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逌根
〈傷逝並序〉
十月二十一日,夜夢景顏來。余喜而握手與語,敘其離濶之懷,宛然如平昔。既寤則聲容笑貌依稀在耳目際,而不復在傍也。於是始悟其死已久矣。所不可知者,景顏果於幽冥之中記存宿昔之情好,憑其長存之一氣而往來於吾傍耶。抑余感舊之念,耿耿於中,因其夢寐而思想之所由形歟。由彼而然,悲亦無已也。由此而然,悲亦無已也。若使景顏而在者,夢無足恠而悲何從生。嗚呼,死者無夢,夢則非死,而方其夢也,夢亦死耳。死而從死者遊,固無足恠也。然吾之夢可覺,而景顏之死終不可起已。則吾不能無感於造化者之為也。今焉已矣,誰知余之悲之深歟。落月滿庭,林風瑟然。撫昔彷徨,懷思悽愴,遂作詩以抒情而命曰傷逝云。
十月廿日咿唔罷,
胡然異夢山舍夕。
髣髴覿彼頎而長,
向我勞苦如平昔。
我思悠悠適從何,
笑語渾忘重泉隔。
君言讀書為君賀,
更喜此地真靜僻。
細訴衷曲語悲楚,
我實念君君曾亦。
後語支離不復記,
惟聞暗中空嘖嘖。
阿弟恠我忽耽睡,
乍聞舉手書床拍。
驚起呼君君不譍,
微風動帷燭影白。
始也不辨真與假,
終焉怳如春氷釋。
與君相別凡幾時,
時物五見星霜易。
我聞如是幽明殊,
愛亦不曾同其宅。
因君思念入夢寐,
以我神氣交精魄。
憶昔逢君杏鄰家,
兩相結髮請無斁。
寒衣飢食視一軆,
念君穉年苦作客。
城北孟夏觀漲迴,
漢南八月游山屐。
為我愆期中途改,
教君直到黃昏索。
我僕遙指清涼寺,
阿誰獨倚盤陀石。
地水堂前賞月處,
小舟爭渡真戲劇。
我步君乘歸來暮,
使我喜欲忘行役。
燕尾橋邊關王祠,
記取芭蕉葉徑尺。
悄悄歷歷細思量,
悽愴勝事皆陳蹟。
視彼蒼蒼好生德,
亦獨何心於君厄。
竹西樽酒深深夜,
梅花樹下成影隻。
筆禿紙窮恨未已,
我恨未已君何益。
注:吳致愚(1789 - 1834?),海州人,字,景顏。第三十五句地水堂為南漢山城內之建築物,其名〈地水〉指《周易》第七〈師〉卦。〈地〉與〈水〉各別指八卦中之坤與坎。〈師〉卦卦象,象徵唯一的陽爻九二對其他五個陰爻之指導。
김유근
"흘러감을 아파합니다" 서문포함
시월 스무하룻날 밤 꿈에 경안이 왔습니다. 나는 기뻐서 손을 잡고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마음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꼭 지난 날 같았습니다. 꿈에서 깼을 때는 목소리와 얼굴, 웃는 모습이 어렴풋하게 귓가와 눈가에 있는 듯했지만 그는 내 곁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그가 벌써 오래 전에 죽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경안이 저승에서도 그 옛날 서로 좋아했던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가 오랫동안 아껴 지니고 있던 기운에 기대어 내 옆까지 오고 간 것인지, 아니면 옛정을 그리는 내 마음이 지극해 잠결 꿈속에서 모습을 갖추어 나타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그랬다고 해도 슬픔은 끝이 없고, 나 때문에 그랬다고 해도 슬픔이 끝이 없습니다. 경안 때문이었다면 꿈을 탓할 수는 없는데, 슬픔은 어디에서 생긴 걸까요. 아아, 죽은 사람에게는 꿈이 없고, 꿈을 꾼다면 죽은 것이 아닌데, 방금 꾼 그 꿈을 보면 꿈 역시 죽습니다. 죽어서 죽은 사람을 따라 노닌다면 물론 이상할 것 없습니다. 그러나 내 꿈은 깰 수 있지만, 어찌해도 경안을 죽음에서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온갖 것을 만들고 바꾸시는 분에 대해 감정이 없을 수 없겠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서 끝이 났으니 누구라서 내 슬픔의 깊이를 알 수 있겠습니까. 달빛이 정원 가득 내리 비추고, 수풀 속의 바람 소슬합니다. 나는 옛날을 더듬으며 방황하며 아픈 마음을 가슴에 품다가 시를 지어 사랑을 표현하고 "흘러감을 아파합니다"라고 제목을 붙입니다.
