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김정희, "초의에게 드립니다"

반빈(半賓) 2022. 10. 11. 07:31

金正喜

 

〈贈草衣〉

 

竪拳頭輪頂,搐鼻碧海潯。

大施無畏光,指月破群陰。

福地與苦海,摠持一佛心。

淨名無言偈,殷空海潮音。

入佛復入魔,但自笑吟吟。

狸奴白牯知,機用互相侵。

春風百花放,明明到如今。

 

김정희

 

"초의에게 드립니다"

 

두륜산 꼭대기에선 주먹을 불끈 드시고

벽해 해변에서는 코를 잡아 비트시지요

 

두려움 없는 빛을 크게 베푸셔서

달을 가리켜서 못된 군중을 흩으십니다

 

복된 땅에서나 고통의 바다에서나

언제나 한가지로 부처님 마음을 지키시지요

 

깨끗한 이름은 말없는 기도

하늘 가득한 바다물결 소리입니다

 

부처님들 가운데 들었다 다시 마귀들 사이로 가셔도

오로지 껄껄 스스로 웃으실 따름이십니다

 

시커먼 고양이나 허연 소도 알지요

기회를 보아 서로를 노리는 것을

 

봄바람에 온갖 꽃이

밝게, 밝게 피어 지금에 이릅니다

 

역주:

2행: 이 구절, 그리고 첫 구절도, 소철(蘇轍, 1039-1112)이 지은 "향성 순장로 화상의 화제를 소개합니다(香城順長老真贊引)"라는 글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참고하여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스님께 도에 대해서 여쭈었더니 코를 잡아 비틀어 대답하셨습니다. 나는 즉시 감사드리며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코를 잡아 비틀어 참선 길의 진면목으로 이끄시지만, 저는 머리를 돌려 꼬집히고 얻어맞는 걸 피합니다. 予嘗問道於公,以搐鼻為答。予即以偈謝之曰:搐鼻徑參真面目,掉頭不受別鉗鎚。"

3행: 여기서 "두려움 없는 빛"으로 번역한 "무외광無畏光"은 부처의 수많은 이름 중 하나입니다.

11행: 여기서 "시커먼 고양이"와 "허연 소"로 번역한 "이노(黧奴 또는 狸奴)와 "백고(白牯)"는 선종의 텍스트에서 지식이 없는 동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불교의 진정한 가르침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동물들과 부처의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는 없습니다. 심지어 "삼세의 여러 부처가 존재를 모를 때, 시커먼 고양이와 허연 소는 존재를 압니다 三世諸佛不知有,狸奴白牯却知有"라는 말도 보입니다.

(반빈 역)

 

Kim Chong-hui

"Presented to Monk Grass-Coat"

 

You raise the fist at the Mt. Wheelhead summit,

Pinch the noses by the Blue Sea shore,

 

Magnanimously impart the dauntless lustre,

And point at the moon to shatter a crowd of iniquities.

 

On the land of happiness or at the sea of bitterness

You hold on to the same Buddha heart.

 

The pure name, a wordless prayer,

Is in the air a splendid music of tidal currents.

 

Entering Buddhahood and again entering devilries,

You only laugh out loud by yourself.

 

Sallow cats and white cows know enough

To prey on each other as they see fit.

 

Hundred flowers bloom in vernal breeze,

Brightly, so brightly to this moment.

 

Notes:

Line #2: The reading of this line, and perhaps the preceding line as well, may be guided by a story recorded in the “Introduction to the Inscription on the Portrait of Elder Shun of Xiangcheng 香城順長老真贊引” by Su Che (蘇轍, 1039-1112). The story goes as follows: “I asked the master about the Way, and he responded by pinching my nose. I thanked him right away with a verse: You pinch my nose to pull me to the real path of meditation, and I turn my head to dodge any more pinching and punching. 予嘗問道於公,以搐鼻為答。予即以偈謝之曰:搐鼻徑參真面目,掉頭不受別鉗鎚。”

Line #3: 無畏光, translated here as “the dauntless lustre,” is one of numerous names of Buddha.

Line #11: Translated here as “sallow cats,” 黧奴 or 狸奴, and “white cows,” 白牯, are, in Chan-meditation texts, animals without knowledge. However, from the perspective of the true dharma in Buddhism, there should be no difference between those animals and Buddha. We even see, as an instruction to be free from established ideas, such claims as, “Fellow Buddhas of the third generation do not know about being, yet sallow cats and white cows know it. 三世諸佛不知有,狸奴白牯却知有。”

(H. Rhew, 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