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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평양 기녀 죽향에게 짓궂게 드리는 시 두 수"

金正喜 〈戲贈浿妓竹香二首〉 一、 一竹亭亭一捻香, 歌聲抽出緣心長。 衙蜂欲覓偷花約, 高節那能有別腸。 二、 鴛鴦七十二紛紛, 畢竟何人是紫雲。 試看西京新太守, 風流狼藉舊司勳。 注:七十二為八乘九。八與九分別為陰數陽數之至大者,因而讀第二首第一句為眾男眾女之意。紫雲為唐李願之歌姬,傳有與杜牧之戀情佳話。司勳為管賞典之官。杜牧曾任司勳員外郎。 김정희 "평양 기녀 죽향에게 짓궂게 드리는 시 두 수" 1. 아리따운 대나무 피리 하나 손가락 짚을 때마다 향기— 길게 늘어지는 노랫가락이 마음을 잡아 끄네 벌들 떼를 지어 은밀한 꽃구경을 약속하고 싶어하니 어찌 몸뚱이가 따로 있어 높다는 절개를 담을 수 있을까 2. 암수 원앙이 모두 모였는데 도대체 어떤 사람이 보라색 구름인가 서경에 새로 부임한 태수님을 봐요 풍류 넘치던 옛날 그 사훈사 나으..

김정희, "패수에 띄운 배 안에서 판향의 부채에 씁니다"

金正喜 〈浿水舟中題瓣香扇面〉 山光水色襲人裾, 長壽城邊載筆餘。 多爾儒酸饒別趣, 萬花圍席獨看書。 김정희 "패수에 띄운 배 안에서 판향의 부채에 씁니다" 산 색 물 빛깔 옷깃으로 스며들고 장수성 가를 노니는데 붓이 여유있게 실렸습니다 고집스러운 서생도 많고 별난 취미도 널렸지만 만 송이 꽃으로 둘러싸인 자리에서 홀로 책을 보다니 주: 판향은 한 평양기녀의 이름입니다. 패수는 대동강의 옛 이름이고, 장수성은 장수왕이 도읍을 정했던 평양을 이릅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Writing on Petal Scent's Fan on a Boat on the Paesu River" Mountain colors and water hues Tinge the neckbands of your jacket. W..

"추운 겨울은 왔다가 갑니다"

半賓 〈寒冬將至將去〉 霜露損薔薇, 垂頭咏式微。 風刀雖繼至, 蝴蝶記翻飛。 (壬寅寒露後一日) 반빈 "추운 겨울은 왔다가 갑니다" 이슬과 서리가 장미를 망쳐버리니 고개를 숙이고 이제 돌아가자 노래합니다 이어서 칼 같이 매서운 바람이 다다르겠지만 나비가 펄럭이며 날던 걸 기억합니다 (임인년 한로 다음날) H. Rhew "Cold Winter Will Come, Will Go" Roses marred by dew and frost, Droop down the head and sing of returning, Wind sharp as knife will soon arrive, But remember the butterflies flying, fluttering. (A day after the Cold Dew Day..

시선(詩選) 2022.10.17

"'시의 길' 동인 모임 오주년 기념 연회의......"

半賓 〈聞詩路五載宴席盛情,悔不得佔其一角。今僅對半懂不懂之「有情紅豆生無種」句,並步韻吟誦一律〉 腳尖踮起頸長鵝, 獨舉盈杯悔恨多。 面壁苦吟終噱笑, 對空暗誦缺回和。 有情紅豆生無種, 今作白雲比古歌。 自啜數壺追傲悅, 愈飲何為愈難過。 (己亥秋) 반빈 "'시의 길' 동인 모임 오주년 기념 연회의 성황에 대해 들으며, 그 한 구석에 있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제 '사랑 가득한 붉은 팥은 살면서 씨앗을 남기지 않는다'는 알쏭달쏭한 구절에 삼가 댓구를 달고 운을 따라 율시 한 수를 읊습니다" 발끝으로 까치발을 선 목이 긴 거위 혼자서 가득 채운 잔을 들자니 한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벽을 마주보며 애써 노래하다가 결국은 너털웃음을 웃고 말았습니다 허공을 바라보며 속으로 읊으려 하니 돌아오는 화답이 없습니다 사랑 가득한 ..

시선(詩選) 2022.10.13

김정희, "초의에게 드립니다"

金正喜 〈贈草衣〉 竪拳頭輪頂,搐鼻碧海潯。 大施無畏光,指月破群陰。 福地與苦海,摠持一佛心。 淨名無言偈,殷空海潮音。 入佛復入魔,但自笑吟吟。 狸奴白牯知,機用互相侵。 春風百花放,明明到如今。 김정희 "초의에게 드립니다" 두륜산 꼭대기에선 주먹을 불끈 드시고 벽해 해변에서는 코를 잡아 비트시지요 두려움 없는 빛을 크게 베푸셔서 달을 가리켜서 못된 군중을 흩으십니다 복된 땅에서나 고통의 바다에서나 언제나 한가지로 부처님 마음을 지키시지요 깨끗한 이름은 말없는 기도 하늘 가득한 바다물결 소리입니다 부처님들 가운데 들었다 다시 마귀들 사이로 가셔도 오로지 껄껄 스스로 웃으실 따름이십니다 시커먼 고양이나 허연 소도 알지요 기회를 보아 서로를 노리는 것을 봄바람에 온갖 꽃이 밝게, 밝게 피어 지금에 이릅니다 역주: 2행: 이..

