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성여신,"쪽집게와 귀밑머리의 노래" 서문과 함께 〈鑷鬢吟〉并序

반빈(半賓) 2024. 10. 24. 06:15

成汝信(字公實,號浮查,1546-1632)

 

〈鑷鬢吟〉并序

 

戊午夏五之念,翁臥浮查亭,令兒輩用鑷拔兩鬢白毛。兒輩曰:「若欲拔白,鬢毛殆盡矣。」翁椎枕驚起曰:「翁之老一至此乎。」翁嘗用杜工部竊比稷契之語,竊比於己,而稷契做未得。晚年自稱少仙,而真仙亦未成。今鑷鬢而招兒輩之笑,良可笑也。然有命焉。其如命何。聖人云:「七十從心所欲不踰矩。」余庸人也,安敢以聖人自期。雖未能不踰矩,自放於佳山美水,從所欲而遊之,則亦庶幾乎從心矣。

 

比契徒虛語,求仙亦未詳。

君民計已左,休鑷鬢邊霜。

 

               注:〈竊比稷契〉語出杜甫〈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首二聯曰:「杜陵有布衣,老大意轉拙。許身一何愚,竊比稷與契⋯⋯」。稷與契,即舜時皋陶、夔、后稷、契等四賢臣之二人。

 

성여신 (자는 공실, 호는 부사, 1546-1632)

 

"쪽집게와 귀밑머리의 노래" 서문과 함께

 

무오년 여름 음력 오월 스무날, 이 늙은이는 부사정에 누워 아이들에게 양쪽 귀밑 흰 머리칼을 뽑으라 했습니다. 아이들이 말했습니다. "흰 머리칼을 뽑다 보면 귀밑머리가 모두 뽑히겠습니다." 이 늙은이는 깜짝 놀라 베개를 밀치고 일어나 말했습니다. "이 늙은이가 어느새 그토록 늙었다는 말인가." 두보가 내심 후직과 설에 자신을 견주어 본다고 한 말을 써서 이 늙은이도 내심 그렇게 견주기도 했지요. 그러나 후직과 설 같은 일을 아직 이루지 못했습니다. 나이가 든 후에는 스스로를 애송이 신선이라고 부르지만, 진짜 신선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제는 귀밑 흰 머리칼을 뽑으라고 했다가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냈으니 참으로 우습게 되었습니다. 이것도 하늘이 준 운명인데 이 운명을 또 어쩌겠습니까. 공자께서는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랐지만 법도를 넘어서지 않았다"고 하셨지요. 그저 그런 사람인 내가 어찌 감히 성인처럼 되기를 기대하겠습니까. 법도를 넘지 않는다는 건 이루지 못했지만, 스스로를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내 놓고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니 마음을 따른다는 것에는 거의 다다른 듯합니다.

 

설과 견준다는 건 쓸데없는 허튼소리이고

신선이 되려 해도 어찌 하는지 모릅니다

임금의 좋은 백성이 될 계획은 이미 어긋나 버렸으니

서리 내린 귀밑머리를 뽑는 것도 그만두어야겠지요

 

           주: "내심 후직과 설에 견주어 본다 竊比稷契"는 말은 당나라 시인 두보 (712-770)의 "장안에서 봉선현으로 가며 마음에 품은 생각을 오백 자로 노래합니다 自京赴奉先縣詠懷五百字"라는 작품에서 왔습니다. 모두 백 행인 그 작품의 첫 두 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릉에 벼슬 없는 사람이 사는데/늙어가며 생각이 어리숙해졌습니다/내 자신과 한 약속 하나가 얼마나 어리숙한지/내심 후직과 설에 견주었습니다 杜陵有布衣,老大意轉拙。許身一何愚,竊比稷與契。" 후직과 설은 순임금 때의 사람으로 고요, 기와 함께 어진 신하 네 명으로 거명됩니다.

(반빈 역)

 

Sōng Yō-shin (1546-1632)

 

"A Song of Tweezing Out Hair on the Temples" with Preface

 

On the twentieth day of the fifth moon in the year of wuwu (1618), this old man laid himself down at Pu-sa Pavilion, and asked kids to tweeze out white hair on the two temples. Kids said, "If you want to have white ones tweezed out, every hair on the temples will have to be plucked."  This old man pushed away the pillow, jumped up frightened, and said, "This old man is that old?" This old man used to apply to himself the words of Du Fu (712-770), "comparing myself to Hou Ji and Xie in my mind," but was unable to do as the two wise men.  In his old age, he called himself a "novice celestial," but could not become a real celestial. Now, by asking kids to tweeze out hair on the temples, he made them laugh at him. Is this not laughable? But that is what heaven allocated to him, and what could be done about that? Confucius said, "By the age of seventy, I followed my heart's desire, but never went beyond the norm." I am just a plain person of mediocrity.  How dare I expect to be the same as the sage. Though I am unable not to go beyond the norm, but by putting myself in the midst of beautiful mountains and rivers and freely sauntering as I desire, I am almost there in following my heart.

 

Comparing myself with Xie is useless and nonsensical.

As for seeking to become a celestial, I am unsure of how.

The plans for being a good subject of the lord have gone awry.

I shall stop tweezing out frosted hair by the temples as well.

 

               Notes: The phrase, "comparing myself to Hou Ji and Xie in my mind," comes from a poem by Du Fu (712-770), "Singing in five hundred words my thoughts as I go to Fengxian Prefecture from the capital." The first two couplets of the hundred-line poem read: "There in Duling is a man without an official position,/whose thoughts have turned clumsy as he grew old.//How foolish was the promise I made with myself?/I compared myself to Hou Ji and Xie." Hou Ji and Xie were legendary figures in Shun's court, who, together with Gao Yao and Kui, are often referred to as "four wise ministers of Shun."

(H. Rhew, t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