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16

김유근,"이가 빠져서 한유(韓愈, 768-824)의 운을 따라 씁니다"

金逌根 〈齒落次韓文公韻〉 念我生之初,豈有一牙齒。 在懷八九月,齒漸生不已。 上齦與下齶,充滿方始止。 堅能嚼木石,動搖心所耻。 無何衰相至,齒落云老死。 舉世同此歎,復何別人己。 酸疼妨溫酒,冷徹難飲水。 豁如溪漲過,落將秋葉比。 摩挲意無窮,不與初毀似。 初毀生猶再,一落固已矣。 我今得中壽,鼎鼎過五紀。 齒之於人也,緊豈同枝指。 性命寓食飲,無齒無所恃。 朵頤對珍羞,相顧一莞爾。 不能咀嚼者,何異糞土視。 安得無堅物,還我少年喜。 少年不可得,存餘益信美。 為次落齒詩,歎息昌黎子。 김유근 "이가 빠져서 한유(韓愈, 768-824)의 운을 따라 씁니다" 이 내 몸이 태어났던 처음을 생각하면 이빨이 어떻게 하나라도 있었을까 부모님 품속에서 여덟 달 아홉 달 후 치아가 차례차례 계속해서 돋아나 위로는 잇몸에서 아래로는 턱까지 꽉꽉 채우고서 비로소 멈추..

김유근,"매화를 보며"

金逌根 〈看梅〉 看梅妙處在黃昏, 雪有微光月有痕。 為底閉門看不徹, 只緣無笑亦無言。 김유근 "매화를 보며" 매화를 보기에 제일 좋은 건 역시 뉘엿뉘엿 지는 햇빛 속에서 눈 위로 어슴푸레 빛이 비치고 달빛이 흔적을 남기는 때입니다 문을 닫아 걸고 눈 여겨 보려 하지 않는 건 웃지도 않고 말도 없기 때문일 뿐이겠지요 (반빈 역) Kim Yu-gun "Looking at a Plum Tree" The best way to see a plum tree Is in the twilight of the sun, slanting slowly, When the dim luster lingers on the snow, And the moon begins to leave traces. The reason why I would ..

박목월 나그네 (중국어, 영어 번역)

朴木月(1919-1978) 〈遊子〉 渡越渡口 沿著麥田小徑 遊子飄飄 走如月行雲中 單條獨路 向南道三百里 每每酒熟村莊 燒著醉紅夕霞 遊子飄飄 走如月行雲中 (半賓譯) Pak Mog-wol (1919-1978) "A Rover" Crossing the ford Going along the path by the wheatfield Is a rover going Like the moon riding on the clouds On a lone road Three-hundred li to the south Through the burning glow at sunset In every village where the wine matures Is a rover going Like the moon riding on the cl..

김유근,"매화나무"

金逌根 〈梅〉 斜月晶熒夜向殘, 竹闌干外雪漫漫。 碧紗如霧深遮掩, 只恐芳姿不耐寒。 김유근 "매화나무" 아스라이 반짝이는 달빛이 기울면서 밤이 끝을 향하고 대나무 난간 밖으로는 눈이 펄펄 내립니다 안개처럼 푸른 비단으로 깊숙하게 둘러싸인 곳에서 단지 그 아름다운 모습이 추위를 참아내지 못할까 두려워 합니다 (반빈 역) Kim Yu-gun "A Plum Tree" The night nears the end As the moon slants, shedding the dimming gleam. It snows in great flakes, Beyond the bamboo balustrade. The blue satin curtain like heavy fog Enfolds me deep inside, Where I..

정약용,"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다섯째

丁若鏞 〈秋風八首次杜韻〉之五 華嶽名都壯鐵關, 午門輦路直緱山。 青天石柱騎虹迸, 滄海樓船駕月還。 起重架來觀者愕, 遊衡車轉役夫閒。 前春路過中冷浦, 杉檜森森尚可攀。 注:第四首寫華城(現今之水原市)。第三句「青天石柱」之位於華虹們旁之螭柱石。頸聯之「起重架」與「遊衡車」為詩人受王命所設計製作之器具。 정약용 "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다섯째 화악산 이름난 도읍 쇠처럼 든든한 대문 남쪽 오문의 임금님 수레 길은 구산으로 곧게 뻗었습니다 파란 하늘 향한 돌기둥이 무지개를 타고 달리고 푸른 바다로 망루 세운 배가 달을 몰고 돌아갑니다 돌 들어올리는 틀이 오니 보는 사람이 모두 놀라고 돌 나르는 수레가 구르니 일꾼들이 한가합니다 지난 봄 오는 길에 들린 중냉포에서는 울창한 숲 삼나무 전나무를 여전히 타고 오를 수 있었..

