半賓
冬至前數日效陶淵明歸園田居其一回顧庚子年
夢浮浪浪海,醒見疊疊山。
異域萬里外,疫亂庚子年。
軀縛慕三花,心驚沈九淵。*
靜坐凝精神,呼吸聚丹田。
扶杖漫白日,隱几慌黑間。
能喻寸步外,不記頃刻前。
隱隱散霧霾,陰陰瀾雨煙。
或日開上蒼,應時登頂巔。
振衣除憂悶,彈冠品悠閑。
辛丑新陽至,起步詠傲然。
*〈三花〉引蘇軾〈三朵花並序〉事。〈九淵〉用賈誼〈吊屈原文〉語。
반빈
"도연명의 '고향 땅으로 돌아가 살기(歸園田居)'의 첫 수를 따라 경자(2020)년을 회고합니다"
꿈에서는 일렁이는 바다 위를 떠다니고
깨어나서는 첩첩 쌓인 산을 마주보았습니다
만 리 밖 타향 땅에서
전염병 난리를 겪는 올 해, 경자년
몸이 묶이니 꽃 세 송이 지닌 신선을 부러워하고
마음이 놀라니 아홉 겹 깊은 물속으로 숨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정신을 집중하고
깊이 숨을 쉬어 단전에 모았지요
한 낮에는 지팡이 짚고 슬슬 걷기도 했지만
어두운 밤엔 책상에 기대어 어지러워 했습니다
한두 걸음 밖을 알 수 있었나요
방금 전 일을 기억하지 못했지요
어슴푸레 흙먼지 퍼지고
흐릿한 비안개 넘쳐났습니다
어느 날인지 푸른 하늘이 열리겠지요
그럼 바로 산꼭대기를 오르겠습니다
옷 털어 입어 답답함을 덜어내고
모자 털어 쓰고 한가함을 맛보아야지요
신축년 새 해가 떠오르면
꿋꿋하게 노래하며 발걸음을 내딛겠습니다
*"꽃 세 송이(三花)"는 蘇軾의 〈세 송이 꽃과 서문(三朵花並序)〉, "아홉 겹 깊은 물(九淵)"은 賈誼의 〈조굴원문(吊屈原文)〉이 출전입니다.
'시선(詩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섣달그믐의 산보" (0) | 2021.01.02 |
---|---|
"지려고 뜨는 해" (0) | 2020.12.30 |
“ 동지팥죽” (0) | 2020.12.22 |
“윤동주 시인의 영혼에게 묻습니다” (0) | 2020.12.21 |
"예언자들, 모두" (0) | 2020.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