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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가을 생각" 두 수 중 첫째

金正喜 〈秋思二首〉之一 昨夜星辰昨夜霜, 南城秋思攪人長。 天風人籟無非教, 墨所詩林必有方。 豈意一鴻關歲暮, 忽疑千葉赴期忙。 白雲紅樹牽情感, 客夢迢迢蟹稻鄉。 김정희 "가을 생각" 두 수 중 첫째 또 빛나는 지난 밤 별 다시 내리는 지난 밤 서리 남쪽에서 가을 생각이 사람을 한참 흔들어 댑니다 하늘 바람, 사람 소리— 무엇 하나 가르침 아닌 게 없고 글씨 쓰는 곳과 시 짓는 모임에는 반드시 따라 배울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기러기 한 마리로 한 해가 마무리된다고 생각하고 갑자기 이파리 천 장이 기약을 지키려 서두른다고 의심하나요 흰 구름과 붉은 단풍이 마음을 잡아당겨 이 나그네 꿈처럼 먼 고향 땅 쌀밥과 게장을 그리워 합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Thoughts in Autumn": Firs..

"거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매일 많아짐을 보며"

半賓 〈看無居浮浪者日增〉 篷帳搭支沿大街, 無家流浪苦形骸。 四鄰僅覺心魂懼, 袖手旁觀世失諧。 (壬寅霜降前數日) 반빈 "거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매일 많아짐을 보며" 큰 길을 따라 장막을 얽어 짓고 집 없이 흘러 떠도는 고통스러운 몸뚱이들 이웃사람들은 오로지 마음과 영혼으로 두려움을 느낄 뿐 두 손 소매에 넣은 채 옆에서 세상 꼴 엉망이 되는 걸 쳐다 봅니다 (임인년 상강 며칠 전) H. Rhew "Seeing the Steady Increase of People Floating Without a Place to Stay" Having pitched up tents Along broad streets, Wretched bodies Flow and float without a home. Nearby neigh..

시선(詩選) 2022.10.30

김정희, "... 노인들 공양할 진 밥 짓는 방법을 ..."

金正喜 〈柳君以其供老爛飯法授廚人,甚宜病口,續題贈致〉 爛飯山川鍋內紅, 剩教牛飼笑渠同。 天然沒骨徐熙手, 移就君家食譜中。 注:徐熙(885-975),南唐畫家,代表當時〈沒骨潰染,輕淡野逸〉之花鳥畫派。 김정희 "유군이 노인들 공양할 진 밥 짓는 방법을 주방아이에게 가르쳐 주었다. 병 앓고 있는 사람 입맛에 꼭 맞았다. 그래서 또 시 한 수를 지어 보내 드린다" 솥 안 가득 산과 시내처럼 어우러진 진 밥이 눈길을 끄네 소 여물 삼키듯 무턱대고 먹으라는 것 같아 우습기도 하고 애초에 윤곽이 없으니 서희의 그림 솜씨 같은데 자네의 집으로 옮겨 가서는 요리책으로 들어갔네 그려 주: 셋째 행의 서희(徐熙, 886-975)는 남당 때의 화가로 윤곽을 그리지 않고 색채로 가볍고 담백하게 꽃과 새를 그리는 화풍을 대표하였습니다. ..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보면서 점을 칩니다"

半賓 〈看中美對持而問卜〉 筮遇睽之歸妹爻, 美中敵對互叨嘮。 不知匪寇為婚媾, 雨洗負塗回舊交。 注:〈遇睽之歸妹〉指睽卦上六,爻辭曰:「睽孤見豕負塗,載鬼一車,先張之弧,匪寇婚媾,往遇雨則吉。」 (壬寅霜降前數日) 반빈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보면서 점을 칩니다" 산가지로 점을 쳐 규(睽)가 귀매(歸妹)로 가는 효를 얻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적대하면서 서로에게 지껄이고 있음입니다 도둑떼로 보이지만 사실은 혼인하러 온다는 걸 모릅니다 비가 내려 흙을 씻어내니 옛날처럼 다시 오고 갈 수 있겠습니다 주: 〈규가 귀매로 간다 睽之歸妹〉는 《주역周易》서른 여덟 번째 괘인 규(睽)괘가 움직여 쉰 네 번째인 귀매(歸妹)괘로 간다는 뜻인데, 그건 규괘의 맨 윗 효가 점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규괘의 맨 위 효의 효사는 이렇습니다: 「흙..

시선(詩選) 2022.10.28

김정희, "재미로 속된 표현을 집어 듭니다"

金正喜 〈戲拈俚句〉 庭梧只管碧婆娑, 夜熱還於午熱多。 曲彔床頭眠不得, 向人空自覓藤婆。 김정희 "재미로 속된 표현을 집어 듭니다" 정원의 오동나무가 열심히 푸른 이파리를 흔들어 대지만 오밤중 더위가 한낮 뺨칩니다 뒤틀려 꿀렁거리는 침상에서 잠을 이루지 못해 등나무 마누라를 찾아오라고 쓸데없이 사람들에게 성화를 해댑니다 주: 마지막행의 "등나무 마누라(藤婆)"는 더위를 피하기 위한 도구인 죽부인을 뜻합니다. 대나무뿐 아니라 등나무 가지로 엮기도 한 모양입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Picking up some common parlances just for fun" The phoenix-trees in the courtyard Do wave the green leaves, But the hea..

