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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담치기

"부처님 담치기" "386세대"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부터 5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의 시대는 그냥 얼렁뚱땅 생략되고 지나가 버렸다는 느낌이었다. 은근히 섭섭한 마음 없지 않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상당히 있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에게 "깡통을 찼다"고 말하는 근거가 무언지 젊은 세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깡통을 차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밥 좀 줘어--"하는 모습을 어디서 경험했겠나. 우리는 그걸 다 겪으면서 자랐다. 그런 광경을 일상에서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감수성과 정서, 어려움에 대한 경외,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난 정의에 대한 갈망, 그..

마호메트만평과 공자(孔子)

마호메트만평과 공자(孔子) 놀란 가슴, 아픈 마음을 다독이고 쓸어내리는 게 오늘을 사는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탓인지 이제 웬만한 일은 걱정도 감동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느새 마음이 무디어진 건 아닌지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소중해졌다. 마음이 무디어지면 곧 굳어지고, 굳어지면 돌이켜볼 기회가 와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호메트만평”이라고 알려진 서유럽과 이슬람세계의 충돌은 우리의 마음을 다시 비추어보게 하는 좋은 기회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재현조차 금기시 되어있는 마호메트를 두건을 쓰고 폭탄까지 지닌 모습으로 희화한 만화를 실어 사건의 단서를 제공한 덴마크의 신문이나, 그렇다고 만화가와 신문 편집자의 목숨에 현상을 거는 등 폭력적인 소요를 조장하는 일부 이슬람교 성직자나, 세계의 평화를 ..

에세이 2010.01.27

"멍멍이 노래 #1: 관계의 문제"

멍멍이 노래 1 "관계의 문제" 한 배에서 나온 멍멍이 두 마리를 작은 딸이 하나 아내가 하나 데려다 기르겠다길래 그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영영 남남 될지 모른다는 게 어쩐지 애잔하기도 했고 털북숭이 둘이 부둥키고 뒹구는 모습이 눈에 선했어요 게다가 자동차로 세 시간 가깝지 않은 거리를 딸 보러 갈 핑게가 하나 더 생기겠네 싶었지요 그런데 그게 처음부터 참 쉽지 않네요 한 날 한 배에서 나왔으니 말하자면 쌍둥이 형제인데 딸도 아내도 자기를 엄마라 하니 이 멍멍이 두 녀석이 서로에게 무언지 동생인지 조칸지 형인지 아저씬지 할머니라는 호칭이 그리 맘에 걸리면 하무이, 그래, 하무이라 하면 되겠네 나도 하부이라 할테니까 해도 끝끝내 엄마라고 고집하면서 두 마디 세 마디가 멀다고 엄마 엄마 맘마 먹어야지 물으면..

멍멍이 노래 2010.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