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233

"이상은 '새벽에 앉아'의 운을 따라 잠을 적게 자는 일생을 노래합니다 次義山曉坐韻詠少眠一生"

半賓 〈次義山曉坐韻詠少眠一生〉 平生練少眠,略躺即安然。功課如催債,書林比海煙。晨曦興氣魄,夜鳥扣心弦。懊惱家人勸,而今過壯年。(甲辰立夏) 반빈 "이상은 '새벽에 앉아'의 운을 따라 잠을 적게 자는 일생을 노래합니다" 평생 잠 덜 자는 걸 익혀서잠시만 누우면 쾌적합니다 해야 하는 숙제가 빚 독촉 비슷하고;보고 싶은 책이 바다 안개 만큼입니다 아침 햇살이 힘찬 정신을 깨우고밤에는 새소리가 심금을 울리지요 가족들은 언짢고 걱정스러워 권합니다이제 한창때는 이미 지난 나이라네요(갑진년 입하에) H. Rhew "Singing a Life of Less Sleep, Using the rhyming of 'Sitting in Early Morning' by Li Shangyin (813-858)" Having practiced..

시선(詩選) 2024.05.15

"임옥산 (1907-2004) 화백의 작품 〈(호시)탐탐〉에 붙입니다 題林玉山眈眈"

半賓 〈題林玉山眈眈〉 虎視眈眈目熊熊,大口張開理始通。語出易經颐六四,期求逐逐欲無窮。動之噬嗑颐中食,口實怡人愉自得。來世畫師請另為,口開虎視更加直。        注:頷聯用《周易》颐卦六四爻辭:「虎視眈眈,其欲逐逐。」颐卦卦象似口形以上下顎即臼齒構成。頸聯用〈之卦〉之說。如颐卦六四為老陰,所得之卦為〈遇颐之噬嗑〉。噬嗑卦彖傳曰:「颐中有物,曰噬嗑。」九四即其物也。(甲辰晚春) 반빈 "임옥산 (1907-2004) 화백의 작품 〈(호시)탐탐〉에 붙입니다" 뚫어지게 바라보는 호랑이      눈이 불타는 듯 번뜩이지만큰 입을 크게 벌려야      비로소 이치에 닿습니다호시탐탐이란 말은 《역경》      이(颐)괘의 네번째 음효에서 나왔지요바라고 구하며 쫓고 쫓으니      욕심에 끝이 없습니다그 효가 움직이면 서합(噬嗑)괘로 가는데      입..

시선(詩選) 2024.05.08

"사패 자고천에 붙여 학업 이룸을 축하합니다 填鷓鴣天一闋祝學業成"

半賓 〈填鷓鴣天一闋祝學業成〉 四五星霜學業成,尋思求智取精宏。案前芸帙傳明德,眼裏世情待力行。 深又博,可和鳴,逆流不懼互支撐。諸君往後何如運,昨夜神明顯吉貞。(甲辰晚春) 반빈 "사패 자고천에 붙여 학업 이룸을 축하합니다" 네다섯 바퀴 별들이 돌고 서리 계절이 바뀌는 동안      학업을 이루었네요생각을 찾고 지혜를 구하며      넓은 데서 세련된 것을 골랐지요책상 위에서 많은 책들이      밝은 힘을 전했고;눈 앞의 세상 모습은      힘써 실천해 주길 기다립니다       깊이와 폭      조화로운 울림으로거꾸로 흐르는 물도 두려울 게 없이      서로 받치고 버티어 주겠지요지금부터 여러분들의      운은 어떠할까요어젯밤 천지신명이      상서로운 점괘를 주셨습니다(갑진년 늦봄에) H. Rhew "Fi..

시선(詩選) 2024.05.01

"화롄의 지진 花蓮地震"

半賓 〈花蓮地震〉 無一不搖何處依,蘇蘇虩虩失魂飛。再三震動驚心亂,百里餘波膽魄微。陰疊陽單分上下,山兼雷洊倒成非。胸懷太魯溪流秀,峽谷清風早日歸。        注:〈蘇蘇虩虩〉取自《周易》震卦之卦辭爻辭。頸聯用震艮二卦卦象。〈大象傳〉稱震卦及其倒轉之艮卦為〈洊雷〉及〈兼山〉。(甲辰清明後數日) 반빈 "화롄의 지진" 무엇 하나 흔들리지 않는 게 없으니      어느 곳에 기대나요벌벌 부들부들 떨고 있으니      혼이 빠져 날아가지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진동하니      놀란 마음이 어지럽고백 리를 가는 여파에      담이고 기백이고 조그마해 지겠지요 음은 둘이 겹치고 양은 하나인데      위 아래가 나뉘고겹겹 산과 쌓인 우레소리는      거꾸러지니 틀려집니다 가..

시선(詩選) 2024.04.24

리탕(李唐,1066-1150),"그림에 붙입니다 題畫"

李唐 〈題畫〉 雲裏煙村雨裏灘, 看之容易作之難。 早知不入時人眼, 多買胭脂畫牡丹。 리탕 (李唐, 1066-1150) "그림에 붙입니다" 구름 속 연기 피어 오르는 마을과 비 내리는 여울 보기에는 쉬워도 그리기는 어렵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이 이런 경치에 눈을 주지 않는 걸 일찍 알았다면 물감을 더 많이 사서 모란꽃을 그렸겠지요 (반빈 역) Li Tang (1066-1150) "Inscribed on aa Painting" Clouded hamlets from where smoke spirals up And rapids in the rain— They look easy, But in fact is difficult to paint. Had I known that people of these day Do not c..

