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文宰(1959 - )
〈沙漏〉
略到這時就倒下吧
到這兒能倒下了吧
為何不留一點沙呢
暫且就這樣躺著吧
為了有人把我扶起來
能使自己早已停止的時間甦醒
能讓他細心端相自己的時間
能使他的痛楚成為可喜的痛楚
能使他的喜悅成為痛苦的喜悅
不
空盡上體
呆呆站著吧
為了能讓有人把我翻過來
遇見自己的新時間
就這樣用下體的氣力
一直站到底吧
屏聲斂息地
振作起纖纖細腰的力氣
直立立站著等吧
到有人把我翻過來
讓我開始她的起初
讓我做使她心動的前頭
(半賓譯)
Yi Mun-jae (1959 - )
"Hourglass"
Shall I stop around now and fall over?
Shall I stop about here and just fall down?
I shall leave a little bit of sand,
I shall remain fallen like this for a while,
To let someone raise me up
To resuscitate her own time, stopped a while ago,
To let her look thoroughly at her own time,
So that her pain can become a pain of joy,
So that her joy can become a joy of pain.
No,
I shall completely empty the upper body
And stand stolidly,
So that someone may flip me over
To meet with a new time of his own.
With the strength of the lower body, like this,
I shall remain standing determinedly to the end.
Holding my breath,
With the strength of this slender waist,
I shall stand straight up and wait,
To have someone flip me over
So that I may begin his beginning,
So that I may be his thrilling start.
(H. Rhew, tr.)
韓文原文:
이문재
"모래시계"
이쯤에서 쓰러지자
이쯤에서 쓰러지자
조금 남겨두기로 하자
당분간 이렇게 쓰러져 있기로 하자
누군가 나를 일으켜 세워
멈춰 있던 자신의 시간을 살릴 수 있도록
자기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누군가의 아픔이 기쁜 아픔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의 기쁨이 아픈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아니다
상체를 완전히 비우고
우두커니 서 있도록 하자
누군가 나를 뒤집어
자신의 새로운 시간과 만날 수 있도록
이렇게 하체의 힘으로
끝끝내 서 있도록 하자
숨을 죽이고
가느다란 허리의 힘으로
곳곳이 서서 기다리기로 하자
누군가 나를 뒤집어
누군가의 맨 처음이 시작되도록
누군가의 설레는 맨 앞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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