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2

반빈(半賓) 2023. 1. 21. 16:42

반빈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2.

 

노랫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손자가 여전히 품에 있으니

어떻게든 노래는 불러야 합니다

 

울고 칭얼대는 아이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불편한 것 같을 때

불러주는 노래에는 마술 같은 힘이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이미자로 정훈희로 가보지만

또 도중에 흥얼거려야 합니다

그건 조용필도 마찬가지네요

 

영어 배운다고 외웠던 노래는 어떨까

궁리도 해보지만 존 덴버도 탐 존스도

하나같이 첫 몇 마디 뿐입니다

 

밥 딜런은 좀 다를까 기대해 봅니다

몇 해 전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다시 듣고 읽고 했으니 좀 나을까 해서요

 

바람 속으로 날려보내는 전쟁, 평화에 대한

그의 질문을 고전한시로 옮겨 보라고

문학번역 과목 과제로 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다 소용없어요

도중에 끊기는 건 똑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동요로 돌아갑니다

 

흥얼거리게 되면 또 어떠냐

이 노래 저 노래 몇 마디씩 자꾸 부르면 되지

하긴 같은 노래를 여러 번 부르면 또 어때…

 

그런데 신기하게도

부를 수록 실력도 기억도 늘어요

한두 소절씩 더 생각이 나기 시작합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 이것도 끝까지 부르고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비뚤고…"

이건 노랫말 뿐 아니라

 

솔미솔미 솔미도레 미도 도라솔

라레도 라라솔미 레도레 미미레…

이렇게도 생각이 납니다

 

참 좋은 노래인데 언젠가부터

참 바보같은 이유로 스르르 사라졌다는

노래도 기억이 납니다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낮에는 해동무 밤에는 달동무

우리들은 즐거운 노래동무"

 

그리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혼자 남은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게 됩니다

 

바다가 자장가를 불러주어

스르르 제 팔을 베고 잠이 든다고 하지요

끝까지 부른 후 한 살 손주에게 묻습니다

 

그럼 할배가 바다냐

 

(2023년 1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