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枝華(字君實,號守庵,1513-1592)
〈山中〉
逃世辭鄉歲又除,
亂山蕭寺曉鐘餘。
自憐心下無機事,
白首挑燈讀古書。
注:二句〈蕭寺〉指佛寺。梁武帝多建佛寺,常冠以〈蕭〉姓,故稱蕭寺。據李肇《唐國史補》,武帝造寺,令蕭子雲大書〈蕭〉字,今唯存一蕭字。蕭子雲(487-549),字景喬,南朝梁時書法家,文人。中國藝術史將不重佛寺具而象重意境之畫稱之以〈蕭寺圖〉,李成、范寬等名家中為蕭寺圖者比比皆是。宋徽宗時曾有〈深山藏古寺〉之畫院考題,亦〈蕭寺圖〉之類也。考題之關鍵在其〈藏〉字。
박지화 (자는 군실, 호는 수암, 1513-1592)
"산속에서"
세상을 피하고 고향마저 떠났는데
한 해가 또 저뭅니다
첩첩 어지러운 산 속 보일 듯 말 듯한 사찰에서
새벽 종소리 여운이 전해집니다
마음 속에 어떤 중요한 일도 없음을
스스로 안타까워 해
허옇게 쉰 머리로 등불 심지를 돋우며
옛날 책을 읽습니다
주: "보일 듯 말 듯한 사찰"로 번역한 둘째 행의 소사(蕭寺)는 불교사찰을 의미합니다. 양나라 무제 때 불교사찰을 많이 짓고 황제의 성인 소(蕭)를 앞에 넣어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사라는 말이 불교 사찰이라는 일반명사의 뜻을 갖게 되었습니다. 번역에 "보일 듯 말 듯한"이라는 수식어를 넣은 것은 같은 행의 난산(亂山)을 고려해서 입니다. 난산은 능선이 첩첩 어지럽게 겹쳐진 깊은 산이라는 뜻입니다. 중국예술사는 사찰의 구체적인 모습보다는 의미의 경지를 중시한 그림을 〈소사도蕭寺圖〉라는 계통으로 정리합니다. 이성(李成, 919-967경), 범관(范寬, 950경-1032경) 등 많은 화가들이 소사도를 그렸습니다. 송나라 휘종 때 화원의 시험제목으로 출제된 〈심산장고사深山藏古寺〉도 소사도의 계통입니다. 1100년에 시행된 이 시험에서 가장 인정을 받은 작품은 "숨긴다(藏)"는 말에 착안해 불교 사찰의 구체적인 모습이 보일 듯 말 듯했다고 전해집니다.
(반빈 역)
Pak Chi-hwa (1513-1592)
"In the Mountains"
I have escaped the world and even left home,
And another year is passing.
From a barely visible temple in the layered mountains,
Comes the lingering echo of daybreak bells.
Pitying myself for not having anything
Of importance in the heart,
I push up the lamp wick and read old books,
With my hair that has turned grey.
Notes: The word translated here as "a barely visible temple" in the second line, xiaosi 蕭寺, means Buddhis temples. Emperor Wudi of the Liang Dynasty had many temples built and named them with his imperial surname, Xiao, making "xiao-temple" mean Buddhist temple. The use of "barely visible" in the rendition is an effort to account for the word luanshan 亂山 in the same line, which means deep mountains with layers of jagged ranges. Chinese art history identifies a series of paintings as "Xiao Temple," in which artists focused on ideas and not on concrete images of Buddhist temples. Many renowned artists, such as Li Cheng (919-ca. 967) and Fan Kuan (ca. 950-ca. 1032), produced paintings titled as such. An examination question at the Painting Bureau, during Emperor Huizong's reign, "Deep Mountains Hide an Old Temple 深山藏古寺," is a celebrated case. The winning work is known to have contained only barely visible traces of a Buddhist temple.
(H. Rhew, tr.)
圖:《亂山藏古寺》(王伯敏,1924-2013)
圖:《雪山蕭寺圖》(范寬, 約950-約1032)故宮博物院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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