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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제목은 잃었습니다"(오언율시)

金正喜 〈失題〉(五律) 庭陰濃欲滴, 歲月已侵尋。 幽竹憐王子, 朱華憶謝臨。 病違雙蠟屐, 情重異苔岑。 不有郵筒過, 誰破寂寥心。 注:頷聯〈王子〉為王羲之之子王徽之,甚愛竹,「何可一日無此君」為其傳世名言。「謝臨」為謝靈運,曾任臨川太守。 김정희 "제목은 잃었습니다"(오언율시) 정원의 그늘이 짙어져 물방울처럼 듣는 듯하고 세월은 조금씩 흐르고 또 흘렀습니다 그윽한 대나무 숲 왕희지의 아들이 그립고 붉은 꽃밭에서는 사령운을 기억합니다 몸이 병들어 초를 먹인 나막신을 멀리하지만 정 때문인지 여러가지 이끼들이 다 소중합니다 시를 담은 편지 봉투가 오지 않는다면 누가 이 적적한 마음을 없애 주겠습니까 주: 세째 구절은 왕희지(王羲之, 303-361)의 아들 왕휘지(王徽之, 338-386)를 이야기하는데, 그는 하루도 대나무 없이..

"세모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半賓 〈歲末思先母〉 四十六加四十六, 未知天命能瞑目。 如今遐想九旬娘, 善美當先廿八宿。 (壬寅十二月底) 반빈 "세모에 먼저 가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사십 육 년에 또 사십 육 년이 더해집니다. 하늘의 명을 아는 나이가 되기도 전에 눈을 감으실 수 있으셨나요 지금 아득히 멀리 구순의 어머니를 상상해 봅니다 좋으심과 아름다우심에서 물론 온 하늘 스물여덟 별자리에서 제일이시지요 (임인년 마지막 달 말에) H. Rhew "Thinking of My Late Mother at Year's End" On forty-six years, Forty-six more years have been added. Could you close your eyes Before reaching the age of knowing heav..

시선(詩選) 2023.01.06

김정희,"아버지를 모시고 삼막사에 가는데..."

金正喜 〈陪家君上三藐寺,仲弟及金季良、咸聖中偕之。時雪庵、懶雲二釋亦不期而至,皆近日名宿也。〉 招提一宿喜歡緣, 雙袖天風慾界仙。 青白蓮交呈氣象, 百千海攝現澄圓。 往來方便飛雲屐, 撥轉機鋒瀹月泉。 紅日樓前如鼓大, 無量壽相是中邊。 김정희 "아버지를 모시고 삼막사에 가는데 둘째 아우와 김계량, 함성중이 동행했습니다. 때마침 설암, 나운 두 분의 스님이 약속도 없이 왔습니다. 모두 요즈음 명망 있는 학자들입니다." 절에서의 하룻밤 즐겁고 기쁜 인연입니다 두 소매에 하늘바람이 가득해 신선의 경계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희고 푸른 연꽃이 번갈아 이곳의 기운을 드러내고 백 겹 천 굽이 바다가 감싸 안은 듯 맑고 모서리 없음을 보여줍니다 편한 대로 오고 가려고 날아다니는 구름을 나막신 삼고 뾰족한 붓끝을 밀고 돌리려고 달빛 어린 샘..

"세모에 먼저 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半賓 〈歲末思先父〉 遠遊萬里又無方, 只在懷中念不忘。 一日匆匆離去後, 微風雨夜臥虛堂。 注:首句用《論語 · 里仁》:「父母在,不遠遊,遊必有方。」 (壬寅十二月底) 반빈 "세모에 먼저 가신 아버지를 생각합니다" 멀리 만 리 밖까지 떠나왔을 뿐 아니라 어떤 방도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마음 속에서 잊지 않고 그리워 할 뿐이었지요 어느 날 서둘 듯 떠나가신 후에는 바람 조금 불거나 비 오는 밤이면 텅 빈 방에 홀로 눕습니다 주: 첫 구절은 "부모가 계시면 멀리 여행하지 말아라. 여행할 때는 꼭 방도가 있어야 한다 父母在,不遠遊,遊必有方。"는 《논어 論語 · 이인 里仁》 공자님의 말씀을 이용합니다. (임인년 마지막 달 말에) H. Rhew "Thinking of My Late Father at Year's End"..

시선(詩選) 2023.01.02

김정희,"그냥 짓습니다"(칠언고시)

金正喜 〈偶作〉(七古) 朱鳥天邊大海湄, 神山蜿蜒走西支。 野中小治僅如斗, 青石郭連短竹籬。 汞鉛寶氣青霞碣, 松竹勁節東門祠。 人家盡依壽星下, 水仙千朵復萬枝。 元祐罪人惠州飯, 笠屐風雨忘居夷。 島童海丁近相熟, 有時叩玄兼問奇。 獨豹勝似花豬肉, 麥麵新醅酒一鴟。 五雲多處夢如縷, 破悶春山橫翠眉。 김정희 "그냥 짓습니다"(칠언고시) 붉은 새 하늘 끝 큰 바닷가로 날고 신령한 산 구불구불 서쪽으로 뻗어 갑니다 들 한가운데 조그만 고을은 고작 한 말이나 될까 싶은데 퍼런 돌담이 낮은 대나무 울타리로 이어집니다 푸른 안개 속 돌하르방이 신선 수련의 귀한 기운 속에 있고 소나무와 대나무의 절개가 동문선생 사당에 가득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장수 노인들에게 의지하고 수선화 천 송이가 만 줄기로 다시 태어납니다 송나라 원우 연간에 혜..