김유근,"수선화"

金逌根 〈水仙花〉 裁成六出玉溫然, 水上輕盈望似仙。 性近芙蕖嫌濁淖, 色同薝葍更嬋娟。 托根不藉陽春地, 敷萼渾忘雨雪天。 香聞維摩憐病臥, 多生誰復了諸緣。 注:尾聯用維摩詰因衆生病而病之事。 김유근 "수선화" 심어 기른 여섯 포기 이파리가 옥처럼 따사하게 사뿐히 물가에 서서 신선처럼 멀리를 바라봅니다 본성이 연꽃을 닮아 탁한 진흙을 싫어하고; 색깔이 치자꽃 같으면서 더더욱 아름답습니다. 뿌리를 내리는데 봄볕 양지바른 땅에만 기대지 않고; 꽃잎을 펼쳐내는데 눈비 내리는 날씨에 거침이 없습니다 향내를 맡으니 안타까움에 병들어 누운 유마거사가 생각납니다 여러 번 다시 태어난다 해도 누가 그 인연을 다시 마무리 하겠습니까? 주: 마지막 연은 유마거사가 중생이 병 들었으므로 자신도 병들었다고 했다는 일을 이용합니다. (반빈 ..

정약용,"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넷째

丁若鏞 〈秋風八首次杜韻〉之四 瀟灑江湖日月遲, 紅牌一面誤心期。 蛇蚹避景終誰待, 蚊睫營巢也自危。 歲晏觚稜雲裏逈, 身閑簾幕雨中垂。 唯應季子無長策, 不信榮名解救飢。 注:頷聯用事有二。《莊子》〈齊物論〉:「罔兩問景曰:『曩子行,今子止,曩子坐,今子起,何其無特操與?』景曰:『吾有待而然者邪!吾所待又有待而然者邪!吾待蛇蚹、蜩翼邪!惡識所以然?惡識所以不然?』」 《晏子春秋》〈外篇下〉:「(景)公曰:『天下有極細乎?』晏子對曰:『有。東海有蟲,巢於蟁睫,再乳再飛,而蟁不為驚。臣嬰不知其名,而東海漁者命曰焦冥。』」後以〈鷦巢蚊睫〉極言細微。尾聯季子,季札(前576年一前484年)也。 정약용 "가을 바람 여덟 수: 두보의 운을 따라" 넷째 묶지도 얽지도 않는 강호에서는 해도 달도 느릿하게 노니는데 나는 빨간색 급제 증명서 하나때문에 마음 속 희망을 그르칩니다 ..

"계묘년 정월보름날 밤, 달이 없습니다"

半賓 永遇樂 –癸卯上元夜無月 冬柏花苞, 水仙嫩葉, 能替明月。 穹宇沉穹, 兔年玉兔, 何故相傾軋。 迎新旬五, 蟾光無跡, 鬱鬱積雲遮沒。 酒朋來、稱觴至夜, 愁悶每每虛發。 雁行四處, 鄉心單向, 醉嘆酣歌間歇。 掛起燈籠, 與比丹桂, 或轉心快活。 謫仙做伴, 東坡為侶, 且恐詩思枯竭。 上元夜、無晶亮裏, 百思二忽。 注:冬柏,山茶之韓語名稱也。 반빈 "'만남의 영원한 즐거움(永遇樂)' 사패에 붙여" - 계묘년 정월보름날 밤, 달이 없습니다 동백꽃 꽃봉우리 수선화 여린 잎으로 밝은 달을 대신할 수 있나요 무겁고 깊은 하늘 토끼 해의 옥토끼는 무슨 이유로 서로 밀치고 다투어야 하나요 새해를 맞이하고 열 닷새 달빛 속 두꺼비는 종적이 없이 울울하게 쌓인 구름에 가려졌습니다 술친구가 와서 밤 늦도록 잔을 주고 받지만 근심하고 울적해 ..

시선(詩選) 2023.02.18

김정희,"몇 해 전 수선화 금지령이 있었습니다"

金正喜 〈年前禁水仙花〉 鼈厮曾未到神山, 玉立亭亭識舊顏。 一切天葩元不染, 世間亦復歷千艱。 김정희 "몇 해 전 수선화 금지령이 있었습니다" 쓰잘 데 없는 무지렁이들은 신선의 산에 가 본 일이 없지만 날씬하게 서있는 아름다운 얼굴을 나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늘의 꽃은 모두 원래 얼룩이 묻지 않지만 이 세상에서는 또 다시 천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네요 (반빈 역) Kim Chong-hui "There Was a Daffodil Ban a Few Years Ago" Bumpkins good for nothing Have never been to the mountain of celestials, But the slender figure and beautiful face Are an old acquaintanc..

김정희,"수선화가 여기저기 골짜기를 이루듯..."

金正喜 〈水仙花在在處處,可以谷量,田畝之間尤盛。土人不知為何物,麥耕之時盡為鋤去〉 碧海青天一解顏, 仙緣到底未終慳。 鋤頭棄擲尋常物, 供養窗明几淨間。 김정희 "수선화가 여기저기 골짜기를 이루듯 피었고, 밭이랑 사이에는 더욱 무성합니다. 여기 사람들은 그게 무언지 모르고 보리밭 갈면서 모두 퍼내 버립니다" 쪽빛 바다도 푸른 하늘도 모두 아는 얼굴 신선의 인연은 언제라도 각박하게 끝나지 않지요 흔해서 유다를 것 없다며 호미에 파여 내쳐졌지만 창 밝고 책상 깨끗한 방으로 고이고이 모셔 왔습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Daffodils are in full bloom everywhere, forming many valleys. They flourish especially between ridges 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