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윤동주 시인의 영혼에게 묻습니다”

반빈(半賓) 2020. 12. 21. 06:00

 半賓

 

〈依李白將進酒問詩人尹東柱之靈〉

 

東柱兮東柱,

君未言
天上星星風裏閃,懷中明滅舉頭點?
君未覺
春夏秋冬往復來,冷風秋氣續徘徊?
思鄉夢母寂靜夜,莫拒勸君酒幾杯。
山腳田邊水井裏,有雲有月有蒼天。   

風藍秋晚孤單坐,自審自憐懼自顛。
至君死,仰天看,
無微過,且勿憚。
請君聽我歌,暫時擱筆休揮翰?
起風葉落亦能戀,何事痛心思散亂。
追索一生窮性理,而立歸天攀彼岸。
命短才多非戲謔,招魂再會能相約?
我詩拙樸似牙牙,君作選三配小酌。

謫仙諾,君詩成,

我去宰羊邀曲生,金樽今昔必共傾。

 

 

반빈

 

이태백의 "술 들여오세요(將進酒)"에 기대어 윤동주 시인의 영혼에게 묻습니다

 

동주, 동주,

 

하늘에서 바람결에 반짝이고

가슴 속에서 깜박이는

별들을

머리를 들어 세었다고

 

말하지 않으셨나요?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오고, 갔다가 다시 와도

찬 바람 가을의 기운은

늘 거기 있다는 걸

 

느끼지 않으셨나요?

 

고향을 그리워 하고

어머니 꿈을 꾸는

고요한 밤

 

당신께 권하는

이 술 몇 잔

마다하지 마세요

 

산모퉁이 논 옆

외딴 우물 안에는

구름도 있고 달도 있고

푸른 하늘도 있었다지요

 

파아란 바람 아래

깊어가는 가을에

홀로 앉은 님

 

스스로를 들여다 보고 연민하고

혹시 넘어질까

두려워 하셨지요

 

죽는 그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조금의 잘못도 없었으니

거리낄 것 없습니다

 

제 노래를 들으시지요

잠시 붓을 놓고 글쓰기를 멈추십시오

 

바람 불어

떨어지는 낙엽도

사랑할 수 있으면서

 

무슨 일로

가슴 아파하고

생각을 어지럽혀야 했나요

 

삶이 무엇이고

어찌 살아야하는 건지

끝까지 찾으셔야 했는데

 

우뚝 설 나이 삼십에

하늘로 돌아가

피안으로 오르셨지요

 

명은 짧고

재주는 많은 게

웃을 수 없는 해학

 

님의 혼을 불러

다시 만나자

약속할 수 있을까요

 

저의 시는

서툴고 투박해서

갓난아이 옹알이를 닮았으니

 

님의 시

서너 수 골라 읊으며

한 잔 하시지요

 

이태백이 그렇게 하랍니다

님은 시를 이루었다고

 

저는 이제 가서

양을 잡고

술님을 모셔 오지요

 

금빛 이 술독

오늘 저녁에는

함께 기울입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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