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새우 "카이양(開洋)"과 무우 배추 무우나물은 내게 아주 특별한 음식이다. 별로 내세울 것 없는 반찬 한 가지를 가지고 무슨 호들갑이냐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긴 이렇다할 맛이 없는 담백한 맛을 맛으로 삼는 음식인 것도 사실이니 그런 생각도 그럴 듯하다. 그렇지만 내게는 벌써 오래 전에 아주 귀한 음식이 되었다. 특별한 기억과 연결되었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겠다. 집이 한 동네여서 중학교 3년을 늘 함께 붙어다닌 친구가 있었다. 등하교 길을 콩나물 시루 같던 시내버스 안에서 같이 시달렸고, 그게 싫은 날은 함께 안국동에서 비원을 지나 창덕궁 담을 따라 걸어서 하교하기도 했다. 명륜동쯤에서 옆길로 새 탁구를 한 바탕 차고 나서야 귀가한 날도 셀 수 없이 많았다. 물론 네집 내집 없이 서로의 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