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貞姬(1947- )
〈為謝去的花〉
好好去吧。在這一秋天
我們有什麼能再遺失的
什麼都有,什麼都沒有
這兒還有放棄一切
出家做高僧
而後連高僧也放棄不做的呢
秋花蕭瑟落地的
淒涼的愛情其實什麼也不是
把早春嫩青亮亮的新衣
一日日地換成黃金衣服
那也匆匆忙忙脫掉以後
連草木也解脫的
這崇高的秋天裏
好好去吧。我離走後
站在空空荒野的你
就那樣已經是一棵高僧了
(半賓譯)
Mun Chōng-hūi (1947- )
"For Flowers that Wither"
Take care as you go. On this autumn day,
What more do we have to lose?
There's anything, and there isn't anything.
There is even someone who gives up everything,
Leaves home, becomes a monk of high virtue,
And even renounce the monkhood.
The desolate love of
Autumn flowers rustling down is in fact nothing.
On this solemn autumn day,
Even trees and plants, having been turning
The new clothes of early spring in resplendent green
Into the golden dress day by day,
Fling that away and get enlightened,
Be well as you go. After I leave,
Just standing like that in the vacuous field,
You already are a monk of the highest virtue.
(H. Rhew, tr.)
韓文原文:
문정희 (1947- )
"지는 꽃을 위하여"
잘 가거라, 이 가을날
우리에게 더 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
아무것도 있고 아무것도 없다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
고승이 되었다가
고승마저 버린 사람도 있느니
가을 꽃 소슬히 땅에 떨어지는
쓸쓸한 사랑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른 봄 파릇한 새 옷
하루하루 황금 옷으로 만들었다가
그 조차도 훌훌 벗어버리고
초목들도 해탈을 하는
이 숭고한 가을날
잘 가거라, 나 떠나고
빈 들에 선 너는
그대로 한 그루 고승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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