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김유근,"거지 아이를 위한 탄식, 서문 포함"

반빈(半賓) 2023. 4. 19. 10:58

金逌根

 

〈丐兒歎並序〉

 

七月一日,余騎馬出門,見一丐兒手持一飯盂,立人家門前乞食,已便赤軆橫臥大道上酣睡。余於馬上細思之,我一日三餐,衣輕乘肥揚揚,街路上人皆辟易。彼丐兒見我當作如何懷也。已而復思之,乃天之所賦與者有幸不幸。彼丐兒耳目鼻口無不及於我者。我之不如真不幸耳。余又何多焉,思余無才無德為公為卿,則一土木被繡而已,古人所謂山東之食棗栗者,皆可以立於朝廷之上,其不為丐兒所笑者亦幾希矣。

 

髧髮誰家兒,被服身不全。

兩手持飯盂,哀號立門前。

千呼百不應,往往逢捶鞭。

幸而得殘餘,過望輒欣然。

食已便伸腳,赤體臥道邊。

不省夏日畏,支石自酣眠。

盡日無所為,能事已畢焉。

出門見兒狀,我馬行翩翩。

從者四五人,服御頗光鮮。

人將我比兒,我應羞並肩。

我將人比兒,人應謂我顛。

同為人之類,相去何天淵。

君試聽我言,兒我皆自天。

為此豈所欲,祗因賦命偏。

有似一樹花,落來殊溷筵。

試思兒生日,父母何許憐。

摩挲視掌珠,祝兒福祿圓。

豈必兒之世,乞丐自其先。

貧富本無定,何獨君足賢。

君若比達觀,奚啻嚇鼠鳶。

寄語廊廟上,努力尚勉旃。

一夫不得所,古人猶為愆。

吾見適止此,饑饉已多年。

安得經綸手,庶幾救顛連。

 

김유근

 

"거지 아이를 위한 탄식, 서문 포함"

 

칠월 초하루, 나는 말을 타고 문을 나서면서 거지 아이 하나가 손에 밥주발을 들고 어떤 집 대문 앞에 서서 걸식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 먹고는 바로 벌거벗은 몸을 큰길에 가로 눕히고 달게 잠을 잤습니다. 말 위에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루 세 끼 잘 먹고, 편하고 따듯한 옷 입고, 잘 생긴 살진 말을 타고 득의양양하게 지나가면, 길 위의 사람들은 모두 조아리며 길을 비킵니다. 저 거지 아이가 이런 나를 보면서 마음 속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그래서 또 하늘이 주시는 것에 다행과 불행의 차이가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저 거지 아이는 귀, 눈, 코, 입, 무엇 하나 내게 미치지 못할 것이 없지만, 내가 그 아이만 못하다면 정말 불행하다 하겠지요. 하지만 내가 그 아이보다 많은 것은 또 무엇입니까. 내가 재주도 덕도 없으면서 공이나 경이라는 높은 관직과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 흙이나 나무에 수를 놓은 것 뿐 아니겠습니까. 옛사람들이 말했듯이 산동에서 대추와 밤을 먹은 사람들은 모두 조정에 설 자리가 있다고 하면 거지 아이의 웃음거리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산발을 한 저 아이는 어느 집 아이인지

