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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 박씨, "겨울밤"

竹西朴氏 冬夜 離離爐篆宿香痕,獨臥綃衾不肯溫。 燭始生花應結子,壺常開口竟無言。 喜逢知己情何極,思到前塵恨更存。 忽有寒聲驚遠夢,數行鴻鴈月中翻。 죽서 박씨 "겨울밤" 향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묵은 흔적 위에 흔적을 남기는데 나는 따뜻해지지 않으려는 명주이불에 홀로 누웠습니다 초가 불꽃을 내기 시작했으니 분명 촛농이 맺히겠지요; 술병은 주둥이가 항상 열려있지만 결국 말이 없습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기쁘게 만나면 기분이 얼마나 좋아질까요 지난 날의 부질없음에 생각이 이르고 보니 그 때의 한이 아직 남았습니다 갑자기 차디찬 소리에 놀라 꿈이 멀리 물러가고 몇 줄 큰 기러기 달빛 속에서 날갯짓합니다 (반빈 역) Bak Jukseo "A Winter Night" Incense smoke spirals up, Leav..

"기해년 중양절에 반달을 보고, 시로시회의 회원을 그리며 운을 따라 씁니다"

半賓 〈己亥重陽望半月,並懷詩路社同仁步韻〉 詩情興起欲乘風,玉宇瓊樓天界通。 清酒一樽雖獨守,濁思千疊可相攻。 舉杯月下懷坡老,起舞花間夢謫公。 筆墨同人能遠隔,文交大有共稱雄。 注:尾聯二句,各用周易卦名。 반빈 "기해년 중양절에 반달을 보고, 시로시회의 회원을 그리며 운을 따라 씁니다" 시에 담을 느낌으로 흥이 돋아서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하늘님 사시는 하늘나라 옥궁전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맑은 술 한 통을 혼자 마주하고 있지만 흐린 생각 천 겹을 함께 공략할 수 있습니다 달 아래서 잔을 들어 소동파노인을 그리워 하고 꽃 사이에서 춤을 추며 이태백공을 꿈꿉니다 붓과 먹으로 사람들과 모이는 것이니 멀리 떨어져서도 할 수 있고 글로 풍부히 나누고 있으니 함께 자랑스러워 하시지요 주: 마지막 연 두 구절은 각각 《周易》의 괘..

시선(詩選) 2022.09.06

죽서 박씨, "지난 일을 떠올리며"

竹西朴氏 感舊 翩翩柳絮逐風忙,簾下閒眠六尺牀。 山色臨池水蕩漾,春光閉院花棲凉。 裁詩難效青蓮格,養病常探歧伯方。 世事何殊夢邊過,平生得意酒生香。 죽서 박씨 "지난 일을 떠올리며" 버들개지 퍼얼펄 바람 따라 바삐 나는데 나는 주렴 아래 여섯 자 침상에서 한가로이 잠을 잤지요 연못 옆 산의 모습이 물결을 따라 출렁거렸고; 닫힌 뜰 안 봄 빛이 꽃에 쌀쌀하게 머물었습니다 시를 지으면서 이태백의 격조를 흉내내기 어려웠지만; 병을 다스리기에 명의 기백의 처방을 늘 찾으려 했습니다 세상일이 어찌 꿈결에 지나가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평생 뜻하는 대로 이룬 건 피워내는 술 향기뿐이었습니다 주: 셋째 연에서 이태백을 뜻하는 청련(青蓮)과 대를 이루는 기백(歧伯)은 중국의 전설적 명의입니다. (반빈 역) Bak Jukseo "Mov..

