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龍澤 (1948 - )
〈江〉
這個世界上沒有
無聲流去的江水。
走到江邊
我把背靠在樹上
用腳尖踢踢地面。
太陽在哪兒都斜下後
被腳尖踢到的土裏
相纏在一起的
白色草根露出來。
江水上
白色月光散散碎裂
看著水的我心裏
山嶺數峯微微搖動。
人生就是
像月亮經過的水路那麼長的時間
無法避免
受苦掙扎無數夜晚的。
山啊樹啊
在西邊萌出來的星星啊
我是把我依靠在你們
忍了一輩子的。
就像這世界上任何東西
也不能用來
江水裏撈出那深切的月光似地,
即使這世界上
有任何樹枝樹根
也觸不到的
遙遠深處,
這個世界上沒有
無聲流去的江水。
(半賓譯)
Kim Yong-taek
"A River"
There's no river in the world
That flows soundlessly.
I go out to the river shore,
Stand, leaning my back on a tree,
And kick the land with the tip of my feet.
The sun sets from everywhere,
And from the land kicked by the tip of my feet,
Emerge white grass roots
Entangled together.
On the river
White moonlight is fractured;
In my heart as I look at the water,
Peaks and mountain ranges sway gently.
A life
Cannot but be lived
Struggling countless nights, a time
As long as the waterway for the moon to pass.
Mountains, trees,
And the stars that sprout in the west,
I have endured all my life,
By leaning myself over you.
Just as nothing in the world
Can be used to scoop up
The moonlight from the depth of the river,
Even if there were deep places
Unreachable by any branches and roots
In the world,
There's no river in the world
That flows soundlessly.
(H. Rhew, tr.)
韓文原文:
김용택
"강"
이 세상에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은 없다.
강가에 나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발끝으로 땅을 찬다.
어디나 해가 지고
발끝에 채인 흙 속에서
서로 얽힌
흰 풀뿌리들이 드러난다.
강물에서는
하얀 달빛이 부서지고
물을 보는 내 마음에서는
산들이 가만가만 흔들린다.
삶은,
달이 지나가는 물길만큼
많은 밤들을 뒤채이며
갈 수밖에 없다.
산아 나무야.
서쪽에 돋는 별들아.
나는 너희들에게 나를 기대고
내 일생을 견디었다.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저 강 저 깊은 달빛을
건질 수 없듯이
이 세상
그 어떤 가지와 뿌리로도
닿지 않는
깊은 곳이 있을지라도
이 세상에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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