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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벚나무"

재작년인지 가을나무를 보고 써 두었던 시 한 수를 이번 가을 바람에 선 바로 그 나무를 다시 보며 조금 고쳤습니다. ----- "가을 벚나무" 끝으로 치닫는 길목에 선 저 손짓도 꽃이라고 부르지요 향긋하지도 화사하지도 않고 흰 꽃잎 흩날린 그 때 같은 흥분도 흥겨움도 없지만 못할 것도 없지않나요 일찌감치 붉게 탄 꼭대기와 바래가는 초록을 움켜쥐고 버틸 때까지 버티려는 안간힘 사이로 여긴 맑게 저긴 깊게 때론 진하게 때론 옅게 갖가지 갈색 노랑색이 어우러진 게 꽃처럼 좋지 않아요 하긴 비내리고 바람불면 흩어져 없어질 것도 한 이치 아닌가요 저 손짓도 꽃이라고 부르지요 마음에 새겨두기에는 오히려 더 좋은 듯 하네요 (2007년 11월 청우재에서) (2010년 11월 수정)

시선(詩選) 2010.11.04

"깐비엔(乾煸) 조리법"

"깐비엔(乾煸) 조리법" 중국음식점은 참 가지 각색이다. 땅덩어리가 워낙 넓으니 지방에 따라 음식이 가지가지이고, 그런 지역의 특색을 살리려다 보니 음식점의 종류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지역 음식문화의 차이 말고도 음식점이 가지 각색인 이유는 또 많이 있다. 종업원 사이의 정보교환이 귀 옆으로 매달린 무선통신기구를 통해 이루어지는 대형음식점에서부터, 꼭 옛날 궁중이나 귀족의 가옥을 연상하게 하는 고급스러우면서 은밀한 곳도 있지만, 중국음식으로 보면 만리타향이랄 수 있는 미국의 시골 구석 뒷골목에 테이블 대여섯 개를 놓고 마치 소꿉장난 하듯 열어놓은 집까지 중국음식점은 참 진폭이 크다. 중국 큰 도시의 길가에 좌판을 벌이듯 열어놓은 먹거리 장소까지 포함시킨다면 정말 가지 각색이라는 표현이 무색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