시선(詩選) 2024.04.20

"서위(徐渭)는 차의 경지를 이야기하면서...... 文長論茶境之佳者......"

半賓 文長〈致品〉論茶境之佳者連用宜字,曰:「茶宜精舍宜雲林,宜瓷瓶,宜竹灶,宜幽人雅士,宜衲子仙朋,宜永晝清談,宜寒宵兀坐,宜松月下,宜花鳥間,宜清流白石,宜綠蘚蒼苔,宜素手汲泉,宜紅妝掃雪,宜船頭炊火,宜竹裏飄煙。」證明茶境並無所宜否。佚名明人《品茶圖》可謂為其補證。 何處何時茶不宜, 清流綠蘚好無疑。 花間月下酒來代, 茶酒飲酣能賦詩。 (甲辰穀雨前數日) 반빈 "서위(徐渭,字文長, 1521-1593)는 〈치품致品〉이라는 작품에서 차의 경지를 이야기하면서 '적절하다'는 뜻의 〈의宜〉자를 연이어 사용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차는 정갈한 집, 구름 덮인 수풀 속에서 마시는 것이 적절합니다. 도자기 다기가 적절하고 대나무 난로로 끓이는 것이 적절합니다. 선승이나 도인과 마시는 것이 적절하고, 기나긴 낮 맑게 이야기하며 마시거나 싸늘한 밤 곧..

시선(詩選) 2024.04.17

"쩌우추가 해악 셋을 제거합니다 周處除三害"

半賓 〈周處除三害〉 猛虎邪蛟射搏戡, 欲除禍害待成三。 恃強深省當為最, 遷善行仁回味甘。 (甲辰孟春) 반빈 "쩌우추가 해악 셋을 제거합니다" 사나운 호랑이와 사악한 악어를 활을 쏘고 주먹으로 패 죽였지만 없애야 할 해악은 모두 셋이었습니다 힘을 믿고 멋대로 산 걸 깊이 반성하는 게 첫째였지요 착한 길로 나아가 사람답게 살면서 뒷맛이 달콤했겠습니다 주: 쩌우추周處는 중국 서진西晉 때 사람으로 《진서晉書》에 전기가 실려 있는 인물입니다. 타고난 힘으로 사람들을 못살게 굴며 제멋대로 살다가 사람들이 왜 수심에 차 있는지가 궁금해져서 알아보니 사나운 호랑이와 사악한 악어와 못된 자신이라는 세 가지 해악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호랑이와 악어를 죽이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세설신어世說..

시선(詩選) 2024.04.10

"수선화 水仙"

半賓 〈水仙〉 自醉仙姿亦醉人, 下凡遍地笑催春。 輕盈媚態將凋謝, 何不長年作比鄰。 (甲辰春分) 반빈 "수선화" 신선의 자태에 스스로 취하면서 사람들도 또한 취하게 합니다 이 세상으로 내려와 여기저기 두루 피어 미소로 봄을 재촉하지요 산뜻해서 매력적인 모습이지만 머지않아 지려는 듯합니다 어째서 한 해 내내 이웃으로 지내려고 하지 않나요 (갑신년 춘분에) H. Rhew "Daffodils" Charmed by their own celestial figure, They make us charmed as well. Having descended to everywhere in this world, They hasten the coming of spring with their smile. But the attracti..

시선(詩選) 2024.04.03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靜夜思'의 운을 따라 깊이 취하고 싶다고 노래합니다 次韻李白靜夜思謌欲沈醉"

半賓 〈次韻李白靜夜思謌欲沈醉〉 遙遠向孤光,淒清起履霜。 時從心所欲,沈醉便懷鄉。 (甲辰雨水前數日) 반빈 "이태백 '조용한 밤의 생각靜夜思'의 운을 따라 깊이 취하고 싶다고 노래합니다" 저 멀리서 홀로 내려 비치는 달빛을 향해 쓸쓸히 일어서 서리를 밟으며 걷습니다 때로는 마음이 가는 곳을 따라서 깊이 취해 고향을 생각하고 싶습니다 (갑진년 우수 며칠 전에) H. Rhew "Singing the Wishes of Getting Deeply Drunk, Following the Rhyming of Li Bai's 'Thoughts in a Quiet Night'" Toward the moon shining alone from far away, I rise desolately and walk treading the..

시선(詩選) 2024.03.27

"화가 리충충 (1942- ) 그림의 틀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走進李重重畫框"

半賓 〈走進李重重畫框〉 坡翁欲買二頃田, 我願逍遙彩墨天。 有水有山花亦發, 招搖走進待成仙。 注:蘇軾〈書王定國所藏烟江疊嶂圖〉:「不知人間何處有此境,徑欲往買二頃田。」 반빈 "화가 리충충 (1942- ) 그림의 틀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소동파 노인은 밭 오륙 십 마지기를 사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수묵채색의 하늘에서 자유롭게 노닐기를 바랍니다 물도 있고 산도 있고 꽃도 또한 피어서 들어와 신선이 될 때를 기다리자고 손 흔들어 부릅니다 주: 소동파는 "왕정국이 소장한 '안개 낀 강과 겹겹의 봉우리'에 쓴다"는 시에서 "사람 세상 어느 곳에 이런 경치가 있는지 모르지만, 어서 가서 밭 두 경을 사고 싶다"고 썼습니다. 여기서 한 경(頃)이 어느 정도의 넓이인지를 정확하게 오늘날의 언어로 옮기는 것은 가능하지도 필요하..

시선(詩選) 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