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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향"

"낯선 고향" 이웃집 사람들도 장터 사람들도 친척 할아버지들 억양으로 말하는 곳에 둥지를 틀었다 동생 둘이 태어난 곳 아직 고모가 사시는 곳 실제로 산 기억은 까마득하지만 늘 고향이라고 말해온 땅에 어느덧 노인 취급을 받게 된 우리 둘이 큰 바다 건너에서 와 낯선 외지인으로 둥지를 틀었다 두고 온 둥지의 반의 반도 채 되지 않는 그이딱지만한 방 두 칸 아파트 계절이 두세 번 바뀌면 다시 떠날 걸 알지만 어머니 품인 듯 푸근해 쌔액쌕 잠들 수 있고 누군가 놀자고 찾아올 것 같아 마음이 콩닥거린다 (2018.8.27) ("둥지틀기" 중에서)

시선(詩選) 2020.11.23

"유성 오일장"

"유성 오일장" 잔치국수를 말아주는 언니는 대구 말씨를 퉁명스럽게 쓰고, 밑반찬 가게 할머니는 목포 언저리 억양이다. 배추 값이 금값이라 김치를 비싸게 팔 수밖에 없다며 미안해 하던 좌판 아주머니는 양평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다 왔다는데 달라는 만큼 담고 두어 움큼 더 잡아 담는 품세가 모두 고향인심이다 영락없이 (2018.8.29) ("둥지틀기" 중에서)

시선(詩選) 2020.11.23

收百柿文(백 개의 감 거두기)

半賓 收百柿文 細雨中收穫柿子,喜悅大於柿籃。五六年前種於前院,去年始收,僅十五六果。今秋收進百餘,百柿也,百事皆是之謂也。樹頂數果未取,留與小鳥松鼠慢享,鄰居數家亦各得三四,所剩仍盈籃。 形色富詩意不亞於果肉之質感美味。雨中收柿知秋之將適,實遺憾也。以百事之是代之,感恩也。 반빈 백 개의 감 거두기 이슬비 속에서 감을 수확하니 기쁨이 감광주리보다 크다. 오륙 년 전 앞뜰에 심었고 작년에 처음 수확했는데, 열 대여섯 개 뿐이었다. 이번 가을에는 백여 개를 거두어들이니 백 개의 감(百柿)이다. 이는 백 가지의 일(百事)이 모두 잘 됨(是)을 이름이다. 나무 꼭대기 몇 개는 취하지 않고 남겨 새와 다람쥐가 천천히 즐기도록 한다. 이웃 몇 집에 각각 서너 개 나누어드리고도 광주리가 가득하다. 모습과 색에 시의 뜻이 풍부하여 과육의 질감과..

에세이 2020.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