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하루 세 끼"

반빈(半賓) 2020. 11. 25. 03:06

"하루 세 끼"

 

먹자고 사는 거라

늘 낄낄대곤 했지만

 

그게 간단한 일이 아닌 걸

새 둥지를 틀고서 배웁니다

 

아침은 약수터 다녀오는 길에

떡을 사 들고 와 합니다

 

점심은 학교식당에서

함께 줄 선 젊은 학생들 따라하다

과식하기 십상입니다

 

집에 두고 온 마나님은

혼자 무얼 드시나 생각하지요

 

저녁이 문제입니다

해먹지 말고 고향맛 찾아

여기저기 다니며 먹어보자 했습니다

 

호두나무집은 명태지리도 맛있지만

갖가지 정갈한 반찬이 좋으니

또 올 집

 

콩이야기집은 역시 콤보, 둘이 가면

비지, 청국장, 순두부를 다 주니

또 올 집

 

시내 어떤 원조국수집의 세째 딸이 한다는

간판을 건 막국수집도 이런저런 이유로

또 올 집

 

오가며 만 걸음을 걸어야 하는 집에서

누룽지삼계탕이나 녹두삼계탕

 

도시철도로 세 정거장 가서

동죽을 듬뿍 넣고 끓인 칼국수

 

소국밥집에선

육사시미에 소주도 한 병

 

일찌감치 또 올 집이 된

고기구이집에선 착실한 월남 알바생에게

꼭 팁을 챙겨줍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집을

돌아다니고 난 어느날

이제부터 집에서 저녁을 하겠답니다

 

된장찌게 끓이고

생선 한 마리 굽고

소꿉장난처럼

 

하긴 그게 바로

고향맛입니다

 

(2019.4.15)

("둥지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