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去勢)」의 비슷한 말
우리말로는 「불알을 바른다」고 하고 한자어로는 「거세(去勢)」한다고 하는 행위는 조금 복잡하게 이야기하면 생식능력을 제거해서 후손을 볼 수 없게 하는 일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긴 하지만 그와 같은 일이 인류의 역사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났음은 쉽게 알 수 있다. 우선「내시(內侍)」 또는 「환관(宦官)」이라 불리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일단 생식능력, 나아가서 성욕이 제거된 후 궐에 들어가 왕이나 황제를 보필하는 일을 했다. 권력에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힘을 모으고 쓸 수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았겠지만, 그들이 쓸 수 있는 힘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아무리 힘을 쓴다고 해도 후손을 보기위해서는 양자를 들이는 길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 사람들이 어떤 경위로 자의든 타의든 생식능력을 빼앗기는 것을 전제로만 있을 수 있는 삶을 선택했는지는 경우에 따라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를 수 있겠다.
생식능력을 형벌로 빼앗아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잘 알려져있는 경우가 《사기(史記)》라는 불후의 명역사서를 남긴 사마천이 감수해야했던 「궁형(宮刑)」이었다. 막말로 불알을 발리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목숨을 부지한 게 아버지때 시작해 자신이 이어 받은 역사서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위해서였다고 토로했고, 그렇게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해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그였지만, 그 형벌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불알을 바르는 일은 역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많은 동물들을 그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거세시킨다. 멍멍이도 고양이도 그를 위해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인류, 특히 문명된 사회에 산다는 사람들의 잔인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사람들은 한 술 더 떴다. 「거세」한다는 뜻의 말이 동물에 따라 다르게 정해져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돼지의 불알을 바르는 건 「豶(분)」이라고 한다. 《주역(周易)》에 이미 등장한 단어이니 참 오래전부터 단어의 세분이 있었다. 개의 거세는 「 閹 (엄)」이라고 하는데, 전국시대의 역사책인 《국어(國語)》의 〈진어(晋語)〉에 나와있다. 말의 불알을 바르는 건 「 騸(선)」이라고 했고, 소의 경우는 「 犗 (개)」라고 했다. 심지어 닭의 생식능력을 박탈하는 일까지 별도의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 鐓(순)」이다.
생식능력을 박탈하여 후손을 볼 수 없게 하는 게 「거세」 또는「불알 바르기」라고 할 때, 그걸 정치권으로 옮겨 적용해 보면 어떻게 될까? 집권하고 있는 정부나 당이 정권의 재창출을 못하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이 정부에 적용될 수 있는 「불알 바르기」의 비슷한 말은 무엇일까?
「사대강」?
「병역미필」?
「도곡동땅」?
「바베큐」?
「민간인 사찰」?
「천안함」?
「고소영」?
어휴, 한이 없겠다. 그만 하자.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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