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61

"외할아버지의 즐거움을 노래함"

시(詩)와 사(詞)는 잘 알려져있고 짓는 사람도 있지만 원나라 때 성했다는 곡(曲)은 이름을 알 뿐, 잘 알지 못합니다. 형식이 어려워서인지 짓는 사람은 정말 별로 없지요. 한 수 써 보았습니다. 즐겁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半賓 作山坡羊再和大春,詠外祖之樂 能歌能語,凝眸孫女, 甜憐隔代如鴛侶。 喂肥魚,授真書, 撒嬌無問皆應許,外祖癡心緣太初。 熟、千卷餘。 耡、百卉處。 반빈 “산등성이 양(山坡羊)”이란 곡으로 외할아버지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노래도 부르고 말도 잘하는 손녀를 바라보는 눈동자 달콤한 사랑이 대를 거르니 꼭 원앙 한 쌍 같구나 살찐 생선도 먹이고 진서도 가르치고 애교부리며 하는 말은 묻지도 않고 들어주는 외할아버지의 바보같은 마음은 태고적부터 그랬다 천 권 넘는 책을 잘 읽으렴 백 가지 꽃 꽃밭을 가꾸렴

시선(詩選) 2020.12.05

"대전도시철도"

반빈 "대전도시철도" 판암과 반석 사이를 운행한다니 큰일입니다 판암이나 반석이나 마음 든든한 큼직한 너렁바위일텐데 한 끝과 다른 끝으로 멀리 떨어진 두 종점 이름으로는 잘 구별되지 않네요 둥지를 판암역 부근에 틀었으니 그리로 가야하는데 이쪽으로 가도 저쪽으로 가도 마음이 든든할 것 같으니 큰일 아닌가요 무슨 뜻인지 생각하지 않고 나오는 대로 말하는 세상 뜻보다는 소리로 그냥 소리로보다는 목청 크기로 살아내는 세상 판암과 반석 정도 차이는 생각해보면 별 문제 아니기도 해요 둘 다 든든하니까 두어 정거장 가다 아닌가 싶으면 내려 갈아타면 되지요 그게 뭐 그리 대수입니까 (2018.9.5) ("둥지틀기" 중에서)

시선(詩選) 2020.12.01

"경자년 추수감사절에 역병으로 인해 가족이 모이지 못하다"

올해 경자년 추수감사절은 코비드-19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지 못하고 멀리서 그리워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점을 칠언율시 한 수에 담고 우리말로 옮겼습니다. 半賓 〈庚子感恩節因瘟疫未能團圓〉 無關盈月大家來,團聚感恩共舉杯。 火腿火雞羹肉汁,南瓜玉米小紅莓。 親朋兒女分天角,飲食饌饈如祭台。 送至近鄰鰥寡處,疫情沮喪臉微開。 반빈 "경자년 추수감사절에 역병으로 인해 가족이 모이지 못하다" 보름달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어서들 오세요 함께 모여 감사하며 같이 잔을 듭시다 햄과 칠면조에 육즙 그레이비 호박과 옥수수에 크랜베리 친구와 아이들은 하늘 구석구석으로 나뉘었으나 귀한 음식과 술은 제사상 같네요 이웃에 사는 과부와 홀아비에게 나눠 보내니 역병에 시름하는 얼굴이 조금 펴집니다

시선(詩選) 2020.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