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노래

"멍멍이 노래 #3: 연상(聯想)의 문제"

반빈(半賓) 2010. 2. 17. 13:10

[멍멍이 노래를 쓰기 시작하면서 동료 몇 사람에게 이야기했는데 우리말로 쓰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언어차별이고 인종차별이라고 심하게 투덜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쓸 노래를 어느 나라 말로 쓸지는 그 때 그 때 시상에 따라 결정하겠지만, 이번에는 우리말과 영어로 두 번 작업을 했습니다.]

 

 

멍멍이 노래 3

 

"연상(聯想)의 문제"

 

실명은 일단 접어두는 게 좋겠습니다.  그냥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아주 유명한 피아니스트라는 정도 밝혀 두지요.  그 사람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두 번째 악장 로망스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우리 멍멍이 생각을 했다고 실토하려는 겁니다.  서로 닮아서 그런 거 아니겠느냐 하면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네요.  양쪽 모두.  그 피아니스트가 뭐라 할지는 직접 확인할 수 없겠지만, 우리 멍멍이는 그 소릴 들으면 아마 서너 번 컹컹 짖을 겁니다.  내가 안경을 걸쳤냐, 아니면 머리에 저 이상한 벙거지를 쓰고 있냐, 게다가 아니 이마에 새겨진 저 깊은 주름살은 보이지도 않느냐면서.  그러나 숨 죽이고 가슴 졸이며 들으라고 피아니시모로 움직이면서 스스로 대꾸하듯 갸우뚱하는 고개짓이나, 라단조의 선율로 빚어내는 사색에 몰입하라며 응시하는 눈길은 어디선가 분명히 보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엉뚱한 연상이라고 해도 하는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두 얼굴이 벌써 겹쳐졌는데.

 

(2010 2)

 

Puppy Song #3

 

"A Problem in Associative Imagination"

 

It'd be better to keep him anonymous for now.  Let me just say that he's a very famous pianist you would know right away if I told you the name.  I am trying to make a confession that looking at his performance of "Romance," the second movement of Mozart's piano concerto no. 20, I thought about my puppy.  They won’t be pleased if you suggest that's because they look alike.  Neither side would.  I know I can't ask the pianist, but I am sure that my puppy would bark a few times if he heard that.  Am I wearing glasses, do you see a strange cap on my head, besides, do you not see the deep wrinkles carved on the forehead, he'd question.  But I was pretty certain that I had already seen somewhere the hint of tilt on the face, perhaps his own response to the shift he was about to make to pianissimo, urging me to hold my breath, and the gaze that pushed me to be immersed in the reflections laid out in the writhing melody in d-minor.  I cannot help it, even if you say that my imagination makes a wild association.  What can I do?  The two faces have already overlapped.

 

(Februar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