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시집(竹西詩集) 166

죽서 박씨, "병중에"

竹西朴氏 病中 淹病伊來一笑稀,夢魂長是暗中歸。 此身若使因成鳥,不暫相離到處飛。 죽서 박씨 "병중에" 지루하게 계속되는 병고에 한 번 웃음도 드물어지고 꿈결에 떠나는 영혼은 늘 어둠 속에서나 돌아옵니다 이로 인해 이 몸이 새가 될 수 있다면 잠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여기로 저기로 날아다니겠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n Illness" In a long, loathsome illness Even a short smile has gotten scarce. My soul departs in dream And returns only in darkness. If, through all these, this body Could become a bird, Without even a moment of se..

죽서 박씨, "마음에 품습니다"

竹西朴氏 有懷 解道懷人自古難,誰知此日我腸乾。 燈前應惱三分夢,衾裏那堪一半寒。 空費心情身欲瘦,強裁書字意難寬。 并刀若得強愁割,何必尋醫問大丸。 (難、強二字重。) (并刀,山西并州特產之剪刀,極為鋒利。杜甫〈戲題王宰畫山水圖歌〉:「焉得并州快剪刀,剪取吳淞半江水。」亦有陸游〈對酒詩〉:「閑愁剪不斷,剩欲借并刀。」) 죽서 박씨 "마음에 품습니다" 마음에 품은 사람을 노래하는 건 어렵다고 옛부터 일컬었지만 오늘 바싹 타 들어오는 내 속을 누가 알 수 있을까요 세 갈래로 나뉘는 꿈 등불 앞에서 고뇌하고 반쪽인 신세로 겪는 싸늘함 이불 속에서 어찌 참아 내나요 하릴없이 마음을 쓰니 몸이 더 말라가고 억지로 글을 써 보아도 마음 편하기 어렵습니다 잘 드는 가위로 이 고질적인 근심을 베어낼 수 있다면 왜 꼭 의사를 찾아 환약 처방을 구하겠..

죽서 박씨, "즉흥시"

竹西朴氏 即事 驀地相思驚起坐,傍人猜問意還慙。 不言誰會心中事,一炷殘燈定有諳。 죽서 박씨 "즉흥시" 갑자기 그리워져 놀라 일어나 앉습니다 옆 사람이 의아해 물으니 그제야 부끄럽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니 누가 마음 속을 알 수 있을까마는 다 타고 남았던 마지막 등불이 반드시 알아 기억하겠지요 (반빈 역) Bak Jukseo "An Impromptu Song" An abrupt surge of longing Startles me to sit up. People around wonder and ask why, Making me feel embarrassed. I remain wordless, and who could understand What is in my heart, But the flickering lamp..

죽서 박씨, "새벽 기러기"

竹西朴氏 早鴈 一聲哀叫五更初,碧落雲開萬里餘。 塞北誰催前夜發,江南又向去年居。 鳴將傳信微霜至,飛不成行數字踈。 來去一天隨氣候,炎涼世路較何如。 (一字重,末句末二字,警修堂本作〈如何〉,作〈何如〉方能入韻。) 죽서 박씨 "새벽 기러기" 한 마디 애처로운 소리에 새벽 동이 트고 구름 걷히면서 푸른 하늘이 만 리 멀리까지 내립니다 변방 북쪽에선 누가 서둘렀길래 지난 밤 떠났고 강 남쪽으로 다시 지난 해 머문 그 자리를 향하나요 울어 전하는 소식에 무서리 내릴 것이고 날지만 줄을 이루지 못하니 만드는 글자 띄엄띄엄 합니다 한 하늘 길, 오고 다시 감은 오직 기후를 따르니 뜨거웠다 찼다 하는 세상 길과 견주어 보면 어떨까요 (반빈 역) Bak Jukseo "Early Geese" The sound of melancholic ..

죽서 박씨, "깊은 가을"

竹西朴氏 深秋 霜清月白鴈雙飛,一向西風動竹扉。 紅葉政知多病苦,黃花如欲待人歸。 雞鳴屋角猶無夢,蟢出床頭更整衣。 天氣已涼不寒處,莫教芳恨怨睽違。 죽서 박씨 "깊은 가을" 밝은 달 아래 맑은 서리 맞으며 기러기 짝 지어 날고 끊이지 않는 하늬바람 댓가지 문을 흔들어 댑니다 붉은 이파리는 분명 잦은 병치레의 고통을 알고 노란 꽃은 어쩐지 님 돌아오길 기다리라는 듯합니다 집 한 모퉁이에서 닭이 울지만 아직 꿈결에 들지 못했고 침대 머리에 반가운 거미가 나오니 다시 옷깃을 여밉니다 이미 차진 날씨에 추위를 피할 거처는 있지만 애틋한 그리움에 어긋남을 원망하지 않게 해주세요 (반빈 역) Bak Jukseo "Late Autumn" Crystal frost falls under the bright moon As geese ..