걸친 옷이 몸을 다 가리지도 못합니다

두 손으로 밥주발을 받쳐들고

애처롭게 소리치며 문 앞에 서 있는데

천 번을 부르지만 백 번도 응답이 없고

때로는 몽둥이 찜질에 채찍질입니다

운이 좋아 음식찌꺼기를 얻으면

기대를 넘어선다는 듯 흐뭇해 합니다

다 먹고 나면 다리를 쭉 뻗고

벌거숭이 몸을 길가에 눕힙니다

여름날은 두렵지 않다는 듯

바위에 기대어 달게 잡니다

하루 내내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할 줄 아는 건 이미 다 한 것이지요

문을 나서며 이 아이의 모습을 보고

내가 탄 말은 사뿐사뿐 걷습니다

시종 네댓이 따르고

피복과 마구가 번쩍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그 아이와 비교한다면

나는 분명 어깨를 견주는 것 조차 부끄럽겠지요

내가 사람들을 그 아이와 비교한다면

사람들은 분명 내게 돌았다고 할 겁니다

같은 사람이면서

어찌해 하늘과 깊은 물처럼 서로 다를까요

그대들 내 말을 들어 보세요

아이나 나나 모두 하늘에서 왔는데

하늘이 어찌 이걸 원하겠습니까

단지 주신 운명이 치우친 때문이겠지요

예컨대 한 그루의 나무에 핀 꽃은

돼지우리에도 연회자리에도 떨어집니다

그 아이가 태어나던 날을 생각해 보면

어머니 아버지가 얼마나 사랑했겠습니까

손 위 구슬처럼 쓰다듬으며

아이에게 행복과 봉록이 있기를 축복했겠지요

그 아이가 어찌해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구걸하는 거지였겠습니까

가난과 부유는 본래 정해진 게 없듯

어찌 그대들만 어질 수 있습니까

그대들이 달관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면

어찌 고작 쥐를 놀라게 하는 솔개이겠습니까

조정 대신들에게 이 말을 하는 건

모두 힘써 노력하자는 뜻입니다

사내 하나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걸

옛사람들은 흠결이라 여겼습니다

내가 본 건 여기까지 입니다

기근이 이미 여러 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경륜이 있는 분들을 얻어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반빈 역)

 

Kim Yu-gun

 

"Lamentations for a Young Beggar, with a Preface"

 

On the first day of the seventh moon, going out of the gate on the horseback, I saw a young beggar.  He was begging for food at the gate of a house, with a bowl in his hands.  When he finished eating the food, he laid down his bare body by the street and slept sweetly.  I pondered on this on the horseback.  I eat three meals a day.  I am clad in fine clothes.  I ride elatedly on a well-fed horse, and people step aside, make way, and bow down toward me.  What was in the mind of this young beggar when he saw me as this.  I continued to ponder if there were differences in fortunate and unfortunate endowments from heaven.  The beggar kid, his ears, his eyes, his nose, and his mouth, there was none that his was not as good as mine.  I would feel very unfortunate, if mine were not as good as his.  But what do I have more than the kid?  I thought, if I took a noble position in the court, without having talents and virtues, that could be tantamount to embroidering the dirt or a piece of wood.  There's a saying of the ancients, that people in Shandong may stand in the court, if they eat dates and chestnuts.  Would this not come close to the laughingstock of the beggar kid?

 

To which family this kid, hair disheveled, belongs?

His clothes do not even cover his body.

Holding up a bowl with his two hands,

He stands before a gate, wailing dolefully.

Of a thousand calls, not even a hundred are answered.

Now and then, he is treated with a cudgel or a whip.

Luckily given some leftover food,

He is overjoyed, that it is more than he's hopes for.

Having finished the food, he stretches out his legs,

Lays his bare body by the roadside,

As if uninhibited by the summer heat,

Sleeps sweetly, leaning on a rock.

All day long, he doesn't do anything,

For he has done all he knew how to do.

Leaving the gate and seeing the kid in this condition,

My horse trots elegantly.

Four or five attendants follow,

And the harness shines brilliantly.

If people compare me with the kid,

I must feel ashamed to stand side by side with him.

If I compare people with him,

They will say that I am crazy.

Being a member of the same species of humans,

How can we be far apart, as the sky and the deep water?

You, sirs, listen to what I say.

The kid and I are all brought by heaven.

How could this be what heaven wanted?

This is merely because the endowments were lopsided.

It may be like a flowering tree,

Whose petals could fall to a pig pen or a party table.

I try to think about the day when he was born.

How much did his parents love him?

Gently caressing him as if he were a jewel on the palm,

They must have prayed for his happy, comfortable life.

How in this world of the kid,

Must he be a beggar from the beginning?

Poor or rich, nothing is set in stone,

How could only you sirs monopolize wisdom?

If you are known for insightful perception,

How can you be compared to a hawk threatening a rat?

I present these words to you sirs at the court

To urge you to make more efforts.

When a man is without his place,

The ancients treated that as a flaw.

My views come only to here.

The famine had plagued us for several years.

Would it not possible to find men of statecraft,

To save us from this absurdity.

(H. Rhew, 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