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114

김정희, "예산"

金正喜 〈禮山〉 禮山儼若拱,仁山靜如眠。 衆人所同眺,獨有神往邊。 渺渺斷霞外,依依孤鳥前。 廣原固可喜,善風亦欣然。 長禾埋畦畛,平若一人田。 蟹屋連漁灣,蛩雨襍鴈烟。 秋柳三四行,顦悴蒙行塵。 紛紛具畵意,夕景澹遠天。 注:第十二句用周文璞〈金陵懷古〉:「今日聞韶無處所,雁煙蛩雨屬他家。」,〈雁煙蛩雨〉解為秋風秋雨。第三句同,或作固,第十一句漁,或作渙。 김정희 "예산" 예산은 손을 모아 잡은 듯 공손하고 인산은 잠든 듯 조용합니다 뭇 사람들 모두 멀리서 바라보는 곳 그곳으로 나 하나의 마음이 달려갑니다 아물아물 층진 저녁노을 밖으로 애틋하게 애틋하게 외로운 새 곁으로 탁 트인 들도 물론 기쁘지만 순한 바람이 또한 즐겁습니다 잘 자라는 벼에 논두렁에 묻혔고 한 사람의 땅인 듯 가지런합니다 게 잡이 움막이 어촌 물굽이에 늘어섰고 귀뚜라미..

"곤잔(髡殘, 1612-74) '산고수장도'에 다시 붙여"

半賓 〈再題髡殘《山高水長圖》〉 樵歌不出老松林, 漂泊虛舟歇鳴禽。 野叟閒臨茅屋外, 聽風啜酒有詩尋。 (壬寅立冬前數日) 반빈 "곤잔(髡殘, 1612-74) '산고수장도'에 다시 붙여" 늙은 소나무 숲에서는 나무꾼의 노래가 흘러나오지 않고 흔들흔들 묶여있는 빈 배에선 새 짖는 소리도 잠시 멈추었습니다 촌 노인들 한가하게 초가 정자 밖을 내려다 봅니다 바람소리도 듣고, 술도 홀짝거리고 시가 있는지 찾고 있겠지요 (임인년 입동 며칠 전) H. Rhew "Inscribed Again on 'High Mountains and Long Waters' Hanging Scroll by Kun Can (1612-74)" Wood gatherer's songs do not come out From the woods of old ..

시선(詩選) 2022.11.18

김정희, "국화를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수 중 둘째

〈謝菊〉二首之二 暴富一朝大歡喜, 發花箇箇黃金毬。 最孤澹處穠華相, 不改春心抗素秋。 김정희 "국화를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수 중 둘째 하루 아침에 갑자기 부자가 되어 매우 기쁘고 즐겁습니다 피는 꽃 하나하나가 모두 황금 덩어리입니다 가장 외롭고 깨끗한 곳에 핀 싱그러운 자태 봄의 마음을 바꾸지 않고 서릿발 성성한 가을과 맞섭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Thank You for the Chrysanthemums You Sent to Me": Second of Two Poems Having become so rich overnight I feel joyous and happy. Every single flower that blooms Is a gold ball. The refreshin..

"곤잔(髡殘, 1612-74) '산고수장도'에 붙여"

半賓 〈題髡殘《山高水長圖》〉 峭拔奇岩深谷間, 清流忽奔忽潺湲。 仙鄉餘角留顏柳, 苦綴小詩依戀刪。 (壬寅立冬前數日) 반빈 "곤잔(髡殘, 1612-74) '산고수장도'에 붙여" 깎아지른 듯 높은 절벽, 신기로운 바위와 깊숙한 계곡의 사이로 맑은 물줄기가 때로는 달리듯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부드럽게 흐릅니다 신선의 마을 남은 구석을 안진경과 유공권에게 남겨 두려고 애써 짜맞춘 짧은 시를 아쉬워 하며 지웁니다 (임인년 입동 며칠 전) H. Rhew "Inscribed on 'High Mountains and Long Waters' Hanging Scroll by Kun Can (1612-74)" Among precipitous cliffs, marvelous rocks And deep ravines, Limpid ..

시선(詩選) 2022.11.15

김정희,"국화를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수 중 첫째

金正喜 〈謝菊〉二首之一 百六十三多品第, 鶴翎終竟出群雄。 頹垣破壁生顏色, 得意金風玉露中。 注:宋 · 史鑄《百菊集譜》列一百三十一名,間於其下又有三十二,是總計一百六十三名。 김정희 "국화를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수 중 첫째 백 예순 셋에 이르는 많은 품종에 등차를 매겨 보면 결국 "두루미 깃"이 많은 훌륭한 꽃 가운데 우뚝 서지요 무너진 담장 부서진 벽 사이에 아름다운 색으로 금 바람 옥 이슬 가운데 늠름하게 피어납니다 주: 송나라 사주(史鑄)가 쓴 백국집보(百菊集譜)에 모두 163종의 국화이름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Thank You for the Chrysanthemums You Sent to Me": First of Two Poems If as many kind..

