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16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2

반빈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2. 노랫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손자가 여전히 품에 있으니 어떻게든 노래는 불러야 합니다 울고 칭얼대는 아이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불편한 것 같을 때 불러주는 노래에는 마술 같은 힘이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이미자로 정훈희로 가보지만 또 도중에 흥얼거려야 합니다 그건 조용필도 마찬가지네요 영어 배운다고 외웠던 노래는 어떨까 궁리도 해보지만 존 덴버도 탐 존스도 하나같이 첫 몇 마디 뿐입니다 밥 딜런은 좀 다를까 기대해 봅니다 몇 해 전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다시 듣고 읽고 했으니 좀 나을까 해서요 바람 속으로 날려보내는 전쟁, 평화에 대한 그의 질문을 고전한시로 옮겨 보라고 문학번역 과목 과제로 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다 소용없어요 도중..

시선(詩選) 2023.01.21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반빈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1.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었네…" 여기서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흥얼거리며 얼버무릴 수 밖에 없는 게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물론 이제 한돌을 지내는 아가에게는 할배가 이런다고 뭐 그리 이상할 게 없겠지요 노랫말이 가물거려 이런다는 건 모를 겁니다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삼사 십 년 전이기는 했지만 내 딸들을 안고서는 끝까지 불렀던 것 같아요 정성을 들이고 감정을 살려서 혹시 잘 자라는 데 도움이 될까 열심히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낳은 아이를 안고 부르는 지금은 왜 노랫말이 첫 서너 마디만 생각나지요 아아, 그건 나중에 나온 노래라 그래 우리가 그 때는 국민학교라고 했던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아직 없던 노래라..

시선(詩選) 2023.01.20

"추운 겨울날 한 돌 외손자를 안고서"

半賓 〈嚴冬抱一歲外孫〉 諷誦小兒歌, 有求皆許下。 氣寒屋裏看, 窗外飛雲馬。 (壬寅小寒,應以下、馬二字為韻作五絕之命題) 반빈 "추운 겨울날 한 돌 외손자를 안고서" 어린아이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원하는 건 모두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날이 추워 집 안에서 내다 보니 창 밖으로 구름이 말 달리듯 날아다닙니다 (임인년 소한에 아래 하下, 말 마馬 두 글자를 운으로 오언절구를 지으라는 과제에 응합니다) H. Rhew "Holding a Grandson on a Cold Winter Day" Murmuring children's songs I promise that I will give anything you want. The weather is cold, and I look out from inside. Outside..

시선(詩選) 2023.01.19

김유근,"추사를 그리워 합니다"

金逌根(1785-1840,朝鮮王朝後期文人, 政治人物,號黃山) 〈懷秋史〉 論交在少日, 知子已文明。 愽古源流遠, 師心筆勢橫。 追隨惟我輩, 齮齕足平生。 嗜好元相別, 今人何苦爭。 김유근 (1785-1840) "추사를 그리워 합니다" 우리가 처음 사귄 건 어린 시절 그 때 이미 그대가 글에 밝다는 걸 알았습니다 옛일에 해박해 근원과 흐름을 멀리까지 알았고 마음에게서 배우니 붓의 기세에 거침이 없었지요 배워 따르는 건 우리들 뿐이고 물고 뜯는 무리는 평생을 채웁니다 좋아하는 건 본래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왜 애써 다투려고만 하지요 (반빈 역) Kim Yu-gun (1785-1840) "Remembering Kim Chong-hui" We were very young when we got to kno..

곤잔,"산고수장도에 붙입니다"

髡殘 〈山高水長圖〉之畫題 聳峻矗䒶表, 浩瀚周地軸。 溪雲起淡淡, 松風吹謖謖。 樂志于其間, 徜徉豈受縛。 兩雙青草鞋, 幾間黃茅屋。 笑看樹重重, 愛茲峯兀兀。 山高共水長, 鶴舞與猿伏。 可以立腳根, 方此對衡麓。 注:首句䒶,古天字。末句衡麓,官名,亦作衡鹿,守護山林之官。 곤잔(1612-74) "산고수장도에 붙입니다" 늠름하게 우뚝 서 하늘 밖까지 치솟아 올라 끝없이 펼쳐진 주위 들판의 축입니다 시냇물에서는 구름이 아련히 피어 오르고 소나무 숲에서 바람이 솔솔 불어옵니다 이 속에서 즐거움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한가로이 거니는데 어떻게 묶일 수가 있나요 푸른 풀로 삼은 미투리 두어 켤레 누런 초가지붕 아래 방 몇 칸 겹겹 둘러싼 나무숲을 웃으며 바라보고 흔들림 없는 봉우리에 마음을 줍니다 산은 높고 물은 길고 학은 춤추고 원..

