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詩選)

"예언자들, 모두"

반빈(半賓) 2020. 12. 18. 03:39

재미있는 시 한 수 소개합니다.  내 동료이면서 훌륭한 시인인 불문학자 새뮤엘 대넌 (Samuel Danon)이 쓴 "PROPHETS, ALL"이란 제목의 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했습니다.  

                          

"예언자들, 모두"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디아, 요나, 미가,

나훔, 하바꾹,

스바니아, 하깨,

즈가리아, 말라기,

 

무엇이 잘못되었던 거죠?

 

너무 늦게

너무 낡아버린 세상으로 왔던 건가요?

그렇게 보이던가요?

여러분의 예언이 너무 단순했나요?

너무 확실했나요?  아니면 너무 짧았나요?

출판할 가치는 있어도

존경받을 만 하지는 않았나요?

묻지 말았어야 할 문제를 물었나요?

받은 계시가 엉터리였거나

자료가 부족했나요?

전달하려는 소식이 충실하지 않았거나

당초에 흥미롭지 않았거나

헤아리기 어려웠나요?

아니면 유행에 맞지 않아서였나요?

 

무얼 잘못하신 거죠?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디아, 요나, 미가,

나훔, 하바꾹,

스바니아, 하깨,

즈가리아, 말라기.

 

수사법이 너무 약했거나

언어가 너무 정확했거나

아니면 경쟁이 심했나요?

혹시 재해석할 여지를

분분하게 남겨

논점이 치밀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요?

결론이 틀렸거나

논리적인 하자가 있었거나

아무 것도 상상에 맡기지 않았던 건 아닌가요?

형식 때문이었나요,

내용이나 길이 때문이었나요,

아니면 전달이 잘못된 건가요?

마음을 다하지 않은 건 아닌가요?

혹시 각 부분을 잘 보지 못한 건가요?

                                                                       

지금은 어디 계시지요?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디아, 요나, 미가,

나훔, 하바꾹,

스바니아, 하깨,

즈가리아, 말라기.

 

명함에

"소 예언자"라고 쓴 채

망각되었나요?

덜 중요한 예언자를 위한 자리를

넘어서는 어딘가 계실 데가 있나요?

성질 고약한

다른 이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그냥 여러분들끼리 지내나요?

아니면 불의를 보고 참지못해

아직도 확신시키려고 애쓰나요?

여러분이 일하시는 동안

다른 이들은 영광 속에 앉아있나요?

모든 걸 다 말하고 다 행한 후에도

하느님은 용서에 인색하신가요?

하느님을 만날 수는 있나요?

설명하고 호소할 수 있나요?

하느님 마저

여러분이 잘못 표현했다고 여러분을 나무라시나요?

 

무엇이 잘못되었던 거죠?

 

호세아, 요엘, 아모스,

오바디아, 요나, 미가,

나훔, 하바꾹,

스바니아, 하깨

즈가리아, 말라기.

 

난 기억합니다.  여러분과

다른 모든 군소 예언자들

중요하지 않은 일들

세상의 작은 선생님들을.

준비도 없이, 서투르게

때를 만나지 못하고 이 세상에 와

인정받지 못할 일을 하도록 강요당하고

언제 얻어터지는지 알면서

스스로를 용서하는 여러분을.

 

우주를 만들자면 여러 가지가 다 있어하는 법입니다.

 

호세아, 요엘, 아모스,

그리고 나머지 모두.

 

(반빈 역)

'시선(詩選)'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동지팥죽”  (0) 2020.12.22
“윤동주 시인의 영혼에게 묻습니다”  (0) 2020.12.21
〈먼 훗날〉  (0) 2020.12.15
"동주에게"  (0) 2020.12.11
“ 스러져가는 가을을 노래함”  (0) 202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