奇亨度(1960-1989)
〈城市裏的雪 – 冬季版畫2〉
城市裏像戰爭似地下著雪。人們聚在處處街燈下抖掉雪。我應該去哪兒抖掉我的年齡呢?已往的春天那記憶和暢的花園還開滿著蘿蔔花搖動嗎?四方失去人跡的花園沿著草繩那些腐爛的花瓣在一起哭泣嗎?
我們站在浮於破曉煙霧的鐵橋上。雪絲揮著數千塊白手帕奔向河口。你說了。看得到水。冰層下那可疑的青色,用雙手蓋住臉就閃著銀色落下的你那寶貴的微笑,一群鳥帶着水色溶進煙霧裏,看得到嗎?我們⋯⋯
(半賓譯)
Ki Hyōng-do (1960-1989)
"Snow in the City – Winter Engraving 2"
It is snowing in the city like a war. People gather under streetlights here and there, and shake off the snow. Where am I supposed to go to shake off my age? The flower garden of balmy memory of the past spring, is it filled with radish flowers still swaying? Decaying flower petals gathered in the flower garden where human trace is lost in all four directions, are they crying, running along the straw ropes there?
We are standing on a steel bridge, which floats in the misty fog of daybreak. Snowflakes run toward the mouth of the river, waving thousands of handkerchiefs, and you said: I see the water. The suspicious blue under the slate of ice, your precious smile that scatters, glistening in silver as you block the face with the palms, a pod of birds fusing into the misty fog having turned into the color of water. Do you see? We……
(H. Rhew, tr.)
韓文原文:
기형도
"도시의 눈 – 겨울판화2"
도시에 전쟁처럼 눈이 내린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가로등 아래 모여서 눈을 털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서 내 나이를 털어야 할까? 지나간 봄 화창한 기억의 꽃밭 가득 아직도 무꽃이 흔들리고 있을까? 사방으로 인적 끊어진 꽃밭 새끼줄 따라 뛰어가며 썩은 꽃잎들끼리 모여 울고 있을까.
우리는 새벽 안개 속에 뜬 철교 위에 서있다. 눈발은 수천 장 흰 손수건을 흔들며 하구河口로 뛰어가고 너는 말했다. 물이 보여. 얼음장 밑으로 수상한 푸른빛.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면 은빛으로 반짝이며 떨어지는 그대 소중한 웃음. 안개 속으로 물빛이 되어 새떼가 녹아드는 게 보여?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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