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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어쩌다 지은 시"

竹西朴氏 〈縣齋偶題〉 世機忘却自閒身,匹馬西來再見春。 東閣梅花今又發,清香不染一纖塵。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어쩌다 지은 시" 세상에 대한 관심을 잊으니 내 몸이 그냥 한가해집니다 한 필 말을 타고 서쪽으로 와 두 번째 봄을 맞이합니다 동쪽 누각의 매화가 이제 또 피는데 맑은 향기에 티끌 하나도 묻지 않았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Written by Chance in the Study at Prefecture Office" I become oblivious of worldly affairs, And my body is leisurely by itself. Having come westward on a single horse I see the season of spring the second..

"무나재가 신축년 7월12일에 지은 시에 화답합니다"

半賓 〈和無那齋辛丑七月十二日作〉 瘟神怪話繼晨昏, 寧問蟾蜍友俱存。 清濁不分沽一斗, 百篇詩出慰驚魂。 반빈 "무나재가 신축년 7월12일에 지은 시에 화답합니다" 역병악귀 고약한 소리가 새벽부터 저녁까지 이어집니다 밝은 달 속 두꺼비에게라도 친구들 안부를 물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맑다 탁하다 따지지 말고 술 한 말 받아다 마시면서 시 백 편을 써 내시면 놀란 마음을 달랠 수 있을 텐데요 H. Rhew "Echoing a poem composed in No-Alternative Studio on 12 July 2021" The snarly sounds of devilish pestilence Continue from dawn to dusk. I wish I could ask the toad in the moon..

시선(詩選) 2022.10.01

죽서 박씨, "느낀 바 있어서"

竹西朴氏 〈有感〉 幾許敲椎一字詩,文章勞力自今知。 會心政遇磨針處,勤業須從鑿壁時。 萬卷藏來胷界闊,三江倒處筆端奇。 空虛愧我無精藝,到此方嗟悔恨遲。 注:頷聯用事二則成對仗。起句用李白遇老媼〈鐵杵磨針〉之傳說。事載於南宋祝穆《方輿勝覽》、晚明曹學佺《蜀中名勝記》等。對句用漢匡衡〈鑿壁偷光〉事。匡衡勤學而無燭,穿壁引鄰舍之光,以書映光而讀書之事,見《西京雜記》。 죽서 박씨 "느낀 바 있어서" 몇 번이나 한 글자 한 글자 두드리고 다듬으며 시를 지었나요 그런데 이제야 글쓰기에는 공을 들여야 함을 알겠습니다 마음으로 깨우치면 바로 쇠를 갈아 바늘 만들 곳을 만나고; 열심히 공부하려면 반드시 벽에 구멍을 낸 때를 따릅니다 만 권의 책을 소장하면 마음의 폭이 넓어지고 세 강 물길 휘돌아 흐르는 듯 붓끝의 움직임이 기묘합니다 세련된 예술의 경지에..

"'왕손을 기억함'에 노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半賓 憶王孫 --和大春 銀釭對影亦三人, 獨酌花間思亦真。 賓主同歡共洗塵。 記酬神, 落座先呼酒一巡。 (庚子大雪後數日) 반빈 "'왕손을 기억함'에 노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은등잔을 부르고 그림자를 마주해도 세 사람은 되지요 꽃밭에서 홀로 술을 따르니 생각이 진실합니다 손님과 주인이 함께 즐거워하며 쌓인 먼지를 털어냅시다 감사기도도 잊지 말아야지요 자리에 앉으면 바로 첫 순배를 청해 술잔을 듭시다 (경자년 대설 며칠 후) H. Rhew "Echoing Dachun by Chanting a Song to the Tune of Yiwangsun, 'Remembering a Royal Offspring'" A party of three can be made Just by calling the silver l..

시선(詩選) 2022.09.29

죽서 박씨, "당신께 올립니다"

竹西朴氏 寄呈 黃梅雨後綠槐風,月落西牕曙色空。 低首含情封錦字,停盃無語望青穹。 百聞一見何曾比,萬度千思未易通。 逆旅浮生猶努力,如君當作黑頭公。 (首句雨字,警修堂本作兩。疑誤。) 注:三句〈錦字〉,錦字書也,刺繡於錦之書札也,後為妻子寄呈丈夫之書之通稱。末句〈黑頭公〉謂二毛前任高位也。語出自《晉書》〈諸葛恢傳〉。 죽서 박씨 "당신께 올립니다" 매실 익는 계절 비가 지나고 푸른 회화나무에 바람이 불면서 달 떨어진 서쪽 창가가 새벽 빛으로 텅 비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사랑을 담아 비단 편지를 마무리하고 술잔을 멈춘 채 말 없이 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백 번 듣는 소식과 한 번 뵙는 만남을 어찌 비교할 수 있나요 만 번 궁리하고 천 번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객사에 잠시 머무는 떠돌이 삶이라도 노력을 해야겠지요 당신은 젊은..