“바다 건너에서 정옥선배 시의 운을 따라 쓰며, 아울러 장씨 형님 두 분께도 회답합니다”

半賓 〈越洋步廷玉詞長韻,並回二張兄〉 揲分蓍草看天文, 禀報疫情求帝君。 美法伊西成煉獄, 不驚狗吠懼常聞。 (庚子寒食前一日) 반빈 “바다 건너에서 정옥선배 시의 운을 따라 쓰며, 아울러 장씨 형님 두 분께도 회답합니다” (점치는) 시초를 잡아 나누고 하늘의 무늬 바라보며 역병의 상황을 보고드리고 하늘의 임금께 기구합니다 미국도, 불란서도, 이태리도, 서반아도 연옥이 되었습니다 개 짖는 소리에는 놀라지 않는데 늘 들리는 소식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경자년 한식 하루 전) H. Rhew "Following the Rhyming of Tingyu from Across the Ocean, I also Reply to Two Mr. Zhangs" Holding and dividing the divination stal..

시선(詩選) 2022.09.04

죽서 박씨, "초여름에 그냥 읊조립니다"

竹西朴氏 初夏雜吟 四月南風麥雨晴,山明水麗意俱清。 林中啼鳥相求侶,樓下歌童或併行。 新酒隨量惟盡醉,舊篇纔續尚餘情。 門前知有幽溪水,落日琮琤近枕鳴。 (首句雨字,警修堂本作兩。疑誤。) 죽서 박씨 "초여름에 그냥 읊조립니다" 사월 마파람 불고 익은 보리에 내리던 비도 갰습니다 산이 빛나고 물도 아름다우니 생각이 모두 맑습니다 수풀 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이 서로 짝을 찾고; 누각 아래에서는 노래하는 아이들이 가끔씩 줄지어 지나갑니다 새로 빚은 술은 양껏 마셔도 흠뻑 취할 뿐이고; 묵은 시를 이제야 다시 다듬으니 담고 싶은 마음이 아직 더 있습니다 고요한 시냇물이 문 앞에 있는 걸 알지만 해가 지면서 졸졸 흐르는 소리가 베개 옆에서 들립니다 (반빈 역) Bak Jukseo "Chanted Miscellaneously in ..

"대춘의 '헤어지는 게 좋아요?'에 화답합니다"

半賓 〈和大春好別離〉 大洋錯角嘆距離,吐吐吞吞漫措詞。 集百攢千猶不適,言三說五已瞞欺。 尋奇索怪最瘋狂,解易達常亦呆癡。 雲至西邊過半世,故人稀少實難知。 注:「好別離」出自李商隱〈辛未七夕〉,「恐是仙家好別離」句。 (乙未大暑) 반빈 "대춘의 '헤어지는 게 좋아요?'에 화답합니다" 큰 바다 빗나간 구석에서 거리가 멀다고 한탄하면서 뱉 듯 삼키 듯 하염없이 이 말 저 말 늘어 놓았지요 백 구절 천 구절을 모아 쌓아도 꼭 맞는 게 없어 보이고 세 마디 다섯 마디만 말해도 벌써 솔직하지 못한 듯합니다 기이하고 괴상한 걸 찾으려 하니 아주 실성한 미치광이이고 쉽고 평이한 것을 풀어 내려 하면 그것도 멍청한 바보입니다 구름 따라 서쪽 변경으로 와 반 세기를 지내고 있지만 오랜 친구 드문드문 하고 정말로 사귀기 어렵습니다 주: '헤..

시선(詩選) 2022.09.01

죽서 박씨, "연이어 금원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竹西朴氏 連見錦園書 故人慰我再三書,書不成行意有餘。 薄酒猶賢當取樂,衰花雖在易歸虛。 自從身病無相問,豈是人情好獨居。 慙愧諸君勤問訊,離羣絕俗計還疎。 (問字重) 注:三句用〈清聖濁賢〉,事見《三國志·魏書·徐邈傳》。鮮于輔為徐邈進曰:「平日醉客謂酒清者為聖人,濁者為賢人,邈性脩慎,偶醉言耳。」 죽서 박씨 "연이어 금원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오랜 친구가 나를 위로하느라 여러 차례 편지를 쓰셨네요 글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담으려 한 뜻이 넘쳐납니다 희멀건 술이 어진 사람 같으니 즐겁게 마셔야 마땅하지요; 시드는 꽃이 아직 피어 있지만 쉽게 공허함으로 되돌아 갈 것입니다 몸에 병이 생긴 후부터 서로 안부를 묻지 않았지요 사람의 마음이 어찌 홀로 사는 것을 좋아하겠습니까 여러 사람이 부지런히 잘 있느냐 물으니 부끄럽습니다 함..

