니다 그럭저럭 우주를 받치고 오갈 때 이정표가 되기도 하네요 백 리 밖까지 종소리가 들리고 여덟 모서리 사이로 신선이 나란합니다 드높은 공훈이 함께 솟아 있었다는데 지금이나 옛날이나 오르는 사람은 끊겼습니다 주: 백탑이라 불릴 만 한 흰색의 탑은 여러 지역에 있지만, 이 작품의 소재는 중국 요양(遼陽..

"하늘 아래를 두루 노닐 수 없는 역마"

半賓 〈驛馬星不能遊天下〉 早得卜閒言, 相星如驛馬。 番邦奈植根, 無望遊天下。 (壬寅小寒,應以下、馬二字為韻作五絕之命題) 반빈 "하늘 아래를 두루 노닐 수 없는 역마" 오래 전 점쟁이의 쓸데없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내 별을 살펴보니 역마와 닮았다고 했어요 오랑캐 나라에 어쩔 수 없이 뿌리가 내려 하늘 아래를 두루 노니는 건 기대 밖입니다 (임인년 소한에 아래 하下, 말 마馬 두 글자를 운으로 오언절구를 지으라는 과제에 응합니다) H. Rhew "A Post Horse Unable to Roam Freely" It's been a long time, since I heard The useless words from a diviner, That perusing my star, He found it resemblin..

시선(詩選) 2023.01.31

김정희,"부왕사"

金正喜 〈扶旺寺〉 看山何處好, 扶旺古禪林。 日落峯如染, 楓明洞不陰。 鍾魚來遠近, 禽鳥共幽深。 漸覺頭頭妙, 靈區愜道心。 김정희 "부왕사" 산을 보려는데 어느 곳이 좋지요 오래 된 선사 부왕사이지요. 해 떨어지면 산봉우리가 물드는 듯하고 단풍이 밝으니 숲 속도 그늘지지 않습니다 물고기 모습의 당목이 멀리로 가까이로 종을 울리고 온갖 새들 깊고 그윽한 곳을 서로 나눕니다 점차로 모든 게 하나하나 묘하다는 걸 느끼니 영이 깃든 이 곳이 도를 찾는 내 마음을 기쁘게 합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Pu-wang Temple" Which place might give the best view of mountains? It is the place of meditation, Pu-wang Temple. ..

"임인년 섣달 그믐에 친구 수진을 그립니다"

半賓 〈壬寅除夕懷秀鎮〉 已料退休延笑顏, 三千里土約消閒。 鬱陵屈鴨濟州島, 冠岳清溪智異山。 下雪奔馳玩滑降, 四時漫步喜登攀。 請君且恕歸來慢, 我欲偕遊盼速還。 自注:頷聯用韓國三島三山名,掘業島,金正浩《大東地志》稱屈鴨島,名甚美,此從原。 반빈 "임인년 섣달 그믐에 친구 수진을 그립니다" 은퇴를 하면 얼굴에 웃음 머금을 걸 벌써 알고 있었습니다 삼천 리 땅이 모두 한가한 시간을 보내러 오라고 하겠지요 울릉도, 굴압도에서 제주도까지 관악산, 청계산에서 지리산으로 눈이 내리면 내달리며 미끄러져 내리는 걸 즐기고 사시사철 천천히 걸으며 오르는 기쁨을 찾으시지요 내가 돌아가는 게 늦어지는 걸 제발 이해해 주세요 나도 함께 노닐기 위해 어서 그리로 가기를 기다립니다 주: 둘째 연 세개의 섬과 산의 이름 중 굴업도(掘業島)는 김..

시선(詩選) 2023.01.28

"팔랑개비"

반빈 "팔랑개비" 집 앞 뜰에 이 작은 팔랑개비를 세워둔 사람들은 지나다니는 이웃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려는 건지 자신들도 이렇게 예쁘다고 뽐내고 싶은 건지 산들바람을 자기들 삶에 끌어들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묻지 않아도 좋을 걸 자꾸 찾아 물으려 하는 어줍지 않은 시인에게 자긍심을 주려는 것인지 (계묘년 초닷새) H. Rhew "A Pinwheel" The people who put up This tiny pinwheel On their front yard— Are they trying to lighten up Footsteps of neighbors passing by? Being uppish that They too are as pretty as this? Trying to let the breeze ..

