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庚林(1935-2024)
〈靠近聖誕節〉
活著活著我也許得到了太多
看刻在胸背與胳膊的
絢爛紋樣相當輝煌
可是我立即感到悶沉沉
搭在身上的華麗衣服和環佩感到沈重了
藏在客廳板子下
顏色多樣的瓷器碎片如今都怎麼樣了呢
在校園的洋梧桐樹
用磨鈍兜刀刻上的我名字還留著嗎
這是靠近聖誕節
從教堂傳來的風琴聲
纏上彩霞的晚上
我活著活著也許拋棄了太多
(半賓譯)
Shin Kyōng-nim (1935-2024)
"Near Christmas"
Living my life, I may have gotten too much.
Look at the gaudy patterns engraved
On my chest, back, and arms so dazzling.
But I soon feel stuffy,
With the flashy dress and ornaments getting heavier.
What happened to colorful potsherds
That I'd hidden away under the floor panels?
My name I carved with a blunt pocket knife
On a sycamore tree on campus, is it still there?
It is an evening near Christmas,
When the sound of an organ comes from a church
And swirls around the glow in the sky.
I may have thrown away too much, living my life till now.
(H. Rhew, tr.)
韓文原文:
신경림
"성탄절 가까운"
살아오면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나 보다
가슴과 등과 팔에 새겨진
이 현란한 무늬들이 제법 휘황한 걸 보니
하지만 나는 답답해온다 이내
몸에 걸친 화려한 옷과 장신구들이 무거워지면서
마룻장 밑에 감추어 놓았던
갖가지 색깔의 사금파리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교정의 플라타너스 나무에
무딘 주머니칼로 새겨 놓은 내 이름은 남아 있을까
성탄절 가까운
교회에서 들리는 풍금소리가
노을에 감기는 저녁
나는 살아오면서 너무 많은 것을 버렸나 보다
-신경림 시집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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