"영국 수상이 취임 후 한 달 여에 물러난다 합니다"

半賓 〈英首相就職月餘下臺〉 富裕議題肩上扛, 誠能治理重民邦。 有無對峙綿綿續, 下野疑為報詐降。 (壬寅霜降前二日) 반빈 "영국 수상이 취임 후 한 달 여에 물러난다 합니다" 부유층의 의제를 어깨에 걸쳐 메고 사람들을 중하게 여기는 나라를 진정으로 보살필 수 있나요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사이의 대치는 그침이 없이 계속됩니다 영국 수상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진심 없는 투항이 아닌가 의심합니다 (임인년 상강 이틀 전) H. Rhew "Hearing that The British Premier is stepping down" Carrying on the shoulder The agenda for the rich, Is it really possible to manage A country that prizes..

시선(詩選) 2022.10.25

김정희, "대나무 족자에 쓴 시가 도착했기에 ...... 다시 두 수를 보내오"

金正喜 〈翌日又以竹㡧題詩來到,戲以前韻更寄二首〉 一、 看手成春竹一枝, 寫成詩意裊情絲。 入庭忽作瀟湘色, 分外餘情午夢時。 二、 好把來詩當竹枝, 園陰如雨夢如絲。 使君胸中唯我竹, 誰解天然笑笑時。 김정희 "다음 날 또 대나무 족자에 쓴 시가 도착했기에 재미로 앞에 쓴 시의 운을 써서 다시 두 수를 보내오" 1. 손이 닿으면 봄이 이루어져 대나무 가지로 자라고 시로 쓰면 담긴 마음 간들간들 아지랑이로 피어 오르네 뜨락에 드니 홀연히 소수와 상강의 색이 되고 남은 정 넘쳐 흐르니 한낮의 꿈을 부를 때이구려 2. 잘 골라 보낸 시 대나무 가지 노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원의 나무 그림자 실처럼 내리는 꿈속의 이슬비 같구려 사또 나으리 가슴 속에 나의 대나무가 있을 따름이니 누구라서 자연스레 소소의 때를 알 수 있을까요..

"한국 대통령 윤아무개의 말이 거칠다고 합니다"

半賓 〈聞韓國總統尹某言粗〉 當初並未待周嚴, 無忌誠如不易芟。 陋習平生雖積累, 金人可效口三緘。 (壬寅霜降前數日) 반빈 "한국 대통령 윤아무개의 말이 거칠다고 합니다" 세심하게 잘 살필 것이라고는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거리낌 없음은 참으로 베어 버리기 어려운 듯합니다 비루한 습관은 평생을 통해 쌓이고 쌓였겠지만 입을 세 겹으로 봉한 쇠로 만든 사람을 흉내낼 만합니다 주: 마지막 행은 공자가 주나라에 갔을 때 태묘에서 보았다는 쇠붙이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원용합니다. 입을 세 겹으로 봉한 모습이었고 등뒤에 말을 조심하라고 적혀 있었다는 이 이야기는 《설원說苑》,《의림意林》,《공자가어孔子家語》등의 문헌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임인년 상강 며칠 전) H. Rhew "Hearing about the ..

시선(詩選) 2022.10.23

김정희,"평양성의 소윤 이씨에게 웃자고 바칩니다"

金正喜 〈戲奉浿城李少尹〉 肘嚲竹符唱竹枝, 亦要聽竹不聽絲。 由來饞守通身符, 況復騰騰醉倒時。 (原注:今日為竹醉日。) 김정희 "평양성의 소윤 이씨에게 웃자고 바칩니다" 팔꿈치에 대나무 부절을 매달고 대나무 가지 노래를 부르신다지요 대나무 피리만 듣고 현악기는 듣지 않으신다고도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늘 배고프신 원님 몸 전체가 대나무 같으십니다 그런데도 힘이 넘치시는 듯하니 취해 넘어지실 때인가 봅니다. (원작주: 오늘은 대나무 심고 취하는 죽취일입니다.) 주: 첫 구절의 "대나무 가지 노래"는 죽지사(竹枝詞)로 민간의 가요가 당나라 유우석(劉禹錫, 772-842)의 손을 통해 발전된 시형식입니다. 죽취일(竹醉)은 음력 5월13일이라는 설과 8월8일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대나무의 생일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날..

'버드나무 가지 끝이 푸르다'라는 곡에 노래를 붙여

半賓 〈大春於重陽填柳梢青一闋賦登高,遲遲至今方能和答〉 踏秋半歇, 未曾作答, 忽而霜雪。 悽戚詩情, 載遮載顯, 謫仙風骨。 春秋只是春秋, 何妨作、蟬吟咽咽。 加淚硯池, 弄成淡墨, 發揮餘熱。 (壬寅霜降前三日) 반빈 "대춘이 중양절에 '버드나무 가지 끝이 푸르다'라는 곡에 노래를 붙여 높은 곳에 오름을 노래했습니다. 한참 꿈지럭거리다 지금에야 화답합니다." 가을을 밟는다는 중양절이 한참 지나도 여태껏 답을 하지 못했는데 어느덧 서리와 눈의 계절입니다 쓸쓸하고 서글픈 시의 마음이 가리기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 귀양 온 신선의 높은 풍격입니다 봄과 가을은 오직 봄과 가을일 뿐 매미 울먹이는 노래를 부르면 어떻습니까 눈물을 벼룻돌에 더해 먹물을 묽게 만들어 남은 정열을 발휘하시지요 (임인년 상강 사흘 전) H. Rhew ..

시선(詩選) 202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