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노래

"멍멍이 노래 #5: 착각에서 희망까지"

반빈(半賓) 2010. 6. 3. 02:41

멍멍이 노래 #5

 

"착각에서 희망까지"

 

정말입니다

기도를 알아들어요

 

아멘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아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우리가 밥상에 앉아

잘 먹겠다고 기도하고 아멘하면

 

소파 위로 올라가

턱을 괴고 눕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다는 아멘 소리엔

쏜 살 같이 발목 옆으로 달려와

 

엉덩이 내리고 얌전히 앉지요

그걸 보셔야 해요

 

우리들 밥 먹는 동안에는

근처에서 서성거려 봐야 국물도 없지만

 

식사가 끝나면 자기 몫이

있다고 아는 것 아닙니까

 

아멘 소릴 듣고

어떻게 그걸 구별하는지,

 

다른 집 멍멍이들보다 확실히

지능이 높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하는 짓이 정말 다르다니까요

 

물론 그 뿐이 아닙니다

공 가지고 노는 걸 보세요

 

이웃집 멍멍이들과는

아주 판이하지 않아요

 

담요를 물어다 공 위에 얹고

그 아래로 고개를 디밀어

 

더듬더듬 찾아 끌어내서는

다시 담요를 덮어 숨기지요

 

그렇게 제 나름의 놀이를 만들어서

노는 멍멍이가 세상에 또 있습니까

 

던져주면 물어오고

또 던져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너무 싱겁고 하릴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제 딱 하나 남았습니다

말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말귀를 알아듣는 건

다른 멍멍이들도 다 하쟎아요

 

우리 이 똘똘이 녀석은

대꾸할 방법이 그냥

 

멍멍 컹컹 밖에 없다는 걸

용납하지 못할 겁니다

 

두고 보세요

 

 

(20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