시선(詩選) 2023.01.27

김정희,"가을밤 연생과 함께 짓습니다" 두 수의 둘째

金正喜 〈秋夜與蓮生共賦〉二首之二 十年覃老想, 忽若現鬚眉。 定結三生業, 翻從萬里知。 詩龕香瓣古, 書帕石帆遲。 佛墨參禪罷, 幽情更湊時。 김정희 "가을밤 연생과 함께 짓습니다" 두 수의 둘째 십 년을 담계노인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홀연히 그 수염과 눈썹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분명 전생, 현세, 미래, 삼생의 업으로 맺어졌음을, 어찌어찌 만 리 밖에서 알게 됩니다 시 상자에 향기로운 꽃잎 담긴 지 오래지만; 글씨 보자기에 싼 귀한 선물은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시 짓고 글씨 쓰는 참선이 끝나면 깊숙한 정이 다시 모일 때이겠지요 주: 첫 구절의 담노인(覃老)는 옹방강 (翁方剛, 1733-1818)을 지칭합니다. 추사는 24세인 1809년 동지겸사은부사로 북경에 가는 부친과 동행했을 때 만난 옹방강을 평생의 스승으로 ..

김정희,"가을밤 연생과 함께 짓습니다" 두 수의 첫째

金正喜 〈秋夜與蓮生共賦〉二首之一 酒熟花初發, 詩情俱在眉。 異苔同石喜, 各夢共床知。 蛩雨青燈暗, 雁霜赤葉遲。 重陽看漸近, 又是把盃時。 김정희 "가을밤 연생과 함께 짓습니다" 두 수의 첫째 술도 익고, 꽃도 피기 시작하니 시에 담을 마음이 모두 눈썹 사이에 있습니다 같은 돌 위에 다른 이끼가 섞인 것처럼 기쁘지만; 한 침대에서 각각의 꿈을 꾼다는 것도 압니다 비 섞인 귀뚜라미 소리 속에 푸른 등불이 어둑하고 서리 내린 기러기 아래 붉은 단풍이 머뭇거립니다 보아하니 중양절이 점차 가까워 오고 있네요 또 술잔을 잡아당길 때입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Composed with Yon-saeng in an Autumn Night" First of Two Poem As wines mature, an..

"섣달 그믐에 북한산방 여러 군자들을 그리워 합니다"

半賓 〈除夕懷北漢山坊諸君子〉 仙遊臥病剩遲遲, 闊步悠悠不可移。 坊主佛陀光普照, 半賓過客馬無羈。 雲霄故友祈遐福, 山下諸兄摸舊思。 三十餘秋情意摯, 時時引我索尋詩。 반빈 "섣달 그믐에 북한산방 여러 군자들을 그리워 합니다" 신선이 되어 노닐기도, 병들어 눕기도 하고 나머지도 느릿느릿 머뭇거리게 되었지만 긴 세월 여기로 저기로 활보했다는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방주는 부처님 모두를 비추는 빛이고 반쯤 손님인 나는 나그네 고삐 없는 말입니다 하늘 저 높이 옛 친구들이 우리의 오랜 행복을 기도해 주고 산 아래 여러 형님들은 옛 생각을 더듬습니다 서른 번 넘게 가을이 왔다가는 동안 생각이 간절해져서 때때로 나를 끌어내어 시를 찾아 서성이게 합니다 H. Rhew "Longing for Gentlemen of Bukhans..

시선(詩選) 2023.01.24

김정희,"자하에게 그림을 돌려주며 씁니다"

金正喜 〈歸畫於紫霞仍題〉 我雖不知畫, 亦知此畫好。 蘇齋精鑑賞, 烏雲帖同寶。 持贈霞翁歸, 其意諒密勿。 歎息老鐵畫, 東來初第一。 星原筆鎔鐵, 似若壽無量。 如何須臾間, 曇花儵現亡。 萬里遂千古, 撫畫涕忽泫。 匪傷星原死, 吾輩墨緣淺。 注:紫霞為申緯(1769-1847)之號。三句蘇齋為翁方剛(1733-1818)之書齋。四句烏雲帖指蘇東坡〈天際烏雲帖〉,翁方剛曾為之寫題跋。九句及十五句之星原為翁方剛之子,翁樹崑(1786-1815)。 김정희 "자하에게 그림을 돌려주며 씁니다" 그림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이 그림이 좋다는 건 압니다 그림 감상에 정통한 소재선생님이 '검은 구름 첩'에 버금가는 보물로 여겼는데 귀국하는 자하옹께 선사했다고 하니 그 극진히 여긴 마음을 알겠습니다 노련하고 힘찬 필치가 처음 동쪽 땅으로 온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