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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지게미"

"술지게미" 술이나 식초를 만들고 생기는 찌꺼기를 중국말로 "짜오(糟)"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무슨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 그러니까 우리말로 "제엔장"이나 "제기럴" 정도의 뜻을 내뱉고 싶을 때도 사용한다. 보통 "떡"이라는 뜻의 "까오(糕)"를 덧붙여 "짜오까오!"라고 하는데, 뜻은 별로 다르지 않다. 술찌꺼기를 떡처럼 뭉쳐놓은 걸 뜻하는 것일 테니 여전히 술찌꺼기인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입에서 "제기럴", 조금 젊은 세대 사람이라면 "씨X" 정도의 말이 나올 상황에서 중국사람들은 "술지게미!"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테니스 게임에서 더블폴트를 했거나, 방에 열쇠를 둔 채로 방문을 잠가 낭패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 이 말이다. 이 말을 미국학생들에게 가르치면서 이해를 ..

메뉴와 음식주문

"메뉴와 음식주문" 서양음식점은 고급일수록 화려하게 인쇄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가죽으로 멋드러지게 제본을 해서 손에 들고 있기만해도 기분이 싱숭생숭해질 정도인 곳도 있다. 음식메뉴뿐 아니라 와인리스트가 따로 준비되어 있기도 한다. 와인의 선택은 대부분 그 날의 주빈이나 호스트의 임무인 경우가 많아 모인 사람 모두가 와인리스트를 검토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두툼하고 묵직한 두 권의 책을 수험생 입시공부하듯 자세히 들여다 보며 무얼 어떻게 시켜 먹을지 궁리하는 모습은 그런 음식점에서 흔히 보이는 정경이다. 글로 인쇄된 메뉴를 공부하는 것으로 다 끝나지 않는다. 그날 그날의 특별메뉴가 준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서너 가지 요리의 재료와 양념, 조리법 등을 설명하는 웨이터의 말이 뒤따르는 게 보통이다. 외운..

미국 중국음식이 중국음식?

"미국 중국음식이 중국음식?" 언제 기회가 있어 파리나 카이로, 리우데자네이로, 또는 케이프타운 같이 아주 먼 곳에 가게 되면 현지의 고유한 음식은 물론 그곳의 중국음식을 먹어볼 계획이다. 최소한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하면 "중국음식"은 세상 어느 구석엘 가나 있기 마련인데, 가는 곳 마다 나름대로의 특징을 보인다. 중국음식이 처음 소개된 시점의 사회상황이나 그 후의 정착의 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해서, 음식을 먹으며 해볼 수 있는 이런저런 생각이 음식만큼이나 맛있고 흥미진진하다. 그런 점에서는 중국의 바로 이웃인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요즈음은 조금 생소해졌는지 몰라도 "청요리"라는 말이 있었다. 그 때, 그러니까 우리 어렸을 적의 중국음식은 끼니로 먹는 음식과 "청요리"라고 불리던 조금 호사스러운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