시월 스무날
글 읽기를 마치고 보니
뜻하지 않게 이상한 꿈속이었고
산 속 어떤 집에서의 저녁이었습니다
거기서 만났을 때
그는 키가 커 늘씬했고
그 옛날처럼
나를 위해 애를 썼습니다
나는 무엇을 따라야 좋을지
천천히 생각했는데
웃으며 이야기하다 보니 이승 저승이
갈린 걸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가 책을 읽는 이야기를 하길래
그를 축하했는데
그곳이 정말로 조용하고 한적해
더욱 기뻤습니다
마음 속 시름을 자세히 호소했는데
그 말이 애처로웠습니다
나는 정말로 그를 그리워 했는데
그 역시 그랬답니다
그 다음에 나눈 말은 좀 뒤숭숭해서
더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들린 것은 오로지 하릴없이
혀를 차는 은근한 소리였습니다
무슨 잠을 그리 달게 자느냐고
아우가 질책하며
갑자기 손을 들어
책상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놀라 일어나며 그를 불렀는데
그는 대답하지 않았고
오직 산들바람이 휘장을 움직이고
희미한 촛불을 흔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참과 거짓을
분별할 수 없었고
나중에도 봄에 얼음 녹듯
흔적이 없었습니다
그와 작별한 것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니
그 동안 계절의 풍경이
다섯 성상이나 바뀌었습니다
그 정도면 이승과 저승이
달라진다고 들었고
생전에 친했다고 해도
같이 산 적은 없었습니다
그가 나를 생각해
내 꿈속으로 들어왔기에
나는 정신을 다 해
혼백과 교류한 것이지요
옛날을 기억해 보니 그를 만난 건
이웃 살구나무집이었습니다
우리 둘 커서 머리를 묶었을 때
서로를 부담으로 느끼지 않았습니다
옷이 없어 추웠고 먹지 못해 배도 고팠지만
서로를 한 몸으로 보았습니다
그가 어린 시절 객식구로
살면서 고생한 걸 기억합니다
우리는 초여름이면 성 북쪽에서
물이 불어 휘도는 걸 구경했고
가을 팔월이 되면 한강 남쪽에서
나막신을 신고 산을 노닐었습니다
내가 제 때 따라가지 못하거나
도중에 길을 바꾸면
그는 땅거미 질 때까지
줄곧 나를 찾아야 했습니다
내 하인이 멀리
청량사를 가리키면
누가 혼자서
울퉁불퉁 너럭바위에 기댔나요
지수당 앞에서
달을 구경하던 곳
작은 배를 타고 앞 다투어 건너던 건
정말 신나는 놀이였지요
나는 걷고 그는 내게 업혀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에는
즐겁기 그지없어
힘든 것도 잊었습니다
연미교 옆
관우왕 사당에서는
너비가 한 척이나 되는
파초 잎을 딴 것을 기억합니다
잔잔하지만 눈에 선한
옛일을 자세히 생각해 보니
참담했던 일도 좋았던 일도
모두 지나간 흔적입니다
좋은 마음을 쓰는데
늘 너그러운 걸 보면서
나 혼자 어떤 마음으로
그에게 나쁜 일을 했겠습니까
대나무 숲 서쪽에
술 한 동이 받아 둔 깊고 깊은 밤
매화나무 아래
그림자는 하나뿐입니다
붓은 털이 닳았고 종이도 떨어졌지만
말하고 싶은 한스러움은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 한스러움이 끝이 없다고 한들
그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주: 경안景顏은 해주사람 오치우(吳致愚, 1789-1834?)의 자字입니다. 서른 다섯 번째 행의 지수당地水堂은 남한산성 안에 있는 건축물입니다. 그 이름 "지수"는 《주역周易》의 일곱 번째인 〈사師〉괘를 말합니다. "지"와 "수"는 각각 팔괘의 곤坤과 감坎을 말합니다. 〈사師〉괘의 괘상은 하나뿐인 양효인 둘째 효가 나머지 다섯개의 음효를 이끄는 모습입니다.
(반빈 역)
Kim Yu-gun
"Tormented by That Which Flows Away, with Preface"
On the twenty-first of the tenth moon, Kyong-an came to my dream at night. Overjoyed, I talked with him, holding his hands. I expressed my thoughts of being parted so long. It was absolutely real. When I woke up, his voice and the smiling face faintly remained in my eyes and ears, but he was no longer by me. Thus, I realized that he had passed away quite some time ago. What I was unable to know was if it was Kyong-an in the netherworld, who made a trip to and from my side, relying on that one breath he had been nurturing for long, for he fondly remembered our friendship in the past; or, if it was my earnest longing for our memory that made my thoughts take shape in my dream. If it was him, the sorrow would be endless. If it was me, that too would make endless sorrow. If it was Kyong-an that brought himself to my side, there is no reason to blame the dream. Then, from where the sorrow arose? Alas! The dead does not dream, and those who dream aren't dead. Judging from the dream that I just had, however, dreams die as well. To die and be with the dead, there is nothing unusual in that. However, while I can wake up from my dream, there is no raising Kyong-an from death. Therefore, it is not possible for me not to have some complaints about the Arbiter of creation and transformation. It is all over this time, and who would know the depth of my sorrows? The shining moon fills my courtyard and the wind in the woods is bleak and desolate. I wander around caressing my memory, harbor sadness in my bosom, and write this poem to express my feelings. I name it, "Tormented by That Which Flows Away."
