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浩昇(1950- )
〈詩人〉
酷寒擁來的一個冬天早上
有意無意間經過一家鳅魚湯鋪子
放在門口外的橡膠盆子裏
我看到了硬邦邦凍僵的鳅魚
直到結冰的剎那用全身
寫了詩死去的樣子
搖擺著尾鰭彎著腰
把長著長鬍子的頭直挺挺舉著
橫折豎鉤圓圈圈,各做成文字
到結冰的剎那用全身
向透明的冰塊吐著泥土
寫了絕命詩才死的那些冬天的
詩人
(半賓譯)
Chōng Ho-sūng (1950- )
"Poets"
In a winter morning when a severe chill swarmed in, I saw,
Passing with no particular thoughts by an eatery serving mudfish soup,
In a rubber water basin placed outside of the entryway,
Mudfish ice-locked solidly
Dead after writing a poem
With their whole body until the moment of getting frozen.
Waving the tail fins and bending the waists
And lifting straight the heads with long mustache,
Into L's and O's to form writings,
With their whole body till they got frozen,
Spitting mud to transparent ice,
They died after finishing a death poem.
Ah, those winter poets.
(H. Rhew, tr.)
정호승 (1950- )
"시인"
혹한이 몰아닥친 겨울 아침에 보았다
무심코 추어탕집 앞을 지나가다가
출입문 앞에 내어놓은 고무함지 속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미꾸라지들
결빙이 되는 순간까지 온몸으로
시를 쓰고 죽은 모습을
꼬리지느러미를 흔들고 허리를 구부리며
길게 수염이 난 머리를 꼿꼿이 치켜든 채
기역자로 혹은 이응자로 문자를 이루어
결빙의 순간까지 온몸으로
진흙을 토해내며 투명한 얼음 속에
절명시를 쓰고 죽은 겨울의
시인들을
-시집 《이 짧은 시간 동안》(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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