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서시집(竹西詩集) 166

죽서 박씨, "마음에 품습니다"

竹西朴氏 有懷 斜暉西盡月生東,獨臥燈前萬事空。 天地夜來俱寂寞,如何煩惱此心中。 죽서 박씨 "마음에 품습니다" 기울던 햇살 서쪽으로 지고 달이 동쪽에서 나왔는데 등잔 앞에 홀로 누우니 만 가지 일이 모두 텅 비었습니다 하늘과 땅이 밤사이 모두 소리없이 쓸쓸해 지는데 이 마음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아파하겠습니까 (반빈 역) Bak Jukseo "Harbored in the Bosom" Rays of slanting sun set to the west And the moon soars from the east. Laying myself alone before a lamp I feel myriad affairs empty. Heaven and earth are All quiet and desolate as the ..

죽서 박씨, "당신께 올립니다"

竹西朴氏 寄呈 鏡裏誰憐病已成,不須醫藥不須驚。 他生若使君為我,應識相思此夜情。 죽서 박씨 "당신께 올립니다" 거울 속 그 누가 병 든 저를 사랑스럽다 할까요 의사도 약도 필요하지 않고 놀랄 것도 없습니다 다음 생애에서 당신이 제가 되라고 한다면 분명 서로 그리워하는 이 밤의 사랑을 아시게 되겠지요 (반빈 역) Bak Jukseo "Presented to You" Who in the mirror would adore Me who has fallen ill? No doctor, no medicine is needed, No need for fright either. If the next life lets You to be me, You would know for sure the longing And the lo..

죽서 박씨, "섣달 그믐 저녁"

竹西朴氏 除夕 家家爆竹九街通,新舊相催獨影紅。 半落梅猶餘臘雪,一聲雞已報春風。 無情又遣今年去,有力難回此夜窮。 萬古消磨應是夢,人生老在不知中。 죽서 박씨 "섣달 그믐 저녁" 집집마다에서 터뜨리는 폭죽이 큰길을 모두 훑고 지나갑니다 새 것과 옛 것이 서로 서두르니 오로지 붉은 그림자만 남습니다. 반쯤은 떨어져버린 매화 꽃잎이 동지 지나 내린 눈이 남은 듯하고 한 줄기 닭 소리 벌써 봄바람을 알립니다. 정 없이 또 보내는 올 한 해가 가고 힘 있어도 되돌릴 수 없는 이 밤은 끝나갑니다 닳아 없어지는 건 옛부터 반드시 꿈이었지요 사람의 삶은 늘 그렇게 모를 일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The Last Evening of the Year" Firecrackers blow off at every house..

죽서 박씨, "새벽까지 앉아"

竹西朴氏 曉坐 一陣歸鴻叫遠風,竹聲時雜雨聲中。 寒燈欲滅香初歇,曉月猶遲小院東。 죽서 박씨 "새벽까지 앉아" 한 무리 고향길 기러기 멀리 바람 속에서 울고, 대나무 소리 때때로 빗소리에 섞입니다 차디찬 등불 가물가물하고 향도 이제 꺼지려 하는데 새벽 달은 아쉬운 듯 동쪽 작은 뜨락을 서성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Sitting up till dawn" A flock of returning geese Honk in faraway winds, And the sound of the bamboos Blend now and then with the sound of rain. A chill lamp is about to flicker out, And the incense finally burns to th..

죽서 박씨, "어쩌다 읊는 노래"

竹西朴氏 偶吟 黃昏獨坐竟何求,咫尺相思悵未休。 明月夜沉千古夢,好花春盡一年愁。 心非鐵石那能定,身在樊籠不自由。 歲色背人長倏忽,試看橋下水東流。 죽서 박씨 "어쩌다 읊는 노래" 해 질 무렵 홀로 앉아 도대체 무엇을 구할까요 가까이 있으면서도 서로 생각할 뿐 안타까움이 그칠 줄 모릅니다 달 밝은 이 밤 천 년의 꿈을 가라앉힐 수 있으면 꽃 아리따운 이 봄 한 해의 시름을 모두 덜어 낼 수 있으면 쇠도 돌도 아닌 이 마음 어찌 다잡을 수 있나요 새장에 갇힌 이 몸 생각처럼 할 수 없습니다 세월이 묻어나는 얼굴빛 사람의 뜻을 거슬러 늘 갑작스레 변하니 다리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물은 늘 동쪽으로, 동쪽으로 흐르네요 (반빈 역) Bak Jukseo "A Song by Chance" Sitting alone at dusk..