시선(詩選) 2023.01.16

김정희,"제목은 잃었습니다" 두 수 중 둘째

金正喜 〈失題二首〉之二 萬里論交事亦奇, 廿年離緒數行詩。 書從落鴈天邊寄, 夢繞扶桑海外枝。 文字古來通遠域, 身名老去負清時。 弓衣傳唱知多少, 肯為都官理繡絲。 김정희 "제목은 잃었습니다" 두 수 중 둘째 만 리 밖에서 친분을 나누다 보니 놀라운 일이 있네요 이십 년 헤어져 산 정이 몇 구절의 시에 담겼습니다 서찰이 기러기 내려앉듯이 하늘 끝에 다다르니 꿈이 서로 기대는 부상(扶桑)나무를 맴돌다 바다 건너로 가지를 뻗습니다 글이라는 게 예로부터 먼 지역을 연결하지만 몸은 늙어가며 좋은 시절을 저버립니다 활집에 담겨 전달된 나라의 부름을 벌써 몇 번이나 받았습니까 판서나리 관복에 어떻게라도 수를 놓아드리고 싶습니다 주: 네째 구절의 부상(扶桑)은 푸른 바다 한가운데 있는 지역의 이름인데 부상이라는 나무가 많아서 그..

김정희,"제목은 잃었습니다" 두 수 중 첫째

金正喜 〈失題二首〉之一 蘭雪文章老更奇, 今春寄我自題詩。 黃鐘大呂中和律, 碧樹珊瑚錯落枝。 小別桑田如昨日, 重逢飯顆定何時。 故人衰謝年年甚, 面皺雞皮鬢鷺絲。 注: 首句蘭雪為清吳嵩梁(1766-1834),由翁方剛(1733-1818)開始之交遊持續了平生。第六句〈飯顆〉,為相傳位於長安附近之山名。事出自李白,〈戲贈杜甫〉:「飯顆山頭逢杜甫,頂戴笠子日卓午。借問別來太瘦生,總為從前作詩苦。」 김정희 "제목은 잃었습니다" 두 수 중 첫째 난설선생의 글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놀라워지는데 스스로에게 낸 과제로 시를 지어 올봄에 내게 보내왔습니다 음률과 언어가 황종과 대려로 크고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여러 재주가 산호의 붉고 푸른 가지처럼 섞여 어우러졌습니다. 상전창해에서 잠시 이별한 것이 마치 어제의 일 같은데 반과산에서 다시 만나 시 ..

"처음 만난 후 어느 덧 한 갑자 가까이 지났습니다"

半賓 〈相識近一甲子了〉 攜手覓青梅, 嘻嘻騎竹馬。 成親越四旬, 快活仍心下。 (壬寅小寒,應以下、馬二字為韻作五絕之命題) 반빈 "처음 만난 후 어느 덧 한 갑자 가까이 지났습니다" 손 잡고 파란 매실을 찾아다니고 히히덕대며 죽마를 타고 놀았지요 부부로 한 몸이 된지 사십 년이 넘었는데 즐거움이 여전히 마음에 가득합니다 (임인년 소한에 아래 하下, 말 마馬 두 글자를 운으로 오언절구를 지으라는 과제에 응합니다) H. Rhew "It's Been Nearly a Full Sexagenary Cycle Since We Met" Holding hand in hand, We searched for green plums. Laughing hee-hee, we shared the childhood, Riding on bam..

시선(詩選) 2023.01.12

김정희,"어쩌다 그림 '시를 찾아서'에 붙입니다"

金正喜 〈偶題尋詩圖〉 尋詩何處好, 詩境畫中深。 散慮延遐想, 忘言待好音。 枕書交竹色, 下榻借桐陰。 舊雨成天末, 難為萬里心。 김정희 "어쩌다 그림 '시를 찾아서'에 붙입니다" 시를 찾으려는데 어디가 좋을까요 시의 경지는 그림 속이 깊지요 염려를 흩트리니 먼 생각으로 이어져 언어를 내려놓고 좋은 소리를 기다립니다 책을 베개 삼아 대나무의 색과 마음을 나누고 몸을 눕히려 오동나무 그늘 신세를 집니다 옛 친구들이 하늘 끝에 있어 만 리 밖으로 마음을 전하기 어렵습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Inscribed by Chance on a Painting, 'Searching for Poems'" To search for poems, what shall be good places to go? The p..

"인백(因百鄭騫)스승님과 사모님에 대한 추억 하나"

半賓 〈憶因百師與師母一則〉 買冊唐詩三百首, 老師得意惱師母。 「平生讀寫目光凝, 論語君知家已有。」 반빈 "인백(因百鄭騫)스승님과 사모님에 대한 추억 하나" 《당시삼백수 唐詩三百首》 한 권을 사 들고 오셔서 만족스러우셨던 선생님 그래서 화가 나셨던 사모님 "한 평생 읽는다 쓴다 눈빛을 흐리게 만들지 않았어요 당신 아시지요 《논어 論語》는 집에 이미 있어요" H. Rhew "A Memory of My Teacher Zheng Qian and Mrs. Zheng" Having brought home he bought, A copy of the Three Hundred Tang Poems, My teacher Zheng Qian was so pleased, And that infuriated Mrs. Zheng. ..

시선(詩選) 2023.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