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노래 #4
"힘과 지위의 문제"
압니다 다 알아요
물론 모두 내 탓입니다
그러니 다시 일깨워 주실 것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짧지 않은 세월을 그렇게 살았는데
제 버릇을 개에게 주겠습니까
걸핏하면 책장을 뒤적거리지요
그 속에 꼭 답이 있지도 않다는 건
겪을 만큼 겪어 알 만도 한데 말입니다
결국 또 책으로 손이 갔습니다
그냥 생긴대로 얼싸안고
살면 되는 건데 왜 그랬지요
처음엔 쉽게 생각했어요
앉으라면 앉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그러면 되는 거 아냐
하면서 멍멍이 훈련과정에
등록을 했습니다
배울 건 많았습니다
멍멍이가 배울 것보다
우리가 배울 게 많아서 문제였지요
우리가 잘못하면 우리 탓
멍멍이가 잘못해도
우리 탓이라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책에 손이 간 겁니다
달리 방도가 없었고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도 없었어요
책이란 게 늘 그렇지요
읽기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아리송합니다
몇 권을 훑었는데
모두 멍멍이가 늑대의 후손이라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을 합디다
깡충깡충 뛰며 하는 예쁜 뽀뽀가
글쎄 물고온 먹이를 내려놓으라고
에미개 입을 핥는 동작이 남은 거랍니다
힘과 지위의 차이가 중요한 건
늑대로 무리지어 살던 그 때나
지금이나 한가지랍니다
멍멍이가 스스로 알파라고
생각하게 되면
죽도 밥도 아니 된다고 해요
예컨대 문밖 나들이에는
멍멍이를 앞세우지 말랍니다
자기가 대장인줄 알까봐 그렇다지요
말을 꼭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내가 왕초늑대가 되어야
해결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집에 들일 때 벌써
알파로 모시겠다고
다짐을 한 셈인데
이제와서 물고 뜯고
한바탕 결투를 해야 한다니
어디 우리집이 동물의 왕국입니까
그냥 얼싸안고 살아야지요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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