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빈 "빨간 속옷과 유가(儒家)의 가르침" 재작년인가 중국을 여행하다가 상하이(上海)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과년한 여인의 속살에 내밀하게 마주 닿아있었을 속옷이 통째로 내걸렸으니 보기에 조금 민망하고 쑥스러웠음은 말할 것도 없겠다. 그런데도 사진까지 찍어 보관했다는 걸 너무 탓하지 마시라. 심각한 관음증(voyeurism)을 앓아 훔쳐보듯이 그 속옷 뒤에 숨어있었을 몸뚱이를 상상한 건 절대로 아니었다. 믿기 어려울지 몰라도 문득 유가(儒家)에서 가르치는 "인(仁)"과 "예(禮)"의 문제에 생각이 다다랐고, 그 이야기를 꺼낼 좋은 화두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행을 불러세우고 핀잔을 들을 걸 무릅쓰면서 카메라를 꺼내 찍어둔 것이다. 이 장면처럼 속옷이, 그것도 선명한 빨강색의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