죽서 박씨, "큰 오라버니, 그립습니다"

竹西朴氏 懷伯兄 一年春事落花殘,風未吹愁愁百端。 匹馬東歸雲漠漠,斜陽西盡角難難。 別時留話心中在,行處誰知夢裡看。 萬疊峯巒遮望眼,捲簾徙倚曲闌干。 죽서 박씨 "큰 오라버니, 그립습니다" 한 해 봄날의 정경이 꽃 이파리와 함께 스러지고 바람이 근심을 불어들이지 않아도 근심의 끝이 백 갈래입니다 말 한 필 동쪽으로 향하려 하니 구름이 아득하네, 아득하네 하고 기우는 해 서쪽으로 사라지는데 뿔나팔이 빡빡해, 빡빡해 합니다 헤어질 때 남기신 말씀은 마음에 새겼지요 가신 곳을 누가 알 수 있을까만 꿈 속에서도 찾아 봅니다 만 겹 봉우리와 절벽이 바라보는 내 눈길을 가려 나는 발을 걷어 올리고 나가 하염없이 굽이진 난간에 기대어 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I Think of You, Eldest Brother..

죽서 박씨, "늦봄 품은 마음을 풀어 씁니다"

竹西朴氏 暮春書懷 睡餘散步小牆東,樹色蒼然望更空。 閉戶春歸山影外,隔簾鶯語夕陽中。 王孫芳草年年雨,蜀魄殘花夜夜風。 流水光陰人欲老,回尋前事竟無窮。 죽서 박씨 "늦봄 품은 마음을 풀어 씁니다" 잠결에 걸어 낮은 담장 동쪽으로 가니 나무 색깔 어슴푸레해 볼수록 텅 빈 듯합니다 문을 닫아 걸어도 봄이 산 그림자 저쪽으로 돌아간다고 발을 내려 막아도 꾀꼬리가 지는 해 속에서 이야기합니다 임금님 자손 같은 향기로운 풀 위로 비는 해마다 내리고 뻐꾸기 울음 속 흩어지는 꽃잎으로 바람이 밤마다 붑니다 시간은 물처럼 흐르고 이 사람은 늙어가는데 옛 일을 찾는 추억 그칠 줄을 모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Harbored in the Bosom in Late Spring" Walking still half asle..

죽서 박씨 "오라버니께 올립니다"

竹西 朴氏 奉呈舍兄 同氣連枝是弟兄,鶺鴒歸夢幾廽驚。 一別三年形已改,相逢只可辨音聲。 (鴒,警修堂本作鴿,疑誤。) 죽서 박씨 "오라버니께 올립니다" 같이 숨쉬고 손 잡듯 가지가 이어져 있는 것 그게 오라버니 누이이거늘 할미새 고향 가는 꿈에서 벌써 여러 번 놀라 깨었습니다 헤어지자마자 어느 덧 삼 년 이미 지난 날의 모습이 아니겠지요 이제는 만나도 오로지 음성으로나 오라버니인줄 알까 두렵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Presented to My Brother" Breathing the same air and branches connected— That is how siblings are supposed to be. This wagtail returned many times in dream Only t..

죽서 박씨, "피리소리를 들어요"

竹西 朴氏 聞笛 風吹羅幕月西沉,橫笛誰家怨恨深。 落盡梅花傳一曲,折來楊柳悵餘音。 飄飄故入懷人耳,咽咽偏關送客心。 殘夢驚回腸斷處,孤燈欲滅夜陰陰。 죽서 박씨 "피리소리를 들어요" 바람이 비단 장막 위로 불고 달은 서쪽으로 떨어지는데 어느 집에서 들리는 피리소리 저렇게 깊은 한을 담았을까요 다 떨어진 매화꽃 이파리 위로 노래 한 곡을 전해 와 꺾인 버들가지 사이에 애달픈 소리를 남겼습니다 너울너울 날아 기어이 그리운 사람 귀로 들어가고 어이어이 흐느끼며 외진 땅으로 손님을 보내드립니다 희미한 꿈에서 놀라 깨니 다시 애간장을 끊는 곳 외로운 등불 하나 깜박깜박 꺼질 듯, 이 밤이 답답합니다 (반빈 역) Bak Jukseo "Listening to the Pipe" Wind blows on brocade curtain..

죽서 박씨, “누각에 살며”

樓居 高樓百尺不須求,閉戶端居意更幽。 拂袂微風來隟宇,隔簾踈月上林邱。 殘花看去如將送,啼鳥相親可與遊。 誰畫江湖題滿壁,青山缺處下歸舟。 "누각에 살며" 백 척 높은 누각은 탐낼 것 없습니다 수수한 집에서 문 걸어 닫고 살면 마음이 더욱 그윽하지요. 소매를 스치는 산들바람이 처마 틈새로 불어오고 커튼 밖에선 희미한 달이 수풀 언덕 위로 떠 오를 겁니다 남은 꽃잎 몇 보아하니 머지않아 떠나 보내야겠지만 지저귀는 새가 살가우니 함께 거닐어도 좋겠습니다. 누가 강과 호수를 그렸고 벽면을 가득 화제로 채웠는지요 푸른 산이 아쉬운 곳에선 돌아가는 배를 타겠습니다 (반빈 역) "Living in a Tower" A high, hundred-foot tower Need not be sought after. Living in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