〈추운 시절의 노래〉

半賓 〈歲寒曲〉 風簌簌, 能不觫, 家遠人自惑。 雲陰陰, 客喑喑, 日斜當痛飲。 孤燈雖昏奔萬里, 睡夢恐僅爬一寸。 鼓凍殘聲漫縈繞, 歲寒遊子仍交困。 (甲午前夕) 반빈 〈추운 시절의 노래〉 휘익 휘이익 부는 바람 속에서, 떨지 않을 수 있나요? 집은 멀고 나는 홀로 갈팡질팡합니다. 침침한 구름 속, 목소리 잃은 객— 해가 기울면, 물론 통쾌하게 마셔야 하지요. 외로운 등불 희미해도 만 리를 달리지만, 깊은 잠 내 꿈은 한 치나 길 수 있을지 두렵습니다. 얼어붙은 북 남은 소리 잦아들며 하릴없이 맴돌고, 추운 시절, 이 떠돌이 여전히 얽혀 묶여 있습니다. (갑오년 전날 저녁) H. Rhew "A Song in Cold Times" In the rustling, rustling wind, Is it possible ..

시선(詩選) 2022.11.12

김정희, "국화를 애걸합니다" 두 수 중 둘째

金正喜 〈乞菊〉二首之二 年來全不商花事, 歸臥家園正菊時。 聞說西鄰香似海, 秋光分得補東籬。 김정희 "국화를 애걸합니다" 두 수 중 둘째 여러 해 동안 전혀 꽃구경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고향집으로 돌아와 누운 것이 바로 국화의 계절 듣기에 서쪽 이웃집에 향기가 바다를 이루었다고 하니 가을의 풍광을 나누어 주셔서 동쪽 울타리를 채워 주시면 합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Begging for Chrysanthemums": Second of Two Poems For many years, I have never thought of The affairs of flowers, But it is right in the season of chrysanthemums That I return to the hom..

"나이테(年輪)"

半賓 〈年輪〉 去冬頻凍雨,巨木多摧倒。 臥佛默言禪,年輪初露表。 輪而不再輪,撫摸代祈禱。 藏於樹幹時,樹齡略可考。 同心數不至,軋軋群童惱。 歲數年輪乖,形容最枯槁。 倏忽二毛見,驚呆或始老。 額頭增皺紋,寒膽遽焦躁。 不久古來稀,顏蒼首已皓。 老來又何妨,年輪回軌道。 (壬寅霜降翌日) 반빈 "나이테(年輪)" 지난 겨울 얼어붙는 비가 잦더니 큰 나무들이 많이 부러져 넘어집니다 드러누운 부처님 말없는 참선 속에 나이테가 처음 밖으로 드러납니다 바퀴(輪)이면서 다시는 구르지 못하게 돼 쓰다듬는 것으로 기도를 대신합니다 나무줄기 속에 감추어져 있을 때에도 나무의 나이는 대략 알아볼 수 있지요 나이테를 세다가 가운데까지 다다르지 못하자 한 무리 아이들이 투덜투덜 조바심을 합니다 나이테와 경험의 무게가 서로 빗나갈 때 모습이 가장 초췌합..

시선(詩選) 2022.11.09

김정희,"국화를 애걸합니다" 두 수 중 첫째

金正喜 〈乞菊〉二首之一 閒坊靜曲秋山下, 黃菊花兼白菊花。 縱是主人封殖久, 旳應不惜送鄰家。 김정희 "국화를 애걸합니다" 두 수 중 첫째 가을 산 아래 한가로운 마을 조용한 모퉁이 노란 국화가 흰 국화와 어우러졌습니다 주인이 오랜 시간 심어 가꾸었다고 해도 이웃에 보내는 걸 안타까워하지는 말아야겠지요 (반빈 역) Kim Chong-hui "Begging for Chrysanthemums": First of Two Poems In a quiet corner at an idyllic village Under an autumn mountain, Yellow mums are blending With white mums. Even though it was the hard work Of the owner that con..

"아이들과 손녀들을 위해 해삼요리를 만드는데 사흘 밤낮을 썼습니다"

半賓 〈為兒孫作海參菜用三晝三夜〉 海參貌醜味情痴, 徐緩品嘗如遇奇。 咀嚼怡和多口樂, 烹調棘手幾人知。 操心泡發經三夕, 讚嘆佳肴僅一時。 鼓腹兒孫請再做, 爺爺只笑答遲遲。 (壬寅霜降前後) 반빈 "아이들과 손녀들을 위해 해삼요리를 만드는데 사흘 밤낮을 썼습니다" 해삼은 생긴 모습은 추하지만 맛이 사랑에 빠질 만합니다 이상한 것을 만나는 듯 천천히 맛을 봅니다 씹을 때 즐겁고 조화로워 많은 입을 즐겁게 하지만 조리하기가 성가시다는 것은 몇 사람이나 알까요 조심조심 물에 불려 푸는데 사흘 밤이 걸리지만 좋은 음식이라는 감탄과 칭찬은 고작 한 시간 남짓 만족해서 배를 두드리며 아이들이 다시 만들어 달라 청하지만 할배는 웃음지을 뿐 대답이 느릿합니다 (임인년 상강 전후) H. Rhew "Three Days and Three..

시선(詩選) 202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