"누이동생 지영이 내외가 와서 휴가를 보냅니다. 그래서 딸을 얻으신 아버지 어머니의 기쁨을 기억합니다"

半賓 〈枝榮妹夫妻來訪渡假,因回憶先父母得女之喜悅〉 連生數子喜無疑, 終得千金至樂隨。 合影三人家福備, 聚餐一桌五男遺。 兩親已去哥兒愛, 幺妹相回先母慈。 花甲嘉年來遠路, 心怡情悦可吟詩。 (壬寅八月) 반빈 "누이동생 지영이 내외가 와서 휴가를 보냅니다. 그래서 딸을 얻으신 아버지 어머니의 기쁨을 기억합니다" 계속해서 아들을 여럿 낳으셨으니 기쁘셨겠다는데 의심이 없지만 마침내 딸을 얻으셨을 때 더 할 수 없는 기쁨이 따랐습니다 세 사람이 함께 찍으면 그것이 가족사진이었고 한 테이블에 모여 외식을 할 때면 사내아이 다섯은 생략되기도 했지요 두 분 모두 이미 가셨으니 이제 오빠들이 사랑해 주고 막내 누이는 질세라 어머니의 자애로움으로 보답합니다 회갑을 맞이하는 좋은 시절에 먼 길을 와 주니 마음이 기쁘고 기분이 즐거워 ..

시선(詩選) 2022.08.29

죽서 박씨, "한가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竹西朴氏 消遣 年多漸覺難為人,萬事還愁有此身。 酒國只應逢聖代,燈花不是待芳春。 休道光陰同隙駟,那堪契活摠棲塵。 碧樹朱欄清箇裏,一輪明月自相親。 죽서 밖시 "한가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사람 노릇 하기 참 어렵습니다 모든 일이 근심으로 되돌아오는 곳에 이 몸이 있네요 술 마시는 나라도 오로지 좋은 시절을 만나야 좋은 것이고; 등불을 밝힌다 해도 꽃 피는 봄을 기다림은 아닙니다 세월 흐르는 것이 담장 틈새로 지나가는 마차 보는 듯하다 하지 마세요; 잘 살아보려 해도 늘 먼지 속에 머문다는 걸 어찌 참아냅니까 푸른 나무나 붉은 난간의 맑은 곳마다 둥실 밝은 달이 떠 함께 가까이 지내자 합니다 주: 다섯째 행에서 사용된 빠른 세월의 표현은 묵자(墨子) 겸애(兼愛)편의 다음과 같은..

"오랜 친구 의홍의 새 시집 《꽃씨를 심으며》를 받들어 읽습니다"

半賓 〈捧讀老友義弘新刊詩集《種花籽》〉 詩僅求清不苦吟, 坊間點滴動君心。 九衢閭巷時時踏, 佳話珍聞曲曲尋。 紅雨飄搖成故事, 丹楓閃爍待知音。 為人開眼超醫術, 一字一行情愛深。 注:鄭義弘,韓國江陵人,詩人兼眼科醫生。 (壬寅處暑後二日) 반빈 "오랜 친구 의홍의 새 시집 《꽃씨를 심으며》를 받들어 읽습니다" 시에서 맑음을 구할 뿐 억지로 노래하지 않으십니다 세상 한 점 한 방울도 그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려 큰 길도 작은 골목도 언제나 걸어 다니시며 좋은 이야기 귀한 소식 어디서나 찾으십니다 흩날리는 꽃비도 이야기를 이루고 반짝이는 단풍잎은 알아줄 사람을 기다립니다 사람들의 눈을 열어주는 일에서 의술을 넘어서셨네요 글자마다 구절마다 깊은 사랑이 깃들었습니다 주: 강릉사람 정의홍은 시인이면서 안과의사입니다. (임인년 처서..

시선(詩選) 2022.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