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彩旻(1958- )
〈花截斷路途〉
收到了一個詩人的報喪帖子,是未曾見過面的。
電腦旁
擺著她留下的白梅圖
我赤腳踩著
陽光早已離去的時間
她就在那時死了
有人抵死忍
有人冒死愛
有人擁抱死亡截斷路途
老天的保佑到達之前
人們
擦拭那青白名字
昨天發花的梅花樹
今天落下花瓣
昨天站著的
今天躺在花裏
習慣於離去的
極為短暫的我們
以生而死
以死為生
(半賓譯)
Yi Ch'ae-min (1958- )
"Flower Cuts Off the Road"
I received an announcement of a poet's death, one whom I never met.
By the computer
Lay unfolded, "White Plum Blossoms," she left.
I was treading barefooted
A time from which sunlight had already left,
And she died right at that moment.
Some endure, till death,
Some love, risking death,
Some hug death, and cut off the road.
Before God's providence arrives
People
Delete the pallid name.
A plum tree that blossomed yesterday
Drops petals today.
Those who were standing yesterday
Lie down amidst flowers today.
Being familiar with departures,
We, so ephemeral,
Die living,
And live by dying.
(H. Rhew, tr.)
韓文原文:
이채민 (1958- )
"꽃은 길을 멈추고"
만난 적 없는 시인의 부고를 받았다
컴퓨터 옆에는
그녀가 남긴 백매도가 펼쳐져 있고
나는 햇볕이 떠나간 시간을
맨발로 밟고 있는데
그 시간 그녀가 죽었다
누구는 죽어라 견디고
누구는 죽도록 사랑하고
누구는 죽음을 껴안고 가던 길을 멈춘다
신의 가호가 당도하기 전에
사람들은
시퍼런 이름을 지운다
어제 꽃을 피운 매화나무가
오늘 꽃잎을 떨구고
어제 서 있던 자들이
오늘 꽃잎 속에 눕는다
떠나는 것이 익숙한
아주 잠깐의 우리는
살아서 죽고
죽어서 산다
-이채민 시집 《까마득한 연인들》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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