On the twentieth of the tenth moon,
When I was done with the recitation of books,
I was in a strange dream,
In which it was a night in a mountain cottage.
When we met there
He was tall and slender,
Just as in old days,
He worked hard for me.
I took my time to think
What to make of this,
But as we talked and laughed, I was oblivious
Of the separation between the two worlds.
He talked about reading books
And I congratulated him for that.
I was even more pleased
By the place so serene and secluded.
He confided to me his sincere thoughts in detail
In words sad and miserable.
I have really longed for him,
As he also yearned for me.
What we talked about from thereafter
Was a bit too disjointed to remember,
I only heard in darkness
Tut-tut sound of clicking the tongue.
My brother censured me
For indulging in sleeping,
And I heard an abrupt sound
Of pounding on the desk with his hand.
Startled, I called out Kyong-an's name,
But he did not respond.
There was only a breeze that moved the curtain
And shook the faint candlelight.
At the beginning, there was no discerning
Of true and false;
In the end, it was traceless
Like ice melting in the spring.
How long has it been, I wondered,
Since he and I parted,
Things of seasonal appearance
Have been seen five times.
Such is enough time, I heard,
For this and next worlds to become distinct,
And though we were close to each other
We have never lived together.
He came into my dream
Because of his remembrance of me,
And I communicated with his soul
By the power of my spirit.
I recall getting to know him
In a neighbor's house with apricot trees.
When we had our hair bound, reaching young adulthood,
We never felt each other to be a burden.
Cold for clad poorly, hungry because not fed enough,
But still we saw each other one body.
I remember him in his youthful years
Living a hard life as a hanger-on.
In early summer, we would go to north of the walls
To watch the water rise and meander;
In the eighth moon, we often went to south of the Han River
To saunter in trekking clogs.
When I was unable to keep up
Or change the route in the course,
He had to search for me
Until the day was darkening.
When my servant pointed at
The faraway Ch'ong-niang Monastery,
Who was the one that lay down
On the bumpy flat rock?
In front of the Earth-Water Hall
To the place where we enjoyed the moon,
Racing on small boats to cross the pond
Was truly an exciting game.
In the evening when we came back,
I walked and he piggy-backed on me,
Which made me so happy,
And I couldn't feel it was hard.
At the King Guan Yu's shrine
By the Swallow-tail Bridge,
I remember taking
A banana leaf as wide as a foot.
Serenely but vividly
I think of our past in full.
Harrowing memories and proud moments alike
Are all just traces of bygones.
Seeing him always generous
In doing something good,
How could I alone have the heart
To cause any harm to him?
In the depths of night at the west of bamboo grove
Where a keg of wine is ready,
Under a flowering plum tree
Is just a lone shadow.
My brush has worn out, paper in short supply,
But regrets to express never end.
My regrets do not end—
What good would that do for him?
Note: Kyoung-an (景顏) is Oh Ch'i-wu (吳致愚, 1789 - 1834?), native of Hae-ju. Chi-Su Tang in Line #35, translated here as Earth-Water Hall, is a building in Namhan-sansong, walled mountain south of the Han River. Earth-Water is a reference to the seventh hexagraph in the Yijing, made of trigraphs kun and kan, which respectively symbolize earth and water. The overall image of the graph symbolizes the leadership of the second and only solid line guiding five other lines.
(H. Rhew, tr.)
'한국 한시선(韓國漢詩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희,"시골에서 지내며 병이 심한데, 오직 유군......" 네 수 중 첫째 (0) | 2023.05.30 |
---|---|
김정희,"강 마을 책 읽기" (0) | 2023.05.26 |
김정희,"자기 강위의 삿갓 쓴 초상에 재미 삼아 붙인다" 네 수 중 넷째 (1) | 2023.05.22 |
김정희,"자기 강위의 삿갓 쓴 초상에 재미 삼아 붙인다" 네 수 중 셋째 (0) | 2023.05.21 |
김정희,"자기 강위의 삿갓 쓴 초상에 재미 삼아 붙인다" 네 수 중 둘째 (1) | 202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