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빈
"외손주를 안고 동요 노랫말을 찾습니다"
2.
노랫말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손자가 여전히 품에 있으니
어떻게든 노래는 불러야 합니다
울고 칭얼대는 아이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불편한 것 같을 때
불러주는 노래에는 마술 같은 힘이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이미자로 정훈희로 가보지만
또 도중에 흥얼거려야 합니다
그건 조용필도 마찬가지네요
영어 배운다고 외웠던 노래는 어떨까
궁리도 해보지만 존 덴버도 탐 존스도
하나같이 첫 몇 마디 뿐입니다
밥 딜런은 좀 다를까 기대해 봅니다
몇 해 전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때
다시 듣고 읽고 했으니 좀 나을까 해서요
바람 속으로 날려보내는 전쟁, 평화에 대한
그의 질문을 고전한시로 옮겨 보라고
문학번역 과목 과제로 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다 소용없어요
도중에 끊기는 건 똑 같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동요로 돌아갑니다
흥얼거리게 되면 또 어떠냐
이 노래 저 노래 몇 마디씩 자꾸 부르면 되지
하긴 같은 노래를 여러 번 부르면 또 어때…
그런데 신기하게도
부를 수록 실력도 기억도 늘어요
한두 소절씩 더 생각이 나기 시작합니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 이것도 끝까지 부르고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눈썹이 우습구나 코도 비뚤고…"
이건 노랫말 뿐 아니라
솔미솔미 솔미도레 미도 도라솔
라레도 라라솔미 레도레 미미레…
이렇게도 생각이 납니다
참 좋은 노래인데 언젠가부터
참 바보같은 이유로 스르르 사라졌다는
노래도 기억이 납니다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낮에는 해동무 밤에는 달동무
우리들은 즐거운 노래동무"
그리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혼자 남은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도
알게 됩니다
바다가 자장가를 불러주어
스르르 제 팔을 베고 잠이 든다고 하지요
끝까지 부른 후 한 살 손주에게 묻습니다
그럼 할배가 바다냐
(2023년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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