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노래 1
"관계의 문제"
한 배에서 나온
멍멍이 두 마리를
작은 딸이 하나
아내가 하나
데려다 기르겠다길래
그것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영영 남남 될지 모른다는 게
어쩐지 애잔하기도 했고
털북숭이 둘이 부둥키고
뒹구는 모습이 눈에 선했어요
게다가 자동차로 세 시간
가깝지 않은 거리를
딸 보러 갈 핑게가
하나 더 생기겠네 싶었지요
그런데 그게 처음부터
참 쉽지 않네요
한 날 한 배에서 나왔으니
말하자면 쌍둥이 형제인데
딸도 아내도
자기를 엄마라 하니
이 멍멍이 두 녀석이
서로에게 무언지
동생인지 조칸지
형인지 아저씬지
할머니라는 호칭이
그리 맘에 걸리면
하무이, 그래, 하무이라 하면 되겠네
나도 하부이라 할테니까 해도
끝끝내 엄마라고
고집하면서
두 마디 세 마디가 멀다고
엄마 엄마
맘마 먹어야지
물으면서도 엄마
이 녀석이 앉으라면 앉네
감탄하면서도 엄마
아주 멍멍이 조그만 뇌를
씻어내겠다는 심사입니다
엣다 그렇다면
나도 내 맘대로다
이제부터 너와 나와
형님 아우님 하자
그냥 형이라고
컹컹 짖어
그게 하부이보다 낫겠다
소리까지 비슷하지 않니
짓궂은 심술이
지나쳤는지
관계의 문제가
실타래 얽히듯 복잡해졌습니다
비행기로 여섯 시간
멀리 떨어져 사는 큰 딸에게
너희 둘 다 집 떠나고 몇 년만에
식구 하나 들였다고
사진 한 장 보내면서
이렇게 썼습니다
이 녀석이 네 엄마 새 아들이다
그러니 네 동생이지
그렇지만 이 애비보고 형이라고 하니
네 삼촌이기도 하고
네 동생이 이 녀석 동생의 엄마라니까
네 조카가 되기도 하는구나
어쩌지
(2009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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