"반생을 되돌아 봅니다"

半賓 〈回顧半生〉 風霜異域守寒窗, 蝌蚪丁頭或迫降。 松鼠飛翔沉水漩, 金魚躍起出魚缸。 牙牙番言思留內, 啁哳詩文懣滿腔。 僥倖知音逢一二, 我心偶爾跳逄逄。 (壬寅秋分) 반빈 "반생을 되돌아 봅니다" 바람 속 서리 아래 낯선 땅에서 차디찬 창문을 지키며 공부했지요 올챙이나 쐐기를 닮은 문자가 때로 손을 들라고 압박도 했습니다 다람쥐가 날아오르다 소용돌이 치는 물속에 빠지고 금붕어는 뛰어오르다 어항 밖으로 떨어집니다 남의 나라 말이 서툴러 생각이 안에 남았고 시와 글이 보잘것없어 번민으로 가슴이 가득했습니다 다행이 이해해 주는 친구를 하나 둘 만나기에 내 마음 어쩌다가 두근두근 뛰기도 합니다 (임인년 추분에) H. Rhew "Looking Back the Latter Half of My Life" In the win..

시선(詩選) 2022.09.27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떨어냅니다" 둘째 시

竹西朴氏 縣齋消寂·其二 世情人事兩茫然,哀樂何妨置一邊。 春去黃鸝聲已澁,秋來綠竹節尤堅。 尖纖病骨寒生粟,零落歸魂日抵年。 只是青山長不厭,相看如畫在簾前。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떨어냅니다" 둘째 시 세상의 사정이나 사람의 일이나 둘 모두 막막합니다 슬픔도 기쁨도 한 편에 놓아둔들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봄이 가면 노랑 꾀꼬리 울음소리가 떨떠름하고; 가을이 오면 푸른 대나무 마디가 더욱 든든합니다 가녀린 병든 몸 추위에 소름이 돋고; 시들어 꺼져가는 영혼 하루를 한 해처럼 지냅니다 오로지 푸른 산만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아 바라보면 주렴 앞에 걸린 그림 같습니다 (반빈 역) Bak Jukseo "Dispelling Loneliness in the Study in Prefecture Office": S..

"'오디를 따며' 곡에 노래 한 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半賓 〈填采桑子一闋和大春〉 銅仙獨立仍開掌, 甘露瓊漿。 飛上穹蒼, 着陸長安記洛陽。 古今情景齊聲唱, 月影微茫。 醪色輝煌, 墨水濃時鋪紙張。 (注:現行詞譜多列此牌為上下片首句不韻。近刊《欽定詞譜考正》修正為全句韻,兩段首句韻同部仄聲,所謂三聲叶也。雖不免似乞丐數來寶之嫌,今試依之。) (庚子大雪) 반빈 "'오디를 따며' 곡에 노래 한 수를 붙여 대춘에게 화답합니다" 구리 신선은 여전히 홀로 손바닥을 벌리고 섰습니다 달콤한 이슬, 옥으로 빚은 술 푸른 하늘로 날아올라 장안에 내려 앉으면 낙양을 기억해야지요 옛부터 지금까지 사랑과 경치를 소리 맞추어 함께 노래하지요 달빛이 어슴푸레합니다 걸진 술 빛깔이 휘황하네요 먹물이 진해지면 종이를 펼쳐드리지요 (경자년 대설에) H. Rhew "Filling in a Song to the T..

시선(詩選) 2022.09.25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떨어냅니다"

竹西朴氏 縣齋消寂 閒居睡到夕陽蟬,隔水邨家起暮煙。 胷裏文詞纔一半,身邊世界儘三千。 可憐虛送青春後,何故長嘆白日前。 且惜寸陰勤事業,聖賢元不在於天。 죽서 박씨 "현청 서재에서 외로움을 떨어냅니다" 한가히 지내며 잠 자다가 해질녘 매미 울 때 일어나니 강 저편 마을 집들에서 저녁 연기가 피어 오릅니다 가슴 속의 글귀는 이제 겨우 반을 지었을 뿐인데; 내 주변의 세계는 삼 천에 이릅니다 가련하게 허무하게 푸르른 봄철을 보낸 후; 무슨 이유로 그리 길게 흰 태양 앞에서 탄식하나요 짧은 시간이라도 아껴 부지런히 일해야 하겠습니다 성스럽고 어진 사람이 되는 게 원래 하늘에 달려있지 않지요 주: 넷째 구절은 불교용어인 "삼천세계(三千世界)"를 이용합니다. 사대주(四大洲)와 구산팔해(九山八海)가 중심에 있는 수미산(須彌山)을..

"소동파의 사 '동선가령'를 읽고"

半賓 〈讀東坡洞仙歌令〉 王蕊老尼皆久故, 偷窺不絕至今行。 竊聽私語耳尤察, 尋覓深藏目更明。 亂鬢橫釵簾裏見, 金波玉斗枕邊迎。 東坡閉眼能貪美, 攜手同追河漢聲。 (壬寅初秋) 반빈 "소동파의 사 '동선가령'를 읽고" 왕예부인도 늙은 비구니도 모두 오래 전에 고인이 되었지만 몰래 훔쳐보기는 끊이지 않은 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엿들을 때 귀가 더 밝아지고 깊이 숨은 걸 찾을 때 눈이 더욱 번뜩이기 마련이지요 헝클어진 머리와 흐트러진 비녀가 주렴 안에 보이고 금빛 달과 옥빛 북두칠성을 베갯머리 곁으로 맞이합니다 소동파는 눈을 감고도 아름다움을 탐할 수 있었나 봅니다 손을 맞잡고 함께 은하수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네요 (임인년 초가을에) H. Rhew "Having read the poem to th..

시선(詩選) 2022.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