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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떠우푸(老豆腐)"

"라오떠우푸(老豆腐)" 우스갯소리로 하신 말이겠지만 결혼을 며칠 앞두고 가진 한 저녁자리에서 내 장인은 따님의 혼처가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정해졌다고 하셨다. 마침 저녁상에 오른 두부요리가 화제가 된 끝에 나온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렸을 적부터 두부를 좋아해서 늘 두부공장집으로 시집을 보내야한다고 말해왔는데 어쩌다 보니 고리타분하게 중국고전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보내게 됐다는 말씀이었다. 내 자격지심때문이었는지 그 말씀이 그냥 우스개로만 들리지 않았다. 그 때만 해도 중국이 아직 소위 "죽(竹)의 장막"에 가려져 있어 중국어를 배우고 중국문학을 공부하는 게 그리 희망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 그래서 그 때 내 인생의 청사진이 꼭 배고프게 살겠다는 선언처럼 들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

"스즈터우(獅子頭)"

중국음식중엔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름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서시설(西施舌)"이라는 음식이 그렇다.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서시(西施)의 혀"라는 뜻인데, 중국역사에서 손꼽히는 미인였다는 서시, 그것도 그 여자의 혀를 지칭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그런 이름을 감당할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서시설"은 중국 동남해안에 위치한 복건(福建)성과 타이완의 동남쪽 해안에서 나는 조개의 한 종류인데, 이 조개를 재료로 조리한 음식도 그냥 "서시설"이라고 부른다. 일본음식에서 사시미 재료로 인기가 있는 미루가이라는 조개(우리나라에서는 왕우럭조개나 코끼리 조개라고 부른다)보다는 작은 편이지만 몸체에 비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길고 통통한 수관(水管)부분이 식용으로 애..

"군신유의(君臣有義)"를 생각한다

"군신유의(君臣有義)"를 생각한다 나라의 중요한 직책에 지명된 사람들이 합당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한참 사회가 떠들썩했다. 또 흠결의 혐의가 짙은 사람들이 지명되었기 때문이었다.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정책의지를 강력히 실천하기 위해서 가까운 사람들을 기용하려다보니 흠결을 알고도 애써 외면했다고 이해해준다면 가장 선의적이겠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통령의 이번 지명에서 내가 데려다 쓴다는데 왠 말이 그렇게 많으냐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았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이제까지 여러번의 고위공직자 지명에서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총리를 포함해 세 명의 지명자가 사퇴함으로써 마무리되었다고 하지만, 분명히 흠결이 있어보이는 사람을, 상당히 분명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임명하기도 했으니, 진정한 마무리는..

에세이 2010.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