"타향"

半賓 〈他鄉〉 迤邐半生三四國, 稱之祖母滿洲域。 親朋雖少適為詩, 何不消愁揮醉墨。 (壬寅冬至) 반빈 "타향" 삶의 반을 이리로 저리로 서너 나라를 옮겨 다니며 살았습니다 내 할머니는 그걸 모두 만주땅이라고 부르셨지요 친지와 친구들이 적기는 하지만 시를 쓰기에는 좋습니다 술기운에 기대 붓을 휘둘러 아쉬움을 날려보내면 어떻습니까 (임인년 동짓날) H. Rhew "Away from Home" In this half of my life, I meandered Through three or four countries. My grandma call all of them The Manchu region. Friends are few and far between, But conducive to writing poetry...

시선(詩選) 2022.12.30

김정희,"그냥 짓습니다"

金正喜 〈偶作〉 不算甛中與苦邊, 天風一笠亦隨緣。 飄零白髮三千丈, 折磨紅塵六十年。 我愛沈冥頻中聖, 人憐遠謫漫稱仙。 蹣跚簷底時行藥, 消受茶罏伴篆烟。 김정희 "그냥 짓습니다" 달콤함의 가운데이거나 씁쓸함의 곁이거나 가리지 않았습니다 하늘 가득한 바람 속에 삿갓 하나 쓰고 그저 인연을 따라 다녔지요 흩날리는 백발이 삼 천 장이라고 하더니 고생스러운 홍진세상에서 육 십 년을 삽니다 나는 남모르게 지내는 걸 좋아하고 늘 맑은 술에 홀리지만 사람들은 멀리 귀양 온 걸 가련히 여기는지 하릴없이 나를 신선이라 부릅니다 때로는 처마 밑을 뒤뚱뒤뚱 다니며 약초를 심기도 하고 차 끓이는 화로를 지키며 옛 글자 모양으로 맴도는 연기를 즐기기도 합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Composed for No Parti..

"고향"

半賓 〈故鄉〉 僅於遊子時追憶, 或許亦留偏膳食。 夢境迢迢已不明, 童年赤腳非回得。 (壬寅冬至) 반빈 "고향" 오직 떠돌이들 때때로 하는 추억 속에 있을 따름입니다 어쩌면 음식의 입맛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네요 머나먼 꿈의 세상 흐릿해진지 이미 오래이고 어린시절 맨발의 나로 되돌아 갈 수는 없겠습니다 (임인년 동짓날에) H. Rhew "Home" It is only in the occasional Memories of drifters. Yes, it could remain In the palate of food, too. The realm of dreams Is already faintly remote, And there is no returning To the barefooted me in my childh..

시선(詩選) 2022.12.27

김정희,"제목은 잃었습니다"

金正喜 〈失題〉 我家金鯽舊橋東, 紅者開兼白者同。 獨對水仙支瘦臘, 未從玉妃笑春風。 夢迴淺水黃昏際, 吟斷荒村暮雪中。 近聞虎兒詩意足, 鄉園物色漫書空。 注:兩句出處值得注意。第四句「玉妃」指梅。陳與義,〈和張矩臣水墨梅〉說:「粲粲江南萬玉妃,別來幾度見春歸。」。第五句用林逋,〈山園小梅〉說:「疏影橫斜水清淺,暗香浮動月黃昏。」林逋〈疏影〉、〈暗香〉為梅花之比喻。金正喜二句中除此二語,僅用其剩餘,值得注意。 김정희 "제목은 잃었습니다" 우리 집 금붕어가 있는 오래 된 다리 동쪽에 붉은 매화가 피면서 함께 흰 꽃도 피었습니다 춥고 메마른 섣달을 견딘 수선화를 홀로 마주하면서 봄바람을 보고 웃는 옥 왕비 매화꽃을 따라 웃지 않습니다 얕은 맑은 물가 노란 달무리 지던 때로 꿈이 되돌아 가고 황량한 마을 내리는 저녁 눈 속에서 읊던 시를 멈춥니다..

"뉴튼이 일어섰습니다"

半賓 〈牛頓站立了〉 不起微身如氣絕, 膽寒頃刻將臨別。 今朝自站自徘徊, 感愧時悲時喜悅。 (壬寅冬至前二日) 반빈 "뉴튼이 일어섰습니다" 조그만 몸뚱이를 일으키지 못하고 숨이 거의 끊어지는 듯 했습니다 이제 곧 헤어져야 하는 건 아닌지 간담이 서늘했어요 오늘 아침에는 스스로 일어서서 스스로 뱅뱅 도네요 금세 슬퍼했다 금세 기뻐하는 내가 감사한 마음 중에도 조금 부끄럽습니다 (임인년 동지 이틀 전) H. Rhew "Newton Stands Himself up" Being unable to raise up his own tiny body, He seemed close to breathing his last breath. I was terrified by the thought Of imminent farewell. ..

시선(詩選) 2022.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