죽서 박씨, "밤에 읊는 노래"

竹西朴氏 夜吟 一札飄然到曉時,青燈花落喜蛛垂。 兩邊情緒誰相念,明月慇懃知未知。 죽서 박씨 "밤에 읊는 노래" 편지 한 통에 설레는 마음 새벽까지 두근거립니다 푸르스레한 등불 아래 꽃이 지고 거미 한 마리 내려오니 좋은 소식 있을까요 양쪽으로 나뉜 마음 어느 쪽이 그리워 할까요 밝은 달은 간절한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빈 역) Bak Jukseo "Chanting at Night" A letter sets my heart flutter Until the day breaks. Under a bluish lamp, flowers wither And an auspicious spider descends. Of the feelings on two sides Which is the one of longing? ..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竹西朴氏 奉呈 莫驚憔悴鏡中顏,心似金籠鎖白鷳。 咫尺還如千里遠,愁看落日掩柴關。 죽서 박씨 "받들어 올립니다" 거울 속 얼굴 초췌하다고 놀라지 마십시오 마음은 금 새장 속에 갇힌 흰 꿩 같습니다 몇 걸음 밖이면서 천리길처럼 멀기만 해 지는 해를 시름 속에 보며 사립문을 닫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Respectfully Presented" Startled not By the pallid face in the mirror. My heart resembles white pheasant Lock in a golden cage. Just a few feet away But feeling separated by a thousand miles I look in sorrow at the setting sun..

죽서 박씨, "어쩌다 읊조리는 노래"

竹西朴氏 偶吟 聽殘幽鳥獨徘徊,深閉重門晝不開。 清似仙居無一事,名區何必在蓬萊。 죽서 박씨 "어쩌다 읊조리는 노래" 숨어 지저귀는 새소리 들으며 홀로 서성입니다 굳게 잠긴 몇 겹의 문은 낮에도 열리지 않습니다 신선 머무는 곳처럼 맑아 아무런 일도 없어 보이니 이름난 곳이 왜 꼭 봉래산에만 있겠습니까 (반빈 역) Bak Jukseo "Chanting by Chance" Listening to birds, chirping in hiding, I wander alone. Layered gates firmly locked Remain closed into the daytime. Pure and clear as immortal's dwellings There's not a single disturbance. How c..

죽서 박씨, "밤에 생각에 잠깁니다"

竹西朴氏 夜懷 一天明月逈生瞻,心逐清光夜夜添。 散步庭除仍到曉,不知凉露滿衣霑。 죽서 박씨 "밤에 생각에 잠깁니다" 온 하늘이 달빛에 밝아 멀리까지 보입니다 밤마다 마음이 맑은 빛을 따릅니다 앞뜰을 산보하다 보면 어느덧 새벽 찬 이슬에 옷깃이 젖는 걸 모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n Though at Night" The moon bright through the sky Lets me see far out. My heart chases the limpid light Night after night. I stroll in the front yard Till the day breaks, Oblivious of the chill dew drops Sopping my clothes. (H. Rhew, ..

죽서 박씨, "겨울이 가장 깊은 날"

竹西朴氏 冬至 北陸猶吹雪裏風,黃鐘應律暗相通。 穉陽初動飛灰後,短晷纔添弱線中。 漸見人情時日異,惟知節物古今同。 滿林春色誰先漏,破凍梅花第一功。 注: 黃鐘,十二律之第一,為與冬至相應之樂律。 燒葭莩之灰,置之於律管之中,察其飛動,為古代占氣候之法。葭灰飛出某律管,即示該節候已至。 解三四句可參考周易復卦。復卦初爻為九,其餘五爻皆六,為陽氣始復還之象。 죽서 박씨 "겨울이 가장 깊은 날" 북쪽 대륙 바람이 눈 속에서 불어오니 첫째 음률 황종과 잘 어울려 통합니다 날아 오르는 갈대 태운 재를 따라 여린 양의 기운이 드디어 움직이고 연약한 선 가운데 짧은 해 그림자가 비로소 더해집니다 점점 보이게 될 사람의 정으로 한 시간 한 시간 한 날 한 날이 달라질 터인데 오로지 알 수 있는 건 계절의 징조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입니다 수풀이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