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이 노래 #5
"착각에서 희망까지"
정말입니다
기도를 알아들어요
아멘이 다 똑같지 않다는 걸
아는 게 분명하다니까요
우리가 밥상에 앉아
잘 먹겠다고 기도하고 아멘하면
소파 위로 올라가
턱을 괴고 눕습니다
감사히 잘 먹었다는 아멘 소리엔
쏜 살 같이 발목 옆으로 달려와
엉덩이 내리고 얌전히 앉지요
그걸 보셔야 해요
우리들 밥 먹는 동안에는
근처에서 서성거려 봐야 국물도 없지만
식사가 끝나면 자기 몫이
있다고 아는 것 아닙니까
아멘 소릴 듣고
어떻게 그걸 구별하는지, 참
다른 집 멍멍이들보다 확실히
지능이 높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하는 짓이 정말 다르다니까요
물론 그 뿐이 아닙니다
공 가지고 노는 걸 보세요
이웃집 멍멍이들과는
아주 판이하지 않아요
담요를 물어다 공 위에 얹고
그 아래로 고개를 디밀어
더듬더듬 찾아 끌어내서는
다시 담요를 덮어 숨기지요
그렇게 제 나름의 놀이를 만들어서
노는 멍멍이가 세상에 또 있습니까
던져주면 물어오고
또 던져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
너무 싱겁고 하릴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제 딱 하나 남았습니다
말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말귀를 알아듣는 건
다른 멍멍이들도 다 하쟎아요
우리 이 똘똘이 녀석은
대꾸할 방법이 그냥
멍멍 컹컹 밖에 없다는 걸
용납하지 못할 겁니다
두고 보세요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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