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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참회할 날은

국가가 참회할 날은 정부가 한편으로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민이나 노동자의 항의를 억누르면서, 한편으로는 서슴지 않고 위법과 범법을 행하는 일이 흔히 보인다. 심지어는 법집행의 최전선을 담당해야 하는 경찰이나 검찰조차 스스로 법을 어긴다는 비판이 아우성을 이룬다. 법을 어기는 사람을 벌하기 위해서 정부가 법을 어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들여다보면 법을 어기는 정부도 문제지만, 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민주의식이나 정의감의 부재 역시 참 어려운 문제이다. 내 가게를 빼앗긴 게 아니고 내 남편이 불에 타 죽은 게 아닌데 내가 나설 필요가 있겠나, 나섰다가 나만 바보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정도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수수방관에서부터, 그래그래, ..

에세이 2010.01.31

과거시험은 원래 '없는집' 등용문이었다

과거시험은 원래 '없는집' 등용문이었다 북송의 과거제도를 조선은 핵심을 뺀 채 도입했다. 빈한한 집의 자제를 선발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잘나가는 집안에 적극적 불이익을 줬다. 부유층 자제를 일류대 입시에서 배제한다면 위헌결정 뻔하지만 돈이 없다고 교육기회 불이익 주는 일 또한 있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과거시험을 통해 인재를 등용한 조선의 제도는 북송에서 받아왔고, 지금까지도 대학 입시로 이어져 그 큰 틀이 유지되고 있다. 우리 사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그 과거시험과 비슷한 몇 가지 시험이 결국 출세의 열쇠라고 믿고 있지 않은가. 단지 대학입시 때문에 사회전체가 몸살을 앓는다는 건 교육이 그때보다 보편화되었고, 시험을 통해 출세하려는 인구가 전보다 훨씬 많아졌기 때문일 뿐이다. 노력해서 자기 발전을 꾀..

에세이 2010.01.28

부처님 담치기

"부처님 담치기" "386세대"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면서부터 50년대에 태어나 70년대에 대학을 다닌 우리 세대의 시대는 그냥 얼렁뚱땅 생략되고 지나가 버렸다는 느낌이었다. 은근히 섭섭한 마음 없지 않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다음 세대들이 가지지 못한 경험을 많이 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상당히 있다. 예를 들어 사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에게 "깡통을 찼다"고 말하는 근거가 무언지 젊은 세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깡통을 차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밥 좀 줘어--"하는 모습을 어디서 경험했겠나. 우리는 그걸 다 겪으면서 자랐다. 그런 광경을 일상에서 보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감수성과 정서, 어려움에 대한 경외,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난 정의에 대한 갈망, 그..