"임인년 한로에"

半賓 〈壬寅寒露〉 切切雜喑喑, 風聲似拉琴。 懷中思爽朗, 足底露清湛。 季節方秋末, 人生近歲深。 林林情與憾, 攏袖付謳吟。 반빈 "임인년 한로에" 목멘 구슬픔으로 소근거리는 바람이 바이올린 켜는 소리를 닮았습니다 가슴 속엔 생각이 시원스레 트이고 발 아래에는 이슬이 맑고 깨끗합니다 계절은 이제 가을의 마지막에 다다르지만 나는 인생의 깊은 쪽으로 다가갑니다 사랑도 안타까움도 참 많았지요 이제 소매를 걷고 그걸 노래에 담겠습니다 H. Rhew "On the Cold Dew Day of 2022" Whispering in a sorrowful sobbing, The wind resembles the sound of violin. Thoughts in the bosom open up wide and bright; D..

시선(詩選) 2022.10.10

김정희, "청석령에서 이직내와 함께 바위 벽에 씁니다"

金正喜 〈青石嶺與李直內題石壁〉 屐底白雲起, 嶺平身更高。 蹄愁緘欲脫, 輪感析為勞。 路訝東西阻, 人翻上下遭。 及時沾渴肺, 寺茗勝村醪。 김정희 "청석령에서 이직내와 함께 바위 벽에 씁니다" 나막신 아래에서 흰 구름이 일고 고갯마루가 평평해지면서 우리 몸이 우뚝 섭니다 말 발굽에서 편자가 떨어질까 근심하고 수레 바퀴는 너무 힘을 써 부러질 듯합니다 길은 동쪽 서쪽이 막힌 건 아닌지 의심되고 사람들은 위에서 아래에서 다시 만나는 듯 굴러 다닙니다 마침 맞게 한 모금 목을 축이기에는 절집 차 한 잔이 시골 막걸리보다 낫네요 (반빈 역) Kim Chong-hui "Inscribed on a Cliff at Blue Rock Ridges with Palace Attendant Yi" White clouds rise f..

'정원 가득 꽃향기' 곡에 붙여

半賓 〈滿庭芳:戲和大春,並補寄新攝玫瑰影數葉〉 不讓和詩? 嫌看黑白? 為何挑選三江? 許多煩惱, 壓不穩無雙。 故實來源亦僻, 迫愚弟、守住芸窗。 還藏置, 入聲暗韻, 似勸我求降。 誠悾, 詩興發, 心裁卒卒, 情調幢幢。 漫、回想當年, 學拙言哤。 幸得仁兄鼓勵, 夜又夜、守住銀釭。 方今攝, 玫瑰數葉, 再寄硯池旁。 注:上片第三句〈三江〉指詩韻上平三江韻部。 (壬寅重陽前日) 반빈 "'정원 가득 꽃향기' 곡에 붙여 —장난스럽게 대춘에게 화답하며 새로 찍은 장미 사진 몇 장을 함께 더 보냅니다" 화답하는 시를 쓰지 말라는 건가요 흑백사진이 보기 싫증이 나셨나요 무슨 이유로 세번째 시운 "강"을 고르셨지요 번뇌가 아주 많았습니다 운 맞추기가 흔들리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사용하신 전고도 궁벽한 곳에서 찾으셨어요 이 어리석은 아우를 공부..

시선(詩選) 2022.10.05

죽서 박씨, "되는 대로 읊조립니다"

(이 짧은 칠언절구가 《죽서시집》의 맨 마지막에 실린 작품입니다. 시집 166 수의 영역과 우리말 번역을 일단 마무리한 셈입니다. 그 동안 보잘 것 없는 번역을 읽어 주시고 의견을 보내주신 분들께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부터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竹西朴氏 〈謾吟〉 明月如期小院東,人聲初靜九街中。 欄頭佇立還怊悵,詩轉難成意不窮。 죽서 박씨 "되는 대로 읊조립니다" 밝은 달이 기약했던 대로 작은 뜰 동쪽에 걸렸고 큰길의 사람들 소리 이제 조용해졌습니다 난간에 우두커니 섰는데 여전히 서글픈 것은 시는 마무리하기 어려워지고 하고 싶은 말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 Random Chant" The bright moon, as expected, Hangs on the east of t..

"'이름몰라요' 새"

半賓 〈名不知鳥〉 眾鳥適名名不知, 稱呼態貌總相離。 深林僅許聽啾唧, 圖鑑謀求集默姿。 泥滑提葫青竹筍, 自鳴其實說人思。 歐公喜學綿蠻舌, 無措可憎讒口辭。 (壬寅秋分後二日) 반빈 "'이름몰라요' 새" 많은 새들은 이름을 '이름몰라요'라 하면 적당하겠습니다 호칭과 모습이 늘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깊은 숲은 오로지 짹짹 새 소리를 듣는 것만 허락하고 조류도감은 궁리해서 소리는 없이 모습만 모으려 합니다 '미끄러미끄러'나 '술병들고와' '죽순파래'라는 새들이 제 자신을 부른다 하지만 사실은 듣는 사람의 생각을 말합니다 구양수어르신이 즐겨 배운 건 제멋대로 떠드는 새들 소리였습니다 가증스럽게 남을 헐뜯어 하는 말이 없으니까요 (임인년 추분 이틀 후) 주: 다섯째 행은 고대 중국어에서 지저귀는 소리가 그대로 이름이..

시선(詩選) 202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