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江(1970- )
《破曉時分聽到的歌》其三
我如今
是個不發也好的花苞
或者是花瓣已落盡的
花莖
一個季節這麼流過去也好
有人
說是上吊
有人
聽說忘了自己的名字
一個季節那樣流過去也行
破曉色
灰青青
蒼蒼樹林
沒凍到心
我舉著頭
可是到寒冷火球似的
太陽天上畫線而過了
我的雙目還沒有洗清
又一次
不易忍受的
月亮升上
又一次
愈合的傷口
裂開
一個季節這樣
流更多的血也可以
(半賓譯)
Han Kang (1970- )
"A Song I heard at Daybreak, #3"
Now I am
A flower bud that is fine not to bloom,
Or, the stem that has lost all the flower petals.
It is okay for a season to pass like this.
Someone, I hear,
Hanged himself.
Someone, they say,
Has forgotten her own name.
It is fine for a season to pass like that.
The break of day
Is pale blue.
The grizzled trees
Are not frozen to the core.
I raised my head,
But though the sun, looking like a mass of chill flames,
Finished it course across the sky,
My two eyes are still not cleansed.
Again,
There rises the unbearable
Moon.
Again,
The wound that has healed
Is open.
It is okay for a season
To bleed more like this.
(H. Rhew, tr.)
韓文原文:
한강 (1970- )
"새벽에 들은 노래 3"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
이미 꽃잎 진
꽃대궁
이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누군가는
목을 매달았다 하고
누군가는
제 이름을 잊었다 한다
그렇게 한 계절 흘러가도 좋다
새벽은
푸르고
희끗한 나무들은
속까지 얼진 않았다
고개를 들고 나는
찬 불덩이 같은 해가
하늘을 다 긋고 지나갈 때까지
두 눈이 채 씻기지 않았다
다시
견디기 힘든
달이 뜬다
다시
아문 데가
벌어진다
이렇게 한 계절
더 피 흘려도 좋다
-한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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