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노래

"멍멍이 노래 #4: 힘과 지위의 문제"

반빈(半賓) 2010. 5. 1. 04:32

멍멍이 노래 #4

 

"힘과 지위의 문제"

 

 

압니다 다 알아요

물론 모두 내 탓입니다

그러니 다시 일깨워 주실 것 없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짧지 않은 세월을 그렇게 살았는데

제 버릇을 개에게 주겠습니까

 

걸핏하면 책장을 뒤적거리지요

그 속에 꼭 답이 있지도 않다는 건

겪을 만큼 겪어 알 만도 한데 말입니다

 

결국 또 책으로 손이 갔습니다

그냥 생긴대로 얼싸안고

살면 되는 건데 왜 그랬지요

 

처음엔 쉽게 생각했어요

앉으라면 앉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그러면 되는 거 아냐

하면서 멍멍이 훈련과정에

등록을 했습니다

 

배울 건 많았습니다

멍멍이가 배울 것보다

우리가 배울 게 많아서 문제였지요

 

우리가 잘못하면 우리 탓

멍멍이가 잘못해도

우리 탓이라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그래서 또 책에 손이 간 겁니다

달리 방도가 없었고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도 없었어요

 

책이란 게 늘 그렇지요

읽기는 재미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는 아리송합니다

 

몇 권을 훑었는데

모두 멍멍이가 늑대의 후손이라는 데서

이야기를 시작을 합디다

 

깡충깡충 뛰며 하는 예쁜 뽀뽀가

글쎄 물고온 먹이를 내려놓으라고

에미개 입을 핥는 동작이 남은 거랍니다

 

힘과 지위의 차이가 중요한 건

늑대로 무리지어 살던 그 때나

지금이나 한가지랍니다

 

멍멍이가 스스로 알파라고

생각하게 되면

죽도 밥도 아니 된다고 해요

 

예컨대 문밖 나들이에는

멍멍이를 앞세우지 말랍니다

자기가 대장인줄 알까봐 그렇다지요

 

말을 꼭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내가 왕초늑대가 되어야

해결이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집에 들일 때 벌써

알파로 모시겠다고

다짐을 한 셈인데

 

이제와서 물고 뜯고

한바탕 결투를 해야 한다니

어디 우리집이 동물의 왕국입니까

 

그냥 얼싸안고